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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책 읽어주는 남자 <공자, 불륜을 노래하다>




책 제목, 참 거시기하다. 아무리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지는 세상이라 하지만, 공자님이 불륜을 노래하다니 해도 해도 너무하다.

물론, 공자를 무슨 신줏단지 모시듯 할 필요는 없겠고, 그런다고 요즘 세상에 누가 선뜻 동의할 일도 없으렷다. 그럼에도 불륜 운운한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생각으로 책을 읽다 보면 ‘에구머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네’라며 한 발 물러설 성싶다. 이 책은 제목이 요사스러운 것과는 달리, <시경> 해설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경을 읽다’라는 제목을 붙이든지 하지 왜 이리 요란을 떠나 싶을 터. 알고 보면 사정이 있다. 알다시피 오늘 우리가 보는 시경은 공자가 확정판을 편집했다. ‘시경’이라는 책 제목도 본디 없었다. 그냥 ‘시’라고 하거나 ‘시 삼백’이라 했다. 요즘말로 하면 대중가요 노래모음이나 좀 더 의미를 두자면 민요집이라 보면 된다.

전해 오던 노랫말 가운데 공자가 나름의 관점으로 추려냈는데, 후대 사람들이 ‘시경’이라 이름 붙였다.


더 살펴보면 이렇다. 시경에는 지금부터 3천1백여 년 전인 서주시대부터 춘추시대 중엽까지 불렀던 3백5편이 실렸다. 크게 풍, 아, 송으로 나뉘는데, ‘풍’은 15개 제후국에서 불렀던 민요 1백69편이 들어있다. ‘아’는 귀족계층의 연회에서 불렀던 노래로 우리로 치면 용비어천가에 드는데 1백5수다. ‘송’은 지배계층의 제사 때 쓴 노래로, 우리로 말하면 종묘제례악의 악장에 든다. 40수다. 흥미로운 사실은 풍에 남녀상열지사를 다룬 내용이 꽤 들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풍에는 “일반 평민들이 겪는 소소한 애환 및 당시 사회의 억압적 상황에 대한 원망과 비판, 저항 등이 거짓 없이” 담겨 있다.

문제는 노골적인 성애와 연심을 담은 시들이 있다는 것이고, 이 점은 공자 이후 유학자들을 무척 당황하게 했다. 공자가 좋아한 노래에 음탕한 내용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이에 노래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무리한 해석이 잇따랐다. 주자는 풍에 실린 노래 가운데 정당하지 못한 남녀 사랑을 다룬 것을 특별히 음분시나 음란시라 말했다.

그리고 이런 노래를 공자가 실은 까닭에 대해서는 “나쁜 것은 사람의 방종한 뜻을 징계케 할 수 있다”ㅌ고 보았기 때문이라 여겼다. 음분시를 통해 악한 것을 경계토록 하는 도덕적 자극을 목적했을 것이란다. 예상하지만, 지은이는 이런 해석에 반기를 들고 이른바 음분시에서 동양적 정감세계의 원형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공자가 “즐거워도 지나치지 않고, 슬퍼도 상심케 하지 않는다”고 평한 <물수리>를 보자.

“꾸룩 꾸룩 우는 저 물수리는/ 저-어 강가 모래톱에 있고요/ 아름답고 맘씨고운 아가씨는/ 내 진정 원하는 내 님입니다/ 들쭉날쭉 돋아난 마름풀들을/ 이리저리 헤치며 찾아내듯이/ 어여쁘고 맘씨 고운 아가씨를/ 자나깨나 그리워 찾아봅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어/ 자나깨나 그리워 찾아봅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어/ 자나깨나 애태우며 그려합니다/ 그리운 내 님 생각 지울 수 없어/ 이리저리 뒤척이며 지새웁니다/ 들쭉날쭉 돋아난 마름풀들을/ 이러저리 헤치다 뜯어오듯이/ 이제야 어여쁜 님을 만나서/ 금과 술을 뜯으며 벗이 됩니다/ 뜰쭉날쭉 돋아난 마름풀들을 이러저리 헤치다 골라오듯이/ 아리따운 아가씨 님을 얻어서/ 종과 북을 치면서 즐겨합니다”

이 시에 대해 주자는, 요조숙녀는 주나라 문왕의 비인 태사가 처녀로 있을 때를 말하고 군자는 문왕을 가리킨다며, 이 시는 문왕과 그의 부인인 후비의 덕을 노래했다 해석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이런 사실을 떠올릴 만한 대목이 없다. 무리한 해석의 대표 격이다. 지은이의 해석대로 그냥 젊은이의 사랑노래라 보면 된다. 이렇듯 <공자, 불륜을 노래하다>는 주자가 음분시라 낚인 찍은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노래한 시들의 본래적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

글·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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