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표정이 궁금해요. 우리 영화만이 아니고 모든 영화를 볼 때 저 사람이 저 말을 할 때 표정이 어떤지, 표정 속에 담긴 감정이 궁금해요.”
영화 개봉에 앞서 5월 21일 열린 시사회에서 영화를 ‘들은’ 아이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차분했다. <안녕, 하세요>는 일반 상영본 외에 장애인의 관람을 위해 음성해설과 자막을 넣은 ‘배리어 프리’(barrier-free) 버전으로도 상영된다. 음성해설은 탤런트 신애라가
재능기부로 참가했다.
임태형 감독과 촬영팀이 8개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기록한 영상에는 학생(전교생 1백50명), 교직원(70명)의 거의 대부분이 담겼지만, 러닝타임 91분으로 잘라낸 최종 편집본에는 10명 정도만 주요인물로 등장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실망하기보다 영화에 나온 친구의 모습에 만족했다.
“지혜가 주사 안 맞는다고 난리 치다가 선생님께 혼나는 장면이 재미있었어요.”(문다솔·고2)
“저도 지혜가 수업하다 말고 베개 베고 자는 게 웃겼어요.”(박지은·고2)![]()
영화가 관객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기대 반 걱정 반인 사람들도 있다. 서울대 음대 트롬본 전공 진학을 준비 중인 원희승(고3) 군은 “표면적으로는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그렸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장애를 극복하는 모습이 담겼다고 생각해요. 다만, 또래 아이들 모습일뿐 단지 시각장애인이어서 그렇다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학교 홍보부장인 이석주 교감은 “실제 학교 활동이 많이 다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우리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평을 대신했다.
이 학교 음악교사인 황수진(30) 선생님은 아이들 재능이 놀랍다고 설명했다. 일반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다 이곳에 온 황 선생님은 첫 음악수업 때, 일반학교 한 교시 분량을 준비했다가 낭패를 봤다. 아이들이 곡을 금새 외워 10분 만에 수업이 끝났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3월 전교생과 교직원, 졸업생을 아우르는 오케스트라를 편성한 것도 몇 년 전부터 취미로 악기를 시작한 것이 발단이었다.
아이들이 열정을 보이면서 2008년 중고등부 관악부를 결성했고, 현악부와 타악기부가 속속 신설되면서 자연히 오케스트라를 갖추게 됐다. 처음에는 오케스트라를 만든다는 학교 측 이야기에 학부모들이 반신반의했지만, 아이들의 숨겨졌던 재능에 점차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황 선생님은 “아이들이 ‘좋은 귀’를 가졌다”며 “소리가 나는 높이에 따라 상대방의 키를 알고, 목소리 톤으로 상대방의 체형을 아는가 하면, 발걸음 소리만으로 누군지 알아맞힌다. 절대음감인 아이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전문 연주자인 강사의 연주를 듣고 음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음악교육은 아이들에게 성취감과 자신감을 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시각장애인은 취직에 성공하고 나서도 직장동료와 의사소통이 어려워 직장생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각장애인이 악기를 배우면 직장 내 연주회나 음악 관련 동호회에 참가할 수 있고, 악기를 배우고 싶어하는 동료들에게 악기 지도를 해주며 소속감과 자존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시력이 전혀 없는 전맹(全盲) 아이와 저시력 아이가 짝을 지어 다닌다. 그래서 왕따가 없다고 한다. 지난해 일반학교에서 전학 온 공혜원(중3) 양은 “이전 학교에서는 저시력 때문에 위축돼 지냈는데, 이곳에서는 시력이 전혀 없는 학생들에게 내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3층짜리, 5층짜리 건물 2개 동에 22개 교실이 들어선 이 학교에는 계단 대신 경사로가 있고, 복도 양측에는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다. 학교 어디에도 문턱은 없었다. 일반 학교에 비해 선생님이 많다는 것을 빼면 여느 학교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인천혜광학교 교사의 30퍼센트는 이 학교 졸업생이라고 한다.
학교 사진동아리를 지도하는 이상봉 선생님은 자신도 척추측만증이란 또 다른 장애를 갖고 있어 아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깊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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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으로 살 때 늘 위축이 됩니다. 저도 심리적으로 장애를 극복하고서 비로소 사회의 일원이 됐습니다. 아이들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수업은 1교시 독서로 시작해 고등과정은 월~금 11교시까지 수업을 듣는다. 고등과정을 마치면 전문대에 해당하는 전공과정에 진학할 수도 있다. 교과목은 국·영·수 같은 일반과정 외에 국토순례, 고적답사, 스키캠프, 1인 1악기 연주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특징이다.
여기에 졸업 후 취업을 위해 안마, 침구 같은 과목이 추가된다.
인천혜광학교는 사회복지법인 광명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사립학교다. 1961년 경기맹학교로 설립인가를 받아 1982년 인천혜광학교로 교명을 바꿨다. 당시 이사장이었던 명선목 교장은 “특수학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맹(盲)자를 뺐다”고 설명했다.
“우리 학교의 최종 목적은 일자리입니다. 장애인도 자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각장애인 중에는 대학 교육까지 마치고서도 집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학교의 모든 학생이 적어도 1개 이상 악기연주를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도 사회와 소통하고 직장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글ㆍ남창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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