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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외규장각 의궤, 문화재 환수의 시발점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의해 약탈됐던 외규장각 의궤는 조선 왕조의 통치철학과 운영체계를 보여주는 중요 기록물이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지만 지난 1백45년 동안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 문서수장고에서 긴 잠을 자야만 했다.

외규장각 의궤가 지난 7월 19일부터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반에 공개됐다. <145년 만의 귀환,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을 통해서다. 1991년 우리나라와 프랑스 간 의궤 반환협상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그 모습을 일반에 드러낸 순간이었다.

이번에 일반에 공개된 외규장각 의궤는 대부분 왕의 열람을 위해 제작한 어람용(御覽用)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또 국내외에 한 점 밖에 없는 유일본도 상당수 포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9월 18일까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풍정도감의궤> 등 71점의 외규장각 의궤와 의궤의 입체적 이해를 돕는 <강화부 궁전도> 등 총 1백65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의궤를 일반에 공개하는 특별전을 통해 관람객들이 의궤의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뒀다.

이를 위해 3차원(3D) 대형 입체영상도 동원했다. 관람객들이 의궤의 구성과 목차, <가례도감의궤>나 <국장도감의궤>에 그려진 장대한 행렬과 의식에 사용한 물품을 3D영상을 통해 다각도로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가정주부 노승희(31)씨는 “외규장각의궤를 일반에 공개한다는 뉴스를 보고 박물관을 찾았는데 조선 시대에 그린 그림들이 생생히 살아있는 데 깜짝 놀랐다”며 “다시는 이런 문화재를 외국에 빼앗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규장각 의궤 환수를 계기로 문화재청(청장 최광식)은 국외 문화재 환수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창설 50주년을 맞아 지난 5월 국외문화재팀을 발족하고, ‘국외소재 문화재 환수 및 활용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지난 7월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열린 ‘문화재 환수 국제포럼’과 ‘문화재 환수 정책토론회’에는 최광식 문화재청장과 문화재제자리찾기의 혜문 스님 등을 비롯해 국내외 문화재 환수 전문가와 해외 석학, 민간단체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했다.

최광식 문화재청장은 “지난 5월 말, 1백45년 전 프랑스군에 의해 유출된 외규장각 도서가 평화적 방법으로 돌아오는 등 올해는 국외로 유출된 문화재 환수의 이정표가 되는 해”라며 “문화재는 제작된 장소에 존재할 때 비로소 그 진가가 발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 정체성의 일부를 형성하는 문화재가 원산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류 역사의 발전”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확인된 것만 14만여 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길배 문화재청 국외문화재팀장은 “14만여 점의 문화재는 대부분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불법, 부당하게 유출된 것”이라며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오쿠라 컬렉션의 고종황제 익선관과 투구, 갑옷과 이천 5층석탑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나영 이천 5층석탑 환수위원회의 실무위원은 “조선 왕실 의궤, 프랑스 외규장각 도서, 이천 5층석탑 등 국외 소재 우리 문화재의 환수운동이 2010년을 기점으로 더욱 활성화하는 추세”라며 “최근 문화재청에 문화재환수팀이 신설된 것은 그간 민간과 정부가 국외 소재 우리 문화재 환수를 위해 노력해 온 활동의 또 다른 성과”라고 평가했다.

장성욱 문화재청 학예연구사는 “문화재청은 불법, 부당하게 반출된 문화재는 환수하고, 정당하게 반출된 문화재는 해당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매체로 활용한다는 기본원칙을 정했다”며 “국제포럼과 정책토론회를 통해 국외 소재 문화재의 조사연구, 보호활용, 환수활용 기반 조성, 효율적 민관협력 방안 등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여기간 연장을 확실히 보장받아야 한다”는 지적은 귀담아 새길 만하다. 현재 외규장각 의궤는 ‘반환’이 아닌 ‘대여’ 형태로 국내에 들어온 상태다. ‘5년 주기로 갱신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에 대한 강제조항은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실패한 협상’ ‘제2의 병인양요’라며 외규장각 의궤의 국내 환수를 폄하하는 시각도 있다.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 수장고에서 외규장각 의궤를 처음으로 찾아낸 재불 서지학자 박병선(83) 박사는 “‘대여’라는 말을 없애기 위해 여러분들이 손에 손을 잡고 장시간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의궤가 영원히 한국에 남도록, 다시는 프랑스로 가지 않도록 여러분 모두가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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