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001년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을 필두로 2003년 판소리, 2005년 강릉단오제, 2009년 강강술래·남사당놀이·영산재·제주칠머리당영등굿·처용무에 이어 지난해에는 가곡(반주에 맞춰 부르는 시조)·대목장·매사냥이 차례로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번 심사에서 한산모시의 등재는 극적이었다. 예비 심사에서 ‘정보보완 권고(등재 보류)’ 판정을 받았던 터였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우리 대표단이 적극적인 구두 설명에 나섰고 마침내 이를 수긍한 위원들이 손을 들어줬다.
충남 서천군 특산품인 한산모시는 우리나라 모시의 대명사. 입어도 입지 않은 것처럼 가볍고 시원해 예부터 여름철 옷감으로 인기였다. 섬세하기로도 유명하다. ‘한산모시는 밥그릇 하나에 모시한 필이 다 들어간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다. 모시풀 수확에서 표백까지 한 필의 모시가 탄생하기까지는 기나긴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한다. 쉬지 않고 작업해도 3개월이 꼬박 걸리고 전 과정을 육체 노동으로 해야 하는 수고의 산물이기도 하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충남 서천에는 모시를 생업으로 하는 집들이 많았다. 마을 여인들은 밤새 짠 모시를 새벽 시장에 내다 팔아 자녀 학비를 대고, 시집·장가를 보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합성섬유가 등장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1990년대 들어서는 값싼 중국산 모시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전통 모시는 고사 지경에 이르렀다.
명맥만 이어오던 한산모시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서천군이 팔을 걷고 나섰다. 한산모시관을 개관해 홍보와 교육에 앞장섰다. 한산모시의 우수성에 사람들이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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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의 등재 영예는 각별하다. 세계 전통무예 중에서 가장 먼저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영광을 차지한 것. 택견은 줄타기와 더불어 이미 예비 심사 격인 ‘세계무형유산 대표목록 심사보조기구’ 심사에서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아 유네스코 관례상 본심에서도 등재가 확실시됐다.
택견은 율동과도 같은 동작으로 상대를 차거나 넘어뜨리는 기술을 특징으로 하는 전통무예이다. 춤추는 듯한 부드러운 동작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파괴력은 보는 사람이 깜짝 놀랄 정도다. 현재 50여 명의 공식 이수자가 있으며, 한국전통택견협회가 전승·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심사 과정에서 택견과 함께 관심을 모은 것은 중국의 전통무예 쿵후였다. 택견이 쿵후를 제친 것은 국제적 지명도로만 보면 의외의 결과였다. 쿵후는 일찍이 노란 트레이닝복 차림에 ‘아뷔요’라고 외치는 이소룡 영화 덕분에 서방에도 널리 알려졌다. 최근에는 인기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의 유명세까지 더했다. 중국 정부 역시 ‘소림사 쿵후’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몇 년째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번에도 등재 심의 대상에는 올렸다. 하지만 27일 회의 직전 자진 철회했다. 2009년 예비 심사에서 ‘정보 보완 권고’ 판정을 받은데 이어, 이번 예비 심사에서도 같은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눈길을 끈 줄타기는 언뜻 봐서는 세계 여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공연 예술이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대부분 줄을 타는 재주에만 중점을 둔 것과 달리 우리 줄타기는 음악이 가미된다. 또한 줄을 타는 줄광대와 땅에 있는 어릿광대 사이의 대화가 특징이다.
줄광대는 농담을 주고받고 악사들은 음악을 연주한다. 줄광대는 관객 앞에서, 단순한 기술에서 시작해 점차 고난도의 기술을 펼쳐보이는데 40여 가지 기술이 수시간에 걸쳐 이어진다. 현재 경기도의 줄타기보존회가 줄타기 전승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들어 세계 문화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는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출범식이 열렸다.
이리나 보코바(Irina Bokova)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은 역동적이고 현대적이며 과학적으로 발전을 이룬 나라인 동시에 무형유산을 소중하게 여기고 보호·보존하려 노력하는 나라”라며 “택견과 줄타기, 한산모시짜기가 미래 세대에도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설립지로 한국을 선택한 데 대해서도 “한국은 무형문화유산이 풍부하고 한국인들은 연대감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문화유산 목록 작성 등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글·전병근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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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