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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이 한권의 책 <성호, 세상을 논하다>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인 저자가 <성호사설>(星湖僿說)을 읽으면서 느낀 바를 오늘의 세상사에 빗대 쓴 글을 엮었다. <성호사설>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성호 이익(李瀷)이 책을 읽거나 남에게 들은 바를 바탕으로 ‘손 가는 대로 기록한 것’들을 모은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성호의 생각을 읽는 것이기도 하고, 저자의 생각을 읽는 것이기도 하다. 성호 본인은 <성호사설> 서문에서 자신의 책을 ‘희필(戱筆)’, 즉 ‘장난삼아 쓴 글’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책에 인용된 성호의 글 속에는 조선 후기의 사회모순 속에서 고난을 겪고 있는 소외계층에 대한 연민과 개혁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다. 강명관 교수는 “글을 읽어나갈 수록 나는 성호가 살던 조선 후기 사회가 아니라, 지금 세상을 다시 곱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성호는 말한다. “대저 정치가 밝지 않은 것은 공정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고, 공정하지 못한 것은 청렴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청렴하지 않은 것은 검소하지 않은 데서 비롯되고, 검소하지 못함은 자기 분수에 만족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성호는 소수 특권층이 권력을 독점하는 ‘벌열(閥閱)정치’ 아래서 가렴주구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고단한 현실을 맹렬히 고발한다. 그러면서 성호는 걸왕(桀王)의 폭정 아래서 신음하던 하(夏)나라 백성들이 “저 해가 언제나 없어질까? 나는 너와 함께 망해 버렸으면 좋겠구나”라고 절규하다가, 은(殷)나라 탕왕(湯王)이 걸왕을 무너뜨리자 “이제 우리는 살아나려나 보다”라고 환호했던 얘기를 전한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급격히 진행되는 양극화를 방치하면 국민은 극소수의 절대 부자와 절대 다수의 빈자로 나뉘고 나라는 이중국가가 될 것”이라면서 “양극화와 이중국가 문제를 방치하면, 앞으로 타국의 침략을 호기로 여기는 자들이 나올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저자의 주장 가운데 무역이나 경제발전, 개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대목이나 신자유주의를 조선 말기 양반의 학정에 비유한 대목 등은 동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성호와 저자가 던지는 ‘공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공정’과 ‘퍼주기식 포퓰리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 그것이 우리 시대의 숙제일 것이다.

글·배진영 기자


법가, 절대 권력의 기술
정위안 푸 지음 | 돌베개 펴냄ㆍ1만2천원
한비자·상앙·이사 등에 의해 정립된 법가(法家)사상은 고대 중국의 주요 사상 중 하나였고, 진(秦)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유가(儒家)사상이 중국 역대 왕조의 공식 이념이 되면서 법가사상은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났다. 저자는 진시황에서 마오쩌둥에 이르는 중국 법가사상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황제를 정점으로 한 역대 왕조의 정치체제는 물론 오늘날 중국 공산체제도 법가사상의 산물임을 밝힌다.

문학에서 경영을 만나다
이재규 지음 | 사과나무 펴냄ㆍ1만5천원
피터 드러커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가 문학작품을 통해 기업활동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재구성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포드의 대량생산체계에 대한 비판을,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1920년대 대량소비사회로 접어든 미국의 모순을, 카프카의 <변신>에서는 사무실에 갇혀 사는 월급쟁이의 고단한 삶을 읽어낸다. 우리가 익히 아는 소설이나 시를 경영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면서 시대의 숨결을 느끼게 해 준다.

마이 코리안 델리
벤 라이더 하우 지음 | 정은문고 펴냄ㆍ1만5천원
백인 사위가 한국인 장모와 함께 뉴욕 한복판에서 편의점(델리)을 운영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경쾌한 필치로 엮었다. 유명 문예지 편집자로 일하다가 처가살이를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던 저자는 개성 강한 장모와 함께 온갖 사람들이 찾아드는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된다. 가족의 의미, 문화충돌, 삶의 가치 등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미국 영화계로부터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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