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기성용은 거친 수비로 상대 공격을 중원에서 차단한다. 칼날 같은 패스로 그라운드 구석구석 공을 뿌린다. 방향 전환을 위한 롱패스도 한 치의 오차가 없다. 전담 키커로 세트피스를 책임지면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도 뽐낸다. 대표팀에서든 소속팀에서든 답답한
경기의 흐름이 기성용을 거쳐 갈 때마다 뻥 뚫린다.
기성용의 거침없는 행보 앞에 ‘쉼표’란 없다. 지난 10월 7일 폴란드와의 평가전(2대2 무승부), 10월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3차전(2대1 승)을 치르고 소속팀에 복귀하자마자 10월 15일 킬마녹전에 나서 공격포인트까지 올렸다.
올 시즌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17경기에서 벌써 5골 5도움.
지난 시즌 34경기 4골 5도움에 맞먹는 폭발적 상승세다. 유럽파 가운데 소속팀에서 붙박이 주전을 꿰찬 선수는 기성용이 유일하다.
![]()
UAE전에서 기성용은 ‘패스의 진가’를 선보였다. 이날 기성용은 91퍼센트(89번 시도, 81번 성공)에 달하는 패스 성공률을 보여줬다. 10미터 이상의 중장거리 패스에서도 79번 시도해 무려 75번 성공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MBC 해설위원)는 “유럽 선수들에 견줘 결코 뒤지지 않는 신체조건(1미터87·75킬로그램)을 지닌 데다, 킥을 할때 무게중심을 낮춰 공에 최대한의 힘을 싣는다”며 “이 때문에 정확하면서도 파워 넘치는 킥이 나온다”고 말했다.
올 시즌 기성용의 화두는 ‘독기’다. 2009년 말 셀틱에 입단해 거칠기로 소문난 스코틀랜드 리그에 어울리지 않는 얌전한 플레이로 벤치 신세를 지는 날이 많았다. 2010년 초 팀내 ‘파워 태클러’ 조사에 꼴찌는 기성용이었다. 당시 닐 레넌 셀틱 감독은 “그딴 식으로하면 쫓아내겠다. 과감하게 태클을 하라”고 기성용을 윽박질렀다.
정글 같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성용은 ‘싸움닭’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과감한 태클과 강력한 몸싸움을 서슴지않으며 차츰 스코틀랜드 리그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에 입성한 지 1년10개월. 반쪽자리 수비형 미드필더는 더 이상 없다. 이제 강력한 수비는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기성용의 성장은 A매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캡틴’ 박지성(31·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 대표팀 은퇴를 했고, ‘쌍용’의 한 축인 이청용(23·볼턴)마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그의 존재감은 더 뚜렷해졌다.
![]()
조광래 감독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성용이처럼 공을 차라”고 말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조광래호에서 기성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헤딩 능력과 혼전 상황에서 순간적인 볼 처리 능력만 키운다면 기성용은 역대 한국 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성공시대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몸값은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09년 FC서울에서 셀틱으로 이적할 당시 그의 몸값은 2백만파운드(약 37억원)였다.
현재 그의 시장가는 1천만 파운드(약 1백83억원)선으로 무려 8백만 파운드(약 1백46억원)가 껑충 뛰었다. 이적시장에서 러브콜이 쇄도하자 셀틱 구단이 직접 나서 제동을 걸 정도다.
빅리그 진출설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
2014년 1월까지 셀틱과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기성용은 유럽 현지 언론을 통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부터 꾸준히 러브콜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빅4’ 가운데 한 팀인 리버풀이 기성용의 영입을 노리고 있다는 영국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기성용은 “현 소속팀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기성용은 지난 10월 12일 소속팀으로 복귀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단 셀틱에서 더 배우고 싶다. 셀틱이 최근 3년간 우승을 못했다. 이번 시즌 전승을 이루는 게 먼저다. 다른 팀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심재희 OBS 해설위원은 “다음 시즌 빅리그행은 시간 문제이다.
느긋하게 시간을 갖고 자신에게 최적의 팀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유럽, 한국, 중동을 오가는 ‘살인 일정’에도 기성용은 싱글벙글이다. 최근 두 차례 A매치 이후 한국 대표팀은 선수 차출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조광래호 출범 이후 처음 대표팀에 뽑혔으나 2경기에서 겨우 55분의 출전 기회를 얻은 이동국(32·전북 현대)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19·함부르크)이 논란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기성용은 개인보다 팀이, 팀보다 나라가 우선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기성용은 선수 차출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을 다녀오면 힘들지만 그걸 변명 삼으면 그냥 조기(축구)회 가서 공 차야 된다. 요즘 팀이 이기지 못해 책임감을 느낀다. 다음부터는 준비 더 잘하자”는 글을 올렸다. 아버지 기영옥씨는 “성용이뿐 아니라 나 역시 국가대표로 뛰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젊은 시절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막 스무 살을 넘긴 태극전사 기성용. 축구선수로서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멀다. 이제 막 1막을 열어젖힌 기성용의 성공신화가 앞으로 어떻게 2막, 3막으로 이어질지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글·김연기 (한겨레신문 스포츠부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