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부쩍 집중력이 떨어지고, 책을 다 읽고 나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50대라면 이렇듯 나이 탓을 할 수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 싶다. 요즘 어린아이들을 지켜보면 분명히 집중력, 기억력이 떨어지고 있는 듯하다.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지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이런 현상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 두루 살펴보는 흥미로운 책이다.
지은이는 ‘뇌 가소성’이란 말을 상당히 비중 있게 설명한다. 이것은 인간의 뇌신경이 한번 만들어지면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가리킨다. 뇌 신경회로 가운데 반복해서 사용하는 부분은 기능이 강화되지만 사용하지 않는 부분은 축소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들어도 뇌 가소성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뇌의 용불용설(用不用說)이라 할 만하다. 이 책에는 유력한 뇌 과학자들의 다양한 실험과 논문이 인용되었는데, 뇌 가소성이 상당히 설득력 높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지은이가 뇌 가소성을 들먹이며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우리의 사고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핵심에 해당하는 말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인터넷이 계속 더 자주,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방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정보를 얻는 대가로 집중과 몰입 그리고 관심의 분화와 생각의 분산이라는 손실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기분 좋은 사람도 있겠다. 집중력이나 기억력 저하가 나이 탓이 아니라 인터넷에 익숙해지면서 우리 뇌 회로에 변화가 일어난 결과라 하니 말이다. 굳이 뇌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터넷 사용이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강요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요에 따라 검색을 통해 대충 보고 판단하는 데 익숙해져 있으니까.
이른바 ‘악플’ 같은 것이 양산되는 것도 신중한 판단과 책임 있는 글쓰기 영역에서 일탈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인터넷 하면, 다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에 있는 고양이 같다는 인상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가 깊이 있는 사유와 성찰을 하려면 무엇을 되살려야 가능할까? 예상할 수 있는 얘기지만, 몰입하여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관련 학자들의 글을 요령 있게 정리하면서, 지은이는 문자발명의 의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구술문화는 한 공동체의 지혜와 역사를 전승하는 데 이바지했다. 그러나 지적으로는 피상성을 띨 수밖에 없었다. 문자발명 이후 혁명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맥루한은 아예 “읽고 쓰는 능력이 서구문화의 성과를 가능케 했다”고까지 말했다. 오늘 우리에게 익숙한
논리적 사유가 가능하게 된 이유가 바로 문자발명에 있고, 그것의 총화가 책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정보의 바다를 서핑하는 현대인들을 보며 지은이는 “개인적으로 지식을 함양하는 존재에서 전자 데이터라는 숲의 사냥꾼이나 수집가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한다. 뇌 가소성 이론을 따르면, 분명히 잃어버린 것이 있을 텐데, 지은이는 이를 “긴 이야기를 읽거나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할 때,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 반성하거나 내부 또는 외부의 현상에 대해 숙고할 때 필요한 것들”이라 말했다.
이쯤 되면 되물어 볼 필요가 있다. ‘시대가 변했으니, 이런 능력은 필요 없을까?’라고.
인터넷에만 의존하는 것은 그야말로 지식을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애를 쓰고 집중하여 내것으로 삼은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 지식은 삶을 변화시키지도 못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역시 원칙대로 하는 것이 좋은 법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해도 거기에만 만족하지 말고 책을 꾸준히 읽어나가자. 그러면 중요한 능력이 퇴화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면 입 안에 가시 돋치는 이들이 새겨들을 말이다.
글·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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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