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영화의 주요한 소재는 제목에서도 나타나듯 ‘활’ 이다. 활과 화살은 순수 우리말이다. 활을 중국에서는 궁(弓)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순수 우리말 ‘활’ 이라고 부르고 때로는 여기에 ‘산다,
살아간다’는 뜻의 한자 ‘활(活)’ 자를 쓰기도 한다.
무기에 산다는 뜻의 활 자를 쓴 것을 보면 우리 민족이 전쟁과 무기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우리 민족은 무기인 활도 침입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사람을 살리는 무기이지 절대 타인을 해하는 무기로 사용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영화에서도 신궁 남이는 “자신의 활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한다. 영화는 제목에도 이 한자 활(活)을 넣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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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이 활을 쓰기 시작한 것은 문헌상으로는 고조선 때부터라고 하는데 훨씬 더 이전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문헌에 보면 고조선의 활을 단궁(檀弓)이라고 부르며 당시 최고의 활이라고 평하고 있다. 이 단궁은 박달나무로 만들어졌으며 길이가 짧은 단궁(短弓)이었다고 전한다.
활은 길이로 장궁과 단궁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 민족이 주로 쓴 활은 단궁이었다. 단궁의 궁간은 2m 이하로 휴대가 편하며 화살의 거리가 멀고 정확한 것이 장점이었다.
조선시대 활은 삼국시대부터 쓰여진 각궁을 주로 썼다. 각궁은 물소 뿔과 소 힘줄, 나무 등이 주요 재료이다. 물소 뿔은 주로 중국에서 수입하였는데 조선초기에는 명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활을 너무 잘 다루어 자기들 국방에 위협이 된다고 하여 물소 뿔을
수출하지 않으려 한 일도 있었다.
영화 속에서 남이가 쓰는 활도 짧고 휴대하기 좋으며 단단한 각궁으로 보인다. 활은 만드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하나 만드는 데 4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반인이 쉽게 가질수 없었다. 영화에서도 활은 주인공 남이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소중하고도 매우 의미있는, 가문의 상징처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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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의 종류는 다양했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은 대나무를 주재료로 만든 20그램 정도의 유엽전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재료와 길이, 무게 등에 의해 화살은 여러 종류로 나누어졌다. 영화에서 보자면, 주인공 남이는 주로 나무에 철로 된 화살촉을 단 철전 중 장전을 가지고 다닌다. 이 장전의 무게는 1냥(37.5그램) 정도로 휴대하기 적당한 화살이었으며 일반적으로 전투에 많이 쓰였다.
그러나 청나라의 쥬신타(류승룡 분)는 6량전(화살)을 쏘는 6량궁(활)을 가지고 다니는데 6량전은 무게가 6냥(2백20그램 이상)이 된다고 6량전이다. 화살의 무게가 무거운 만큼 활의 길이도 길어야 했으며 당기는 힘도 어머어마하게 들어 6량궁은 개인이 휴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웠다.
영화에서는 활의 파괴력을 보여주기 위해 육량궁을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설정했겠지만, 기실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날렵한 기마술과 가볍고 정확한 활과 화살 덕분이었다.
영화에서 남이가 화살이 다 떨어져 부러진 화살로 궁여지책으로 쓰는 애기살은 이름과는 달리 화살 중에서 가장 파괴력이 크다. 애기살은 그 길이가 보통화살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8촌 정도라 그냥은 시위가 당겨지지 않고 반드시 통아라는 대나무 대롱에 붙여서 쏘아야 했다.
하지만 사정거리는 보통화살의 2배인 3백미터가량이었고 철갑을 뚫을 정도의 위력을 가졌으며 화살이 짧아 낮에도 화살이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르게 표적을 맞히는 장점을 가졌다. 영화에서도 쥬신타가 애기살의 위력을 두려워하며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병사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이 이 애기살에 의해서라고 이야기한다.
조선시대 학자 이수광도 <지봉유설>에서 조선의 대표적인 무기는 애기살이라고 하였고 국경에서는 편전쏘기(애기살쏘기)를 금지해서 외국에 이 기술이 알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동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에서만 널리 쓰이던 기술이었다.![]()
활은 임진왜란 이후 조총이 우리나라에 유입된 이후에도 주요한 전쟁무기로 이용되어 왔다. 그만큼 우리 민족에게 활은 매우 익숙한 무기였던 것이다.
영화에서 남이가 구사하는 곡사는 기실 영화적 재미를 위한 허구이다. 어떤 활도 시위를 틀어 그러쥔다고 화살이 휘어서 날아가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혹시 모를 일이다. “두려움에 직면하면 그 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조선시대 신궁이라면 진짜 곡사포를 쏠 수 있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글·김정미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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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