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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갱번’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지. 톳, 미역, 가사리 등이 자라는 조간대(潮間帶)를 일컬어 전남 여수지역 섬사람들이 부르는 용어다. 갱번은 번듯한 논밭이 부족한 섬사람들에겐 육지의 문전옥답보다 중요한 삶의 터전.

“갱번은 드는 물에 몸을 맡기고 나는 물에 어민들 생계를 책임졌다”(58쪽)는 말이 책을 보면 실감난다. 먹을 게 없던 시절엔 갱번에서 뜯은 톳을 넣고 밥의 양을 늘려 먹었고, 미역과 톳을 팔아 생필품을 샀다.

이 책은 무모한 도전의 첫걸음이다. 저자 김준씨는 전남대에서 ‘어촌사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전남발전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학위논문 작성을 위해 시작한 섬답사가 <섬과 바다> <다도해 사람들> <갯벌을 가다> 등의 책으로 묶여 나왔고, 김씨는 마침내 전국 3천3백여 개 섬 중 유인도(有人島) 4백60여 개를 직접 밟아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섬에 대한 인문학총서 ‘도서별곡(島嶼別曲)’ 프로젝트. 그 첫 결과가 이 책이다. 이 책이 다룬 범위는 여수시와 보성·고흥·장흥·강진·해남군 6개 시군이다. 하지만 남해안 다도해의 지역들이라 이 6개 시군만 해도 저자가 밟은 섬이 71개나 된다. 육지 사람들에겐 다 비슷비슷해 보여도 섬은 모두 다르다.


저자는 고금의 온갖 자료를 뒤져서 섬 하나하나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준다. 한센인들의 한과 눈물이 서린 소록도처럼 유명한 곳도 있지만 작으면 작은 대로, 큰 섬은 큰 대로 무궁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여수 금오도의 경우 조선시대까지 궁궐을 짓고 임금의 관을 짜고 판옥선 등 전선(戰船)을 만들 소나무를 제공하기 위한 섬으로 사람이 살지 못하게 법으로 금했던 섬이며, 일제강점기 한국인 최초의 장로교 목사 중 한명이었던 이기풍 목사가 신사참배에 반대하다 순교한 곳이기도 하다.

마침 여수엑스포가 열리는 주변 지역을 주로 다루고 있어 반가운 책이다. 저자는 “여수엑스포를 통해 국제적으로 해양환경에 대한 재인식, 국내적으로 해양산업의 발전, 지역적으로 해양관광의 메카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함을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며 “덧붙여 지난 한 세기 동안 인간의 삶의 가치를 지배해 온 육지중심의 가치에서 벗어나 바다와 섬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글·김한수 (조선일보 문화부 출판팀장)


청색시대를 찾아서 피카소처럼 떠나다
박정욱 지음 | 에르디아·1만2천원
피카소의 흔적들을 따라가며 행복을 찾는 감성여행 에세이다. 피카소가 친구 페르난데스와 함께 몇 달간 머물렀던 ‘까다께스’, 피카소의 제2의 고향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남쪽 항구 도시 ‘시쩨’ 등 피카소의 여정을 따라 세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예술가 피카소의 흔적을 돌아보며 진정한 행복을 찾는다.

잘 가요 엄마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1만2천원
등단 41년을 맞은 소설가 김주영이 그려낸 엄마 이야기다. 자신을 희생하며 우리를 키워낸 세상의 모든 어머니, 미련하고 바보같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나’는 새벽에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배다른 아우의 전화를 받는다. 고향을 떠나 살면서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지금까지도 버리지 못한 ‘나’는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어머니에 대한 애잔함과 미안함을 느낀다.

휴먼 필
공선옥 외 지음 | 삶이보이는창·1만3천원
54명의 작가가 세상 곳곳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주노동자, 여성, 장애인뿐만이 아닌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이웃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필자들은 인권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을 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직접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인권감수성’에 다가간다. 세상 곳곳에 인권 유린과 부조리, 불합리한 관행과 차별 등이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며 누구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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