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지난 6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대중가요(K팝) 공연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한류 콘텐츠가 유럽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었다. 지난 7월 초에는 영국 런던에서도 K팝 콘서트를 열어달라는 팬들의 시위가 있었다. 유럽에서 한국의 대중가요가 실질적인 팬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인 6월 16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 주최 ‘디지털 아젠다’ 회의가 열려, 유럽의 ‘창조적인 콘텐츠 연합’(Creative Contents Alliance)의 성과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얼핏 별개의 사안으로 보이는 이 두 사안은 실제로 매우 밀접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무엇인가?
우리 언론에도 크게 보도가 되었지만, 한국의 대중가요에 대한 유럽인들의 반응은 기대보다 훨씬 컸다. 유럽인들의 높은 관심에 우리 한국인들은 놀랐고, 그것은 고무적이다.
한국의 콘텐츠 산업계 스스로 이러한 성과를 이루어냈다는 것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는 또한 대중문화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은 결과다. 대중문화계 스스로가 좁은 한국 시장을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아시아로, 세계로 시장을 넓혀 온 성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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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유럽인의 반응이 모두 한류 콘텐츠에 긍정적일까? 유럽연합에서 콘텐츠 정책을 다루는 한 간부는 필자에게 한국의 대중음악이 유럽에서 지속가능한 콘텐츠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대중음악이 여러 문화현상 중의 한 하위문화(sub-culture)로 자리 잡은 사실은 놀랍다고 평가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유럽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디지털 미디어의 유통이 가져온 산물이라고 지적한 점이다. 유튜브와 각종 사이트들이 콘텐츠와 결합하여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범위를 확산시킨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은 창조적인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움직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창조적 콘텐츠 연합’ 사례가 그것이다. 창조적 콘텐츠 연합에는 필립스, EMI, 야후, BBC 등 유럽의 미디어 기업, 가전 산업, 콘텐츠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야말로 미디어, 콘텐츠, 정보 기업들의 동맹군이다.
이들이 연합체를 결성한 것은 콘텐츠의 디지털 제작과 유통을 주도하려는 데 있다. 디지털 콘텐츠 유통이 전통적인 콘텐츠 유통에 비해 빠르고 저렴한 특징을 기회로 삼아 유럽의 콘텐츠 구조를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창조적 콘텐츠 연합이 새로운 이용자를 창출할 수 있는 하나의 틀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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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콘텐츠 연합은 저작물에 대해서도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이용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산업계가 콘텐츠에 접근하는 방법을 용이하게 하여 그것을 재가공하는 도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영국의 BBC는 자국 내에서는 콘텐츠를 콘텐츠 제작자들이 무료로 이용하도록 개방했다. 이러한 모델의 목표는 미디어 대기업과 콘텐츠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하여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가 융합되는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콘텐츠는 어느 한 개인이나 기업의 힘만으로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창조적인 콘텐츠는 이제 개방과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무엇보다도 콘텐츠와 정보기술을 연계하고 지적재산을 널리 활용함으로써 창조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사례가 가시화되고 있다.
유럽에서 비슷한 시기에 보여준 이 두 사건의 근저에는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유통이 자리잡고 있다. 유럽인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국경을 넘어 한국의 콘텐츠를 개방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디지털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콘텐츠를 개방적으로 활용하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음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둘 다 디지털, 인터넷, 모바일이 가져온 콘텐츠의 개방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이는 디지털 사회,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콘텐츠의 변화 방향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한류 콘텐츠의 기회를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것으로 발전시키려면 이러한 흐름을 정확히 읽고 함께 대응해야 한다. 특히 창조적인 콘텐츠 연합에서 드러나듯이 콘텐츠 기업만이 아니라 정보기술, 기존의 미디어 대기업 등이 개방적으로 서로 협력하는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한류로 확인된 우리나라의 콘텐츠 역량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 경쟁력을 융합하는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창의력 있는 디지털 인력과 R&D가 결합되어야 한다.
디지털 콘텐츠 창조는 이제 어느 한 개인만의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협업(collaboration)으로 이루어진다. 스타 인력도 필요하지만 수많은 스태프, 지원 인력이 함께 따라야 한다.
콘텐츠 산업은 작품 프로젝트별로 인력과 자원이 움직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프리랜서(비정규직) 비중이 높다. 그러나 프리랜서의 제작 환경은 아직도 아날로그적이고 열악하다. 그러므로 창의적인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특성에 맞는 근로 환경과 임금 등의 개선이 매우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를 만드느냐 아니냐의 갈림길에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 인프라가 우리에 비해 뒤떨어지고, 디지털 전자산업의 기반이 약한 유럽이 먼저 이러한 방향으로 치고 나가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우리야말로 디지털 미디어와 유통이 결합된 창조적 콘텐츠 연합이 절실한 때다.
글ㆍ김대호 (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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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