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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막 나온 어린 여가수 아이유의 신보는 흥미롭다. 음반을 딱 보자마자 ‘K팝’이라는 용어로 포장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댄스음악과는 의도적으로 여러 점에서 차별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다르다. 아이유는 이번 2집을 구상하면서 윤상, 김광진, 정석원, 이적, 김현철, 정재형, 윤종신, 김형석 등 1990년대부터 활동해온 중견 작곡가들이 써준 곡을 받았다. 받았다기보다는 의뢰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들 가운데 요즘 아이돌 댄스 판을 주름잡고 있는 이른바 ‘후크 송’ 작곡가는 없다. 아이돌 음악과는 명백한 분리 선을 치고 있음의 증명이다. K팝 가수들이 섹시 댄스와 화려한 비주얼로 무장했다면 자신은 ‘음악으로 승부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예능이 아닌 예술을 택했다고 할까. 그렇지 않았다면 1993년생의 고3 여학생에게 실력파 작곡가들이 선뜻 곡을 내줄 리 없었을 것이다.

앨범에 13곡이나 되는 많은 곡을 수록한 것도 요즘 트렌드와 다르다. 근래 가수들은 디지털 싱글 시대를 맞아 앨범에 달랑 한두곡 아니면 잘해야 다섯 곡 정도를 수록하고 있다.




한 제작자는 “과거 음반 자체로 마케팅하던 시절에는 많은 곡을 넣는 게 당연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와 시간이 없다”며 흐름이 너무 빨리 바뀌기 때문에 스튜디오에서 앨범을 만드느라 오랜 시간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많은 제작자나 가수들이 앨범이라는 작품세계보다는 싱글을 통한 상업적 흥행에 좌우되는 현실에 허덕이고 있다.

아이유는 이런 풍토와 트렌드로부터 떨어져 나와 찬찬히 음악을 만들었던 1990년대로 되돌아가고자 한다. ‘반(反)디지털’이요, ‘안티 아이돌’인 셈이다. 물론 2집의 타이틀곡 ‘너랑 나’가 대박을 친 ‘좋은 날’과 같은 작곡가, 유사한 분위기를 취한 것은 패턴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아이돌과 다를 게 뭐냐는 지적도 있다. 이 곡이 앨범에 혼자 덩그러니 걸려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유가 이런 음악으로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해 1월 일본에서 쇼 케이스를 시작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가동한다고 한다. 성공여부를 떠나 아이돌 댄스음악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른 성격의 ‘K팝’을 지향하는 것이다. 여기에 의미가 있다. “한국 음악은 오로지 아이돌 댄스밖에 없나?” 하는 K팝에 대한 외국의 반한류와 혐한류에 대한 일종의 대응이다.

K팝이 지속적으로 해외로 나가 실적을 쌓기 위해서 우리가 바짝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내수시장의 정비’다. 내수시장이 다양한 음악콘텐츠가 경합하는 온전한 상태여야 한다. <나는 가수다> 열풍은 어떤 점에서 우리의 음악계가 걸 그룹이나 아이돌 후크 송으로 획일화되어 있지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고 할 수 있다. 내수시장에서 검증된 다채로운 장르와 가수들이 바깥으로 나가야 K팝과 한류는 생명력을 얻을 것이다.

음악의 흐름은 결코 인위적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승부는 대중들의 선택과 판단에 따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다.

우리 대중들이 아이돌 음악만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저런 음악이 쟁패하고 대중들이 그중 좋은 것을 골라내는 음악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투애니원과 함께 아이유도, 김범수도, 인디 밴드 옐로 먼스터즈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음악들이 모두 바깥에 나가 K팝이 얼마나 가지가지인가를 보여줘야 한다.

글·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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