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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추억에 대하여… 흑백의 속삭임




이번 주명덕사진전에는 1970~80년대 한국 풍경과 아이들의 표정이 살아있는 사진 1백36점이 전시된다. 모두 흑백사진이다. ‘주명덕 블랙’이 담긴 사색의 소산물이다. ‘주명덕 블랙’은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주석 명지대 교수가 지은 이름인데, 주명덕 브랜드를 일컫는 상징어로 통한다. 주명덕 작가의 사진 속에서 ‘블랙’은 그냥 블랙이 아니다. 작가의 눈과 가슴에서 묵묵히 되새김질된 블랙은 작가의 하고픈 말을 깊은 침묵으로 보여준다.

주명덕 작가(사진)는 “같은 블랙도 인화하는 방법에 따라 느낌이 다릅니다. 대상을 향한 시선에 따라 농축된 블랙이 나오는데, 각각의 사진마다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블랙이 숨 쉬며 존재하지요”라며 이번 작품을 설명했다.

흑백사진의 내용과 톤에 따라 흑백의 대조가 다양한 색의 조화로 화려하게 다가온다. 작가가 직접 인화하는 손맛도 무게를 더한다. 40~50년 전의 우리나라 풍경들이 서럽고 아프기보다 애잔하고 다정한 이유도 무수한 흑백의 속삭임 때문이다.

이번 사진전에서 작가는 어머니의 고향과, 자신이 보듬고 있는 풍경을 통해 삶의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흔적의 미학을 보여준다. 사진속의 시간과 장소로 ‘돌아갈’ 수 없어도 ‘돌아볼’ 수는 있는 그리움의 보고서인 셈이다. 전통 주거공간의 불편함보다 옛 공간의 따뜻한 아름다움을 담아 낸 주명덕 작가의 작품이 멋과 이야기(기록)를 함께 전하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전시 기간 중에는 1960~70년대의 주명덕 작가 작품과 최근의 ‘장미’ 시리즈 등 7백여 점의 작품과 사료가 담긴 영상전시도 병행된다.

그는 “일생 가장 화려한 시기를 꼽으라면 바로 ‘지금’”이라며 “무엇이든 과장되게 내세우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그게 가장 멋지다”고 했다.

민족, 고택, 자연 등 점점 사라지는 한국적 모습을 작품으로 다져온 그의 철학은 뜨겁고 명쾌하다. 그의 작품 앞에선 사진설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작가의 생각을 눈으로 읽고 가슴으로 껴안으면 된다.

글·유인화 (경향신문 문화부 선임기자)
문의 대림미술관 ☎ 02-720-0667 입장료 성인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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