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해 오릭스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비기기만 해도 클라이맥스 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오릭스가 소프트뱅크에 패하고 4위 세이부가 니혼햄에 승리하면서 두 팀의 순위는 극적으로 뒤집어졌다. 오릭스 팬들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시즌 후 오릭스는 즉시 전력보강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국 최고의 타자 이대호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정규시즌에 오릭스가 겪었던 가장 큰 문제가 찬스에서 확실하게 해결해줄 수 있는 해결사의 부재였음을 생각하면 최고의 선택이었다.
현재 이대호는 팀 내 청백전을 포함, 일본에서 가진 18차례의 연습·시범 경기(3월 14일 현재)에서 타율 0.439(41타수18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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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8일 세이부와 연습경기에서는 일본 데뷔 첫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니치는 “부동의 4번 이대호를 제외하면 오릭스 타선에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할 정도다.
이대호의 자신감도 넘친다. “이제부터는 장타를 노리겠다”, “그 정도 대처는 나도 할 수 있다” 등 기가 실린 말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대호는 올 시즌 일본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이대호가 보여준 모습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일본 언론은 지난해 12월 이대호의 영입이 결정되자 몸쪽 공과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점을 보일 것이며,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실제로 이승엽과 김태균 등 일본에서 뛴 한국 선수들이 모두 같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우려는 당연해보였다.
하지만 이대호는 실전을 통해 몸쪽 공과 떨어지는 변화구, 그 어디에도 속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 4일 한신과의 시범경기에서 일본이 자랑하는 특급 우완 마무리투수 후지카와 큐지를 상대로 몸쪽으로 떨어지는 시속 1백38킬로미터짜리 포크볼을 걷어올려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만들어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대호는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타격에 나서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방망이가 나가지는 않는다. 볼카운트 투 스트라이크 노볼의 불리한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볼을 골라내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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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일본 투수들은 한국에 비해 공 3개 정도가 더 넓은 스트라이크존을 이용하여 오히려 바깥쪽 승부를 통해 이대호를 상대하고 있다. 이대호도 “일본의 스트라이크 존이 너무 넓다. 빨리 적응해야겠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타구를 필드에 골고루 뿌리는 이대호라면 이 문제도 곧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연습경기에서 펄펄 날아다녔던 이대호는 시범경기 들어 타율이 2할대로 뚝 떨어져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이대호에게 안타를 내준 투수 명단을 보면 화려하기 그지없다.
3월 4일 한신전에서 이대호에게 2루타를 내준 후지카와는 몇 년째 일본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군림하고 있다. 시속 1백50킬로미터를 넘나드는 빠른 공에 포크볼,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앞세워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이다.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이 2번이나 되며, 지난해 3승(3패) 4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24를 기록하며 센트럴리그 세이브 1위에 올랐다.
3월 11일 주니치전도 마찬가지다. 이대호는 6회말 공격에서 주니치의 좌완 마무리투수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중전안타를 날렸다. 경기 전 이와세가 “새로운 구종을 시험해볼 절호의 기회다”라고 했지만 이대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와세는 일본 통산 최다세이브 기록(3백13세이브)을 가지고 있는 투수로, 올 시즌 연봉 4억5천만엔(약 61억원)을 받아 일본야구 ‘연봉킹’에 올라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만 38세의 많은 나이지만 여전히 최정상급 마무리로 활약하고 있다.
3월 14일 요미우리전에서 이대호는 시범경기 첫 타점을 올렸다.
상대는 요미우리 좌완 에이스 우쓰미 데쓰야. 2006년 이후 요미우리의 에이스를 맡았던 투수로, 이대호는 3회말 2사 만루에서 우쓰미가 바깥쪽으로 던진 시속 1백27킬로미터짜리 변화구를 밀어 쳐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올 시즌 소프트뱅크에서 스기우치 도시야와 D.J 홀튼을 영입하며 선발투수 경쟁이 치열해진 요미우리에서 하라 감독이 직접 “우쓰미가 1선발이다”라고 했을 정도로 인정받는 에이스지만 이대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대호가 시범경기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의 넓은 스트라이크 존. 롯데 시절 이대호를 직접 지도한 LG 김무관 타격코치는 이를 두고 “텃세가 시작된 것”이라며 “이대호가 빨리 적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대호 역시 빠른 적응을 위해 최대한 투수의 공을 지켜보고 있다.
시범경기를 통해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대비를 완벽하게 하고 찬스에서 확실히 타점을 올려준다면 올 시즌 ‘한국야구 4번 타자’의 위력을 한껏 뽐내며 오릭스의 ‘빅보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글·윤은용 (스포츠경향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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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