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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젊은 피는 뜨겁다 대학축제에 ‘나눔’ 확산



“2천원에 사랑을 실천하세요!” “선배님, 다트 돌리고 아이들 도와주는 건 어때요?”

한여름만큼 무더운 5월 23일 점심시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제 1캠퍼스, ‘숙명지식봉사단’ 진수련(경영학과 1학년)씨의 목소리가 지나가던 발길을 붙잡았다. “아이들을 위해 2천원을 기부하고 다트를 돌려 나오는 상품을 받아 가면 돼요.” 문해수(미디어학부 2학년)씨의 설명에 박규민(가족자원경영학과 1학년)씨가 지갑을 열었다. 모금함에 2천원을 넣고 다트를 돌려 받은 상품은 학교 앞 카페 ‘쎄라비’의 무료 음료 쿠폰이었다.


박규민씨는 “그냥 2천원 기부하라고 해도 좋은데 상품까지 주니 즐겁다”며 “대학 축제에는 주점이나 클럽이 많을 것 같다는 편견을 깨고 나눔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동안 비싼 출연료를 내며 연예인을 초청하거나 음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대학 축제 모습이 변하고 있다. 요즘 대학 축제의 트렌드는 ‘나눔’이다. 숙명지식봉사단 학생 95명이 참가한 행사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전국 29개 대학이 함께 진행하는 ‘2012 캠퍼스 나눔 도전’의 일환으로 열린 것이다.



올해로 5회째 맞는 ‘캠퍼스 나눔 도전’은 대학생들의 나눔 의식을 고취시키고, 대학 축제의 판을 빌려 직접 나눔을 실천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학생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기부금을 모으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적절한 기부처를 연결해 준다. 2008년 1회에는 5개 대학이 참가했지만 올해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숙명여대 등 전국 29개 대학이 참가하며 규모가 커졌다.

숙명지식봉사단은 2008년 1회 행사부터 참여해 왔다. 봉사단은 평소에 용산구 내 동사무소와 사회복지단체 7곳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교육봉사 활동을 한다. 지난해에는 모은 성금으로 아이들에게 운동화를 선물했다. 예년에 비해 신입회원이 늘어난 올해, 축제를 준비하면서 봉사단원들은 축제 기간만에라도 대학 모든 학생이 나눔 활동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랐다.

봉사단 총무 윤소연(통계학과 2학년)씨는 “참여율을 높이려 경품을 주는 게임도 마련했다”며 “2주 전부터 학교 앞 카페와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탐탁지 않아 하던 가게 주인들도 행사의 취지를 듣고 기꺼이 동참했다. 무료 음료 쿠폰 수십 장을 기부한 카페 ‘쎄라비’의 점장 조준형(37)씨는 “더운 날에 땀 흘리며 돌아다니는 학생들의 마음이 예뻐 보였다”며 “누군가는 무심코 사용할 무료 쿠폰이 의미를 가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반응도 뜨겁다.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2천원을 기부하고 ‘사랑의 열매’ 브로치를 받아 간 한양여대 변유진(정보경영학과 1학년)씨는 “축제라고 하면 먹고 마시는 것을 떠올리기 쉬운데 아이스크림 하나 살 돈으로 좋은 일을 하니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학교 부근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 윤경선(46)씨도 “축제가 열린다기에 구경 왔다가 사랑의 열매가 눈에 띄어 왔다”며 기꺼이 2천원을 내고서 “앞으로는 이런 부스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예 축제 자체를 나눔 활동으로 채우는 학교도 있다. 5월 한달, 충남 논산시 곳곳에는 건양대학교 축제에 참여하라는 현수막이 나부꼈다. 지역 주민들도 함께하는 바자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동안 열린 건양대학교 축제 ‘기부 & Give festival’은 다양한 나눔 활동으로 채워졌다. 23일과 24일 양일간 오전에 열린 바자회에는 학생뿐 아니라 지역주민들까지 찾아와 성황을 이뤘는데 여기서 모인 수익금으로 지역 어린이를 위한 책을 샀다. 학생들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서기도 했다.

24일 오전에는 지역 내 독거노인의 집을 수리하거나 보육원의 낡은 담벼락을 바로 세우고 벽화를 그리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활동에 참가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라면 한두 봉지씩 기증했고 총학생회는 이를 모아 대한적십자사에 전하기로 했다.

건양대학교 축제는 3년 전부터 주점 없는 축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축제로 열려 왔다. 그러나 축제 기간 내내 나눔 활동을 펼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진짜 축제’를 만들어 보자는 학생들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장 김형수(기계공학과 4학년)씨는 “축제를 흥겹게 보내기 위해 반드시 술이나 음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학과 특성을 살린 부스를 만들어 학생들의 참여율을 높이고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활동을 해 대학의 발전까지 도모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학생들은 운동처방학과 학생들이 마련한 상담 부스에서 비만도를 측정하고, 안경광학과에서 차린 시력측정 코너에 가서 시력을 재보기도 했다. 술이 없는 축제를 아쉬워할 만도 하지만 학생들의 만족도는 더 높았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올해 축제 기간 중 주점과 부스에서 거둔 수익금 모두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인하대 언어교육원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은 각국의 전통 음식을 만들어 팔고 남은 돈으로 투병 중인 학우를 돕는다. 저소득층 주민들을 초청해 콘서트를 여는 경희대나 전교생이 헌혈에 참가한 대구보건대 등 여러 학교에서 새로운 축제 모습을 선보이는 중이다.

이런 경향에 대해 ‘2012 캠퍼스 나눔 도전’을 이끄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김효진씨는 “요즘 대학생들은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의미를 찾으려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웃을 도우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동시에 색다른 경험을 쌓아 자아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눔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나도 즐겁고 남도 즐겁다”(김하림·숙명지식봉사단 기관장)고 입을 모은다.

글·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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