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김두식의 <욕망해도 괜찮아>는 관용에 관한 책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지은이가 그동안 줄곧 주장해 온 바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은 흥미롭지 못한가? 그렇지 않다. 결국에는 입때 해 온 말을 하지만 그 말을 다른 방식으로 하는지라 훨씬 흥미롭고 집중해서 읽게 된다. 더욱이 시쳇말로 지은이의 글재주가 물이 올라
감탄하며 읽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 실린 글은 본디 인터넷에 연재되었는데 그때 제목이 ‘색, 계’였다 한다. 그 유명한 영화제목을 따온 것에서 알 수 있듯 색은 욕망의 세계요, 계는 규범의 영역이다. 두 영역 사이에는 넘어설 수 없는 선이 짙게 그려져 있다. 원칙이 그렇다는 말이다.
실제는 두 영역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한다. 영화도 그랬다. 계를 상징하는 친일 경찰과 색을 뜻하는 항일 여학생은 결국 선을 넘어선다. 통념과 달리 육체의 탐닉을 통해 사랑에 이르고 결국 색과 계는 섞이고 만다. 이것이 실제 우리네 삶인데도 계가 색을 억압하고 비난하는 현상이 일상화했다.![]()
지은이는 욕망에 대해 의미 있는 말을 한다. 르네 지라르의 이론을 빌려 와 우리의 욕망은 다른 이의 욕망을 모방하는 것이고 이 욕망이 경쟁을 하면 마침내 긴장이 극에 이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희생양을 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예인 스캔들이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모방욕망에 따른다면 다른 사람의 욕망을 비판할 적에 기실 나도 그 욕망을 꿈꾸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은이는 제때 불태우지 못한 소년의 열정이라는 말로 색의 세계를 정의한다. 살아오며 품은 욕망을 적절하게 풀어 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욕망을 억제하고 규범에 충실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리하여, 말하자면 프로이트가 말한 억압된 것들의 귀환을 목격하게 된다.
40~50대에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억압된 욕망을 무리하게 실현하다 몰락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것이다. 욕망은 억압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출몰한다. 규범만 강조한다고 해서 건강하고 건전한 삶을 살 수 없는 이유다.
검사출신답게 지은이는 계의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주목하라고 말한다. 법을 만드는 이는 국회의원이고 이를 집행하는 이는 사법부다. 우리 사회의 지배엘리트가 계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광범한 의견을 참고해 규범을 만들까?
지은이는 이런 의견에 상당히 회의적이다. 일반인의 시선으로 보더라도 국회의원에 법조인 출신이 다수이고 법조인들은 갈수록 특정한 계층 출신들로 충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은이는 규범을 의심하라 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관용과 연결된다.
“교리는 딱 한 가지뿐이고 거기서 파생되는 규범은 모두 지켜져야 한다는 세계관은 상상도 못할 불관용적 태도와 끝없는 불안을 낳습니다.”
지은이는 최근 한 신문에 유명인사들을 만나 인터뷰한 기사를 쓰고 있는데 그 제목이 고백이다. 남에게 고백을 ‘강요’하던 그가 이 책에서는 자신의 성장사를 솔직하게 고백한다. 남의 욕망을 들춰내 이야기를 끌어 나갔다면 공감지수가 떨어질 수도 있을 성싶다. 계의 세계에서 성장하면서 색의 세계로 넘어가는 이들을 부러워했던 지은이는 욕망의 가치를 인정하자고 말한다. 억압하려고만 하지 말고 잘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말이다.
이런 솔직한 자기고백이 결국 남의 욕망에 대해 너그러워질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읽다 보면 전적으로 동의하게 된다. 그래서 맨 처음부터 이 책은 욕망이 열쇳말이 아니라 관용이 핵심어라 말했던 것이다.
아무튼 발칙하고 발랄한 이 책을 읽으며 “너무 규범에 갇히지 말고 살살 놀면서 살자”는 지은이의 유혹에 다 함께 넘어가 보자.
글·이권우 (도서평론가)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