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의 공통점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이야기 소재가 많은 사람이다. 여기에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까지 뛰어나면 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즐거울 수밖에 없다. MBC 아나운서 김지은(41) 씨는 그런 매력을 지닌 사람이다.
그만의 색깔을 더해준 건 ‘책’이다. 그의 가방은 늘 책들로 묵직하다. 가방의 무게는 좀처럼 줄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가벼워진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선물할 때다.
무수한 책들을 읽어낸 독서광의 귀결은 그를 ‘작가’로 이끌었다. 벌써 <서늘한 미인>(2004), <예술가의 방>(2008) 등 미술작품과 관련된 두 권의 저서와 한 권의 번역서를 펴냈다.
‘북 마니아’인 김 아나운서가 지난 7월부터는 매주 일요일 아침 <라디오 북클럽>을 진행하고 있다. 게스트들이 출연해 그와 한바탕 책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최근 출연한 소설가 김영하 씨와는 방송 도중 한 권의 책으로 통했다. 바로 헝가리 여류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다.
김영하 씨뿐 아니라 은희경, 신경숙 씨 등 대한민국 대표작가들이 사랑하는 책으로도 유명한 이 책은 김 아나운서가 몇 달 전 우연히 검색을 하다 알게 됐다. 그리고 이내 책을 사자마자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이 책은 알파벳 순서만 다른 쌍둥이 형제 루카스(Lucas)와 클라우스(Claus)의 처절한 운명을 풍자와 해학으로 담은 3부작 소설이다. 이 책의 백미는 간결한 문체. 부사나 형용사를 철저히 배제한 문장을 읽다 보면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외국에선 각기 다른 제목으로 출간됐지만 우리나라에선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 까치 펴냄·각 8천원하나의 제목에 부제를 달았어요. 1권은 <비밀노트>(1986), 2권은 <타인의 증거>(1988), 3권은 <50년간의 고독>(1991)으로요. 따로 읽어도 무방하지만 차례대로 읽는다면 이 책이 그리는 참혹한 현실이 뼈저리게 와닿을 거예요.”
어린 시절 전쟁을 겪은 작가는 체험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주인공인 쌍둥이 형제는 작가와 그의 오빠를 투영한 캐릭터다. 인류가 낳은 비극적 현상인 전쟁 때문에 참담하게 변해가는 형제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전쟁, 혹은 크고 작은 다툼이 사람들을 얼마나 타락시키고 병들게 하는지 보여주죠.”
1권은 쌍둥이 형제의 어린 시절, 2권은 서로 떨어지게 된 쌍둥이 형제의 청년 시절, 3권은 중년이 돼 만나게 된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나 1권에서 3권으로 갈수록 이야기는 미궁으로 빠지고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는 “삶이란 이렇게 불가항력적인 일들의 연속”이고 “이것은 사람들의 다툼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작가는 힘들고 어려운 삶이라도 우리가 살아가야 할 희망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고 하면서요. 그의 말처럼 책이야말로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뜨거운 삶의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글·김민지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 까치 펴냄·각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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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