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난 8월 29일 오후. 50여 년 전통의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에 학생들이 악기 종류에 따라 교실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선생님의 “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 학생들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악기를 다루는 손길이 약간은 어설프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연신 깔깔대며 즐겁게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에서 그 또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발랄함이 묻어 난다.
“2년 전에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아직도 어렵긴 한데, 그래도 지금은 많이 늘었어요.” 중학생 송지후 양은 악기를 다루는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친구, 동생, 언니들과 함께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수줍게 웃는다.
“흔히 ‘시각장애인은 현악기를 다룰 수 없다’는 말을 합니다.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조차 이 말이 통용됩니다. 그래서 이제껏 어느 누구도 시각장애인들로만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만들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죠. 전 그 벽을 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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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대학 출신인 혜광학교 명선목(65) 교장에게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자 목표였다. 가장 먼저 재정적인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악기 구입에서 강사료까지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다. 여기저기 공공기관과 기업들을 돌아다니며 악기를 지원받았지만 그 악기란 것이 연습용 악기 수준에 불과했다. 그래도 오케스트라를 꾸려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올 들어 학생들은 인천시립교향악단의 도움을 받아 악기연습을 시작했다. 약간의 강사료를 받긴 했지만 단원들은 거의 봉사활동 수준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명선목 교장의 ‘도전’에 뜻을 함께한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런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고, 지역사회와 기업의 후원도 조금씩 받을 수 있었다.
혜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앞이 보이지 않거나 시력이 매우 약해 악기를 처음 접할 때 어려움이 무척 많았다. 오케스트라를 처음 만들 때부터 아이들을 가르친 황수진(29) 교사는 그야말로 “무작정 몸으로 부딪쳤다”는 말로 그때의 어려움을 전한다.
“가장 힘든 점은 악기 다루는 자세를 배우는 것이었어요. 생전 한 번도 보지 못한 악기의 생김새를 손으로 만지고 머릿속에 그려요. 그러면 선생님들이 일일이 연주 자세를 잡아 주죠. 관악은 그런대로 배울 수 있지만 바이올린 같은 현악은 너무 힘들죠.”
그도 그럴 것이 현악이라는 것은 조금만 자세가 흐트러지면 다른 음을 만지게 돼 아이들은 연주를 하면서 극도로 예민해진다. 눈으로 볼 수 없으니 귀로 소리를 들으며 상황을 판단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자세는 흐트러지고, 음이 틀리게 되고…. 그야말로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세를 교정해 주고 요령을 익히니 연주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뛰어난 청력과 촉각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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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교사는 “어떤 음악을 한두 번만 들려주면 자기네들이 알아서 연주를 해요. 음악을 통째로 외워서 연주하는 거죠. ‘절대음감’을 가진 친구들이라 가능한 것이죠. 저희 교사나 강사들이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아이들의 성격이 밝아진 것은 물론이다.
언제나 웃고 다니고 모든 일에 주눅 들지도 않게 되었다. 음악이 아이들의 일상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것이다.
명선목 교장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상황에서도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를 꾸려 가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회의 편견을 깨뜨리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관악기는 물론, 현악기도 능숙하게 다루는 걸 보면 외국의 연주자들이 깜짝 놀랍니다. 시각장애인들이 현악기를 다루지 못한다는 편견을 먼저 우리가 깬 것이죠.”
명선목 교장에겐 이루고 싶은 소망이 많다. 가장 중요한 소망은 시각장애인의 취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거리를 가진 시각장애인의 수는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만 결국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편견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은 청각과 촉각이 특히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 능력을 가지고 침술이나 안마를 배웁니다. 이런 기술을 정당하게 평가받고 좀 더 많은 이들이 취업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세상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아야 해요. 우리 학생들이 앞으로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이나 주말엔 음악을 연주하며 일반인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나눠줄 수 있다면 무얼 더 바라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인천 시민들을 비롯해 송영길 인천광역시장 등 주요 인사들을 초청한 이번 창단연주회는 더욱 의미가 있다. 솔직담백하게 그들의 무대를 만들어 내면 깊은 감동과 더불어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자연히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시각장애와 편견이라는 현실의 벽을 ‘음악’이라는 가장 감동스런 도구로 허물려는 첫 발걸음을 떼고 있다.
글·손수원 기자![]()
인천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이자 KBS 열린음악회 클래식 지휘자인 이경구씨가 지휘를 맡아 혜광학교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펼친다.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1번 D장조를 비롯해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베토벤의 교향곡 등을 연주하고 광명원 아이드림 중창단, 인천시 해밀합창단, 혜광초등학교 씨엘 중창단 등이 특별 출연할 예정이다.
일시 2011년 9월 28일(수) 오후 3시30분
장소 인천종합예술문화회관 대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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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