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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동서문명이 만나 꽃피운 예술의 세계




터키는 커피·담배와 같이 특유의 향기, 맛 등을 즐기는 기호품 문화가 매우 발달했다. 1554년에는 두 명의 시리아인에 의해 이스탄불에 세계 최초의 공공 커피하우스가 개장되기에 이르렀다. 오스만 제국의 황제 술탄들은 커피용 은주전자와 은화로 등 고급스럽고 화려한 커피 용구로 격식을 갖춰 커피를 즐겼다.

터키 고유의 목욕 문화인 하맘은 우리의 찜질식 목욕처럼 습하고 뜨거운 증기를 사용하지 않고 밀폐된 공간에 적당히 데운 열기를 가득 채우고 대리석 바닥에 누워 즐기는 건조욕이다.

유럽에서 고대로부터 발달했던 공동 목욕 문화는 거의 사라졌지만 터키에는 공동으로 목욕을 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고 역사가 긴 경우는 5백년이 넘는 곳도 있다. 특히 오스만의 목욕 문화는 신체의 정결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슬람 문화의 영향으로 제국 곳곳에서 크게 발달했다.



카펫은 이슬람 생활예술의 백미로, 아나톨리아 반도의 주요 도시들은 뛰어난 품질의 카펫을 만들기로 유명했다. 오늘날 인기 모직물인 ‘앙고라’ 역시 주요한 카펫의 생산지였던 앙카라 지방의 염소털에서 유래했다.

오스만 제국의 절대권력자이자 황제였던 술탄들은 수정으로 만든 체스를 즐겼으며, 욕실에 들어갈 땐 자개와 은 장식의 화려한 욕실화를 신고 다녔다. 이 욕실화는 신분에 따라 높낮이가 달랐다.

이상은 국립중앙박물관 ‘터키문명전-이스탄불의 황제들’에서 얻을 수 있는 터키에 관한 몇 가지 지식이다.

국립중앙박물관 터키문명전은 동서 문명의 교차로로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꽃피웠던 터키의 독특한 역사를 보여주는 예술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아나톨리아 문명과 인류역사상 최초의 철의 제국이었던 히타이트, 미다스 왕의 전설이 깃든 프리기아의 문명에서부터 술탄의 문화까지 살펴볼 수 있다.



터키는 나라 전체가 박물관이라 할 정도로 아름다운 문화와 유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터키 앙카라 소재 아나톨리아문명박물관, 이스탄불고고학박물관, 터키이슬람미술관, 톱카프궁박물관 등 총 4개의 터키 국립박물관 소장 문화재 1백52건 1백87점을 엄선해 선보이고 있다.

특히 빨간 루비가 장식된 술탄 쉴레이만 1세의 칼, 4백30개의 보석이 수놓인 터번 장식, 깎아 놓은 듯 섬세한 문양이 새겨진 은 커피 향로와 커피 주전자, 화려한 보석 장식 커피잔 받침 등 술탄의 다양한 소장품은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술탄의 통치이념과 권력의 기반이 됐던 이슬람 종교의 의례용 촛대, 정복자 술탄 메흐메드 2세의 코란, 나전 코란함 등 단순하게 종교 용품으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화려한 예술품으로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는 문화재도 함께 선보인다.




기원전 3000년경 터키 아나톨리아 고대 문명 시기에 제작된 유물에서부터 19세기 오스만 제국 시기까지의 터키 역사 전반을 아우를 수 있도록 시간의 흐름에 따라 4부로 구성해 놓았다.

전시 1부인 ‘고대문명의 중심–아나톨리아 문명과 철의 제국 히타이트’에서는 기원전 3000년경 터키 아나톨리아 고대 문명의 신화와 전설을 다루고 있다. 황금의 손을 가졌던 미다스 왕의 전설이 깃든 프리기아의 청동물병과 ‘트로이의 목마’로 멸망에 이르렀던 트로이 시대의 금귀고리, ‘철제 무기의 제국’의 하투실리 1세의 문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의례용으로 사용됐던 사슴모양 깃대 장식도 전시돼 있다.

2부는 ‘서양문명의 원류–그리스·로마 문명과 알렉산더의 꿈’을 주제로 하고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 원정을 시작으로 터키

전역에서 발전했던 헬레니즘 양식의 조각상과 부조들이 전시돼 있다. “1부와 2부 공간은 소통하면서 볼 수 있도록 테이블 전시를 활용했다”는 게 김세원 학예연구사의 설명이다.

3부에서는 ‘찬란한 기독교문명의 수도-콘스탄티노플과 동로마 제국의 영광’이라는 주제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 및 오리엔트 문명을 흡수한 동로마 문명의 특징을 보여준다. 로마 제국의 혼란을 수습하고 로마를 재통일한 플라비우스 발레리아누스 콘스탄티누스 1세의 초상을 비롯해 예수 그리스도의 일상을 표현한 지름 8.4센티미터의 금제 메달, 루비와 바로크 진주 등 약 4백30개의 보석으로 장식한 터번 장식이 볼거리다.

청동기, 철기와 헬레니즘 문화를 거쳐 4부에서는 ‘이슬람 문명의 수도-이스탄불과 오스만 제국의 영화’가 펼쳐진다.

술탄의 권능을 상징했던 보석 장식 투구나 술탄 쉴레이만 1세의 칼은 술탄의 강력한 권력과 함께 당시의 뛰어난 예술성을 엿볼 수 있는 유물로 꼽힌다. 술탄이 즐겼던 수정 체스나 나전 코란함, 보석장식 촛대 등이 이곳에 전시돼 있다. 4부에서는 보석 장식의 백자그릇 등 점차 동서양의 문화가 융화된 유물들도 만나볼 수 있다.

터키문명전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시를 관람한 김승은(75)씨는 “오스만 유물들은 보석이나 금은 세공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정교하고 섬세해 놀랄 지경이었다”면서 “무엇보다 터키에 가서 일일이 박물관들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지 않아도 터키의 대표 유물들을 한 번에 관람할 수 있는 전시라 좋았다”고 말했다.

글·박근희 기자 / 사진·유창우 기자

전시기간 9월 2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관람료 성인 1만2천원, 중고등학생 1만원, 초등학생 8천원, 유아 5천원, 65세 이상 6천원
문의 www.museum.go.kr ☎1666-4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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