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요즘 미술계에서 고서화(古書畵) 전시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간송 미술관의 봄·가을 정기전이나 삼성미술관 리움의 고미술 전시 등을 빼고는 우리 옛 그림을 볼 기회가 드물다. 미술관이 그럴진대 화랑가 사정은 더욱 심하다. 일단 전해 오는 고서화 수량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잦은 전란 속에 피란 가며 땅에 묻어 놓을 수 있었던 도자와 그림의 운명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서울 인사동 동산방화랑(대표 박우홍)에서 3월 28일까지 열리는 ‘조선후기 회화전-옛 그림에의 향수’는 그런 점에서 단연 눈길을 끈다. 1983년 ‘조선후기 회화전’을 열어 미술사학계에서 호평받았던 동산방화랑이, 똑같은 주제로 28년 만에 여는 전시다.
이른바 조선시대 ‘3원3재’, 즉 단원(檀園) 김홍도, 혜원(蕙園) 신윤복, 오원(吾園) 장승업, 겸재(謙齋) 정선, 현재(玄齋) 심사정, 관아재(觀我齋) 조영석과 공재(恭齋) 윤두서 및 추사(秋史) 김정희 등 내로라하는 조선 후기 작가 33명의 50여 점이 나온다. 80퍼센트 가량이 새롭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전시작은 산수·인물·풍속·화조·사군자·서예 등을 포괄한다.
조선후기 회화의 면모를 두루 살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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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탄은(灘隱) 이정의 ‘니금세죽(泥金細竹)’과 고산(孤山) 황기로의 ‘시고(詩稿)’ 4수다. 둘 다 임진왜란 이전의 작품이라 희귀성이 강하다. ‘니금세죽’은 먹물 들인 비단에, 아교에 금가루를 갠 니금으로 그린 대나무 그림이다. 위로 뻗어 올라가는 댓잎과 아래로 늘어진 댓잎의 대비되는 모습이 두 폭의 대형 화면에 담겼다.
위로 뻗어 올라가는 모습에는 ‘기원눈엽(淇園嫩葉)’이라는 화제를 써 넣어 기원에 어린 잎이 돋아나는 것이라 했고, 아래로 늘어진 모습에는 ‘상강야우(湘江夜雨)’란 화제를 써 넣어 밤비 내리는 상강에 댓잎이 처지는 모습임을 말해 준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니금은 고급 재료로 고귀한 느낌을 잘 전해 주지만 수묵과 달라서 번지기의 농담과 필치의 강약을 나타내기 힘든데 이 작품에서는 탄은의 굳세면서도 능숙한 운필이 잘 살아나 가히 명작이라 할 만하다”고 평했다.
조선시대 초서 서예가로 이름을 날렸던 황기로의 ‘시고’ 4수는 얼마 전 보물(제1625-2호)로 지정돼 더욱 관심을 모은다. 고산은, 벼슬은 별좌에 그쳤지만 초서를 잘 써서 봉래 양사언과 함께 조선시대 서예사에서 초서로 첫손 꼽히는 인물이다.![]()
정선의 ‘부아암(負兒巖)’은 겸재가 북악산을 그릴 때 빼놓지 않았던, 아기를 등에 업은 형상의 바위 그림이다. 당시 겸재가 살던 청운동 집에서 잘 보이는 위치라, 여러차례 그렸다. 작고 간결한 필치의 이 작품은 남근석의 이미지를 강조해 유머러스하다.
김홍도의 ‘어해도(魚蟹圖)’는 게 한 쌍의 움직임을 생동감 있게 포착했다. 일제시대 공개됐으나, 그 후로 실물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민영환의 구장품(舊藏品)으로 일제시대 전시에 한 번 나온 후, 종적을 감춰 많은 이들이 전시도록으로 기억하는 작품이다.
인물·말 그림에 능했던 윤두서의 ‘주감주마(酒走馬)’, 표암(豹菴) 강세황의 산수도 ‘장송유혜도(長松幽蹊圖)’, 수운(峀雲) 유덕장의 ‘설죽도(雪竹圖)’는 화가의 전형적인 화풍을 보여준다. 산수와 화조에 두루 능했고 특히 꿩을 잘 그렸던 심사정은 산수도, 화조도, 꿩그림까지 3점을 선보인다.
당대 묵란도(墨蘭圖)의 라이벌이었던 흥선대원군 석파(石破) 이하응과 운미(芸楣) 민영익의 난 그림을 한자리에서 비교하는 즐거움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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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