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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1997년 9월 가봉으로 취재 가려는 저자에게 ‘오토그’라 자신을 소개한 한 프랑스 남성이 접근해 취재를 돕겠다고 자청한다. 실제로 가봉에서 오토그의 도움으로 안 되는 일이 없었다. 웬만한 장관과의 면담은 전화 한 통화로 해결됐다. ‘오토그’의 실체(?)는 몇 개월 후 드러났다. 가봉에 진출한 프랑스 정유회사 엘프의 비자금 사건인 ‘엘프 스캔들’이 프랑스를 강타한 것. 저자는 ‘오토그’를 사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이미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오토그’는 세금 포탈 등 역외 경제문제를 파헤치려는 저자의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려는 다국적 기업과 지배 엘리트들이 고용한 ‘유령’이었던 것이다.

글로벌 경제·정치 전문가인 저자 니컬러스 색슨은 “조세피난처는 글로벌 경제의 중핵(中核)이자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그는 수많은 경제 관료와 세무공무원·은행가의 증언, 각종 자료를 통해 지난 세기 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조세피난처의 실체를 보여준다.

영국인 베스티 형제는 전설적인 조세 포탈의 달인. 20세기 초 영국 최고의 정육 소매업자였던 형제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사업을 벌이면서 변호사·회계사와 짜고 조세당국을 농락했다. 이윤은 세율이 낮은 곳으로 항상 옮겨놓고, 영국에 귀국할 때는 ‘거주자’가 아닌 ‘방문자’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이중과세 문제를 제기했다.

한마디로 세금 안 내겠다는 배짱이었다. 책은 지금도 세계 곳곳을 돌면서 세금을 포탈하는 다국적 기업과 그들을 돕는 회계, 법무법인 등의 수법을 상세히 고발하고 있다.


저자가 조세피난처를 비난하는 이유는 역외 금융체제가 세계적인 가난과 불평등을 고착화시킨다는 점에서다. 세수 규모는 일정한데 기업과 부자들이 세금을 떼어먹으면 결국 그들이 내야 할 세금만큼 서민들의 주머니가 얇아질 수밖에 없다. 국가 간 빈부격차도 마찬가지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06년 개발도상국이 불법적인 금융거래로 입은 손실이 8천5백억~1조 달러에 이르는데, 개도국이 해외 원조를 통해 받은 총액은 1천억 달러라는 것. 즉 1달러 줄 때, 뒤로는 10달러를 빼앗아가는 셈이다.

또 이 책은 스위스 은행이 비밀주의를 채택한 것이 히틀러로부터 독일 유대인의 자산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라는 ‘전설’이 실린 1960년대 한 스위스 은행의 사보(社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등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한다.

글·김한수 (조선일보 문화부 출판팀장)


외로워지는 사람들
셰리 터클 지음 | 청림출판·2만3천원
페이스북 친구의 수는 늘어나는데 왜 마음을 터놓을 친구는 없어지는 걸까? 사회심리학 교수인 셰리 터클은 오랜 실험 데이터를 통해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사람들의 교류는 활발해졌지만 대화는 더 공허해졌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함께 홀로(Alone Together)라는 원제처럼 점점 외로워지는 현대인들이 소중한 가치를 지켜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테크놀로지가 발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헌혈견 엣지
원윤선 지음ㆍ백정석 그림 | 중앙m&b주니어·1만1천원
미국에서 한국으로 입양된 후 오랜 시간 봉사견으로 활약해 온 ‘엣지’의 감동 실화를 재구성한 동화다. ‘엣지’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마약탐지견으로 이름을 날렸고, 2008년 10월 마약탐지견을 은퇴하고 나서는 다른 개한테 수혈해 주는 ‘공혈견’으로 활동하며 4년간 52마리 개들의 생명을 구했다. ‘엣지’의 삶을 통해 대가 없는 애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누이
김정현 지음 | 학고재·1만2천원
작가 김정현의 <아버지>
<맏이>에 이은 ‘가족 연작’ 완결판이다. 집안의 생계와 동생의 학비를 책임지기 위해 한평생 억세게 살아온 주인공 영순을 통해 어려운 시절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수많은 누이의 삶을 되돌아본다. 우리 삶에서 돈보다, 경쟁보다 가족이 가장 중요했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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