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으면서 사는 것 같아요. 오늘도 부부 세 쌍이 함께 영화를 보러 왔는데 젊었을 적 시절이 떠올라서 좋았어요.”
산악회 멤버 10명을 이끌고 ‘100일 영화제’를 찾은 이상돈(65)씨는 실버영화관의 열혈 관람객이다. 그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보고 싶은 영화를 검색해서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골라 본다.
이씨는 “시설도 좋고 화면도 크고 무엇보다 누구 눈치를 안 봐서 좋다”면서 “일반적인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가면 젊은이들이 많고 문화적인 차이가 커서 불편하지만 실버영화관은 비슷한 연배가 많아 심리적인 안정감이 든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날은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상영되고 있었다. ‘100일 영화제’의 영화 한 편당 입장료는 55세 이상은 2천원, 그 미만은 5천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매주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1일 상영횟수는 3~5회로 전 연령층이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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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영화제’에서는 100일 동안 매일 국내 명작 3편(길소뜸, 고교얄개, 오싱)과 해외 고전 명작 12편(사운드 오브 뮤직, 빠삐용 등)을 만나볼 수 있으며 지난 10월 28일 시작으로 내년 2월 9일까지 진행된다. 실버영화관을 찾는 노인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아름다운 소비활동이 가능하다. 이날 영화를 관람한 박영수(73)씨는 “친구들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면서 “영화가 끝나면 티켓소지 시 할인해주는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말했다.
색소폰 연주를 즐겨하는 박씨는 음악무대를 갖춘 음식점 ‘파고다 타운’에서 음식값 천원을 할인받고 더불어 악기를 연주하기도 한다. 3대 남문떡집이나 허리우드식당, 이레이발소 등도 실버영화관과 연계해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낙원상가 4층에 있는 실버영화관은 지난 2009년 1월 개관했다.
실버영화관 김은주(38) 대표는 “처음 상권 조사를 할 당시 종로 일대를 가득 메운 노인들의 모습을 보고 젊은 세대보다 노인을 위한 문화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극장 인수 동기에 대해 말했다. 이후 실버영화관을 기획, 3년째 노인들의 포근한 쉼터로서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실제로 김은주 대표는 로비에 마련된 각 테이블을 찾아 관람객과 인사를 나누기도 하는 등 이곳을 찾는 노인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어르신들이 가끔 떡도 가져다줄 만큼 예뻐해주신다”면서 “그만큼 노인을 위한 문화공간을 목말라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버영화관의 가장 큰 모토는 ‘소외된 노인들을 위한 문화복지제공’이다.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는 노인들의 암담한 현실을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는 휴식처가 되어주는 일이다. 김 대표는 “밥만 먹는 게 최고는 아니다”고 말한다.
노인복지의 초점이 끼니 해결의 문제를 넘어 문화향유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사회에서 은퇴해 멈춰 있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어르신들에게 그들의 시간을 되돌려주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을 위한 공간이라는 취지에 맞게 영화관의 스태프들도 50~70대로 구성된 노년의 직원들이다. 이들은 고용노동부의 사회공헌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자원봉사활동으로 은퇴 후 인생 2모작을 꾸려나가고 있다.
실버영화관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도 남다르다. ‘100일 영화제’의 홍보를 위해 한 달 전부터 노인대학을 비롯해 노인정, 노인복지센터를 돌아다니면서 전단지 배포 등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100일 영화제’의 첫 개봉작 <남과 여>가 전석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실버영화관은 지난 2009년 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영화관이 사회공헌 기업으로 선정된 세계 최초의 사례다. 여기에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아닌 노인들의 정서적 유대감과 사회적 안정감에 기여하는 교육의 장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김 대표는 “수익을 생각하기보다 진정으로 노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겠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실버영화관을 어르신들을 위한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100일 영화제’에 대한 홍보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번 ‘100일 영화제’ 동안 상영할 영화는 설문지 5천장을 조사해 선정한 작품”이라면서 “자녀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오면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연령과 무관하게 모두 2천원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김이슬 인턴기자 / 사진·염동우 기자
찾아가는 길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 4번출구 낙원상가 4층 (지하철에서 걸어서 2분 거리) 문의 www.bravosilver.org ☎02-3672-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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