문화/생활

신문사 특파원으로 여러 해 근무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나라를 여행하게 된다. 그러나 여권에 남은 출입국 기록을 보면, 확실히 방문했음에도 어떤 나라였는지, 누구와 만났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나라가 몇 곳이 있다.
평상시 국제회의 취재 때도 마찬가지다. 각국 정상이 모이는 대규모 국제회의를 각지에서 여러 차례 취재했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 것은 취재 본부인 프레스센터뿐이다. 풍경이나 음식, 그 나라의 문화를 깊이 체감한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2010년 한국에선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회의 개최 전부터 한국은 세계 각국의 정상과 취재진을 환영하는 무드 일색이었다. 회의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기술은 탁월했다.
그 점에 있어서, 한국은 정부의 슬로건대로 ‘초일류국가’로 첫걸음을 확실하게 내디딘 것만은 틀림없다. 한국 국민들에게 “축하합니다”라고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훌륭한 회의 운영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세계 각국 정상과 그 수행원, 취재진은 과연 얼마만큼 한국의 참 모습을 접했을까 하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 말한다면, 정상들과 수행원들은 회의가 열린 코엑스(COEX), 숙소인 호텔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수행 기자 대부분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정상 일행을 따라 서둘러 서울을 떠났을 것이다. 조명이 아름답게 비치는 광화문이나 곱게 단풍으로 물든 남산의 경치를 즐기지도 않고 말이다.
‘한국은 국제화된 초일류 국가가 될 것인가’. 사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국제회의를 마치고 바쁘게 서울을 빠져 나간 각국 정상이나 취재진이 아니다. 가장 엄격한 ‘평론가’는 한류 붐의 팬들로, 몇 차례나 한국을 찾은 일본의 평범한 ‘아줌마’들이다. 그들은 처음 한국을 방문해 여행가이드북을 한 손에 들고, 한류드라마의 촬영지나 번화가를 돌아다닌다. 두 번째 방문에서 그들은 처음에는 가지 않았던 ‘숨겨진 명소’를 방문하기 위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닌다.
그다음 서울을 방문할 때는 KTX나 고속버스를 이용, 지방 구석구석까지 돌아보기도 한다. 나도 ‘여기까지 일본 관광객들이 오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하고 간 곳에서 일본의 부인 그룹들을 만나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들은 골목식당에 들어가 옆자리의 아저씨가 먹는 것을 가리키며 식사를 주문한다.
그들은 음식 맛이 없으면 먹다 남기고, 맛이 있다면 식당 아주머니의 손을 잡으며 “가무사하무니다”라고 미소를 띠고, 또다시 한국을 찾아올 때는 친구들을 데리고 와 “여기가 내가 발견한 비밀 명소”라고 자랑할 것이다.
각국 수상들은 “G20 한국의 식사가 맛있었다”라며 친구들에게 한국 방문을 권할 것인가. 간 나오토(菅直人) 수상에게 훌륭한 요리를 대접하는 것보다, 한국을 찾은 일본 아줌마들에게 한국인들이 늘 먹는 서민의 맛을 미소와 더불어 맛보게 하는 것이 얼마만큼 한국의 이미지 향상에 관계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한국인들은 큰 행사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행사가 끝나면, 행사 때 외쳤던 슬로건을 곧 잊어버리고 마는 것도 한국인들의 특징이다.
G20 회의가 끝난 지금, 세계 각국에서 한국을 찾아오는 일반 관광객들이 초일류 국가 달성을 위한 ‘최고의 조언자’라는 것을 한국인들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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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