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한국인의 연간 독서율(1년에 단 한 권이라도 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은 EU(유럽연합) 평균보다 4퍼센트포인트 낮은 67퍼센트이고, 공공도서관 이용률도 3퍼센트포인트 낮은 32퍼센트에 머물러 있다. 평균치와 비교해 이 정도이니 선두권 국가들과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40대 이후의 독서율이나 도서관 이용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책을 읽는 사람은 더 많이 읽고, 책을 읽지 않는 인구는 더욱 증가하는 ‘독서 양극화’와 ‘책맹(冊盲) 증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근년에는 책을 많이 읽을 것 같은 대학생들조차 취업 준비에 얽매여 책을 기피하는 ‘독서 공동화’ 현상,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독서의 질’을 따지지 않고 양적 지표만을 중시하는 문제들도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1993년에 출판계를 중심으로 정부·언론이 적극 지원해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책의 해’ 경험과 선진국들의 ‘국민 독서의 해’ 사례(영국 1998년·2008년 National Year of Reading, 일본 2010년 國民讀書年)를 벤치마킹하는 한편, 디지털환경 등을 깊이 고려해 책 읽는 나라를 주조(鑄造)하는 일대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가·사회적인 독서진흥 의제 설정을 분명히 하되, 생활의 장에서 누구나 자발적으로 참여 가능한 독서 프로그램들이 맞물리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독서의 해’의 핵심 목표가 독서인구를 늘리는 데 있다면, 일상의 공간에 독서환경을 만들고 즐거운 독서경험을 체득하도록 하는 일에 집중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몇 가지를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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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범사회적으로 하루 10~30분 정도의 ‘독서시간’을 일과 중 필수시간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독서동기나 독서습관의 부재가 근본 원인이다. 가정, 학교, 직장 등 사회생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에서 지정된 시간에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더불어 읽는 체험을 통해 독서 생활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루 30분씩 1년이면 30권의 독서가 가능하다.
둘째, 공공의 독서 인프라인 도서관 서비스를 도서관 밖으로 확장해야 한다. 지난 수년 사이 공공도서관이 눈에 띄게 증가했지만 도서관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물리적·심리적 접근성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주민 생활권 안에서 도서 대출·반납이 쉽게 가능하도록 공공도서관마다 민간 시설과 연계한 관외 서비스센터를 다수 운영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 이용 및 도서 대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셋째, 지방자치단체가 독서정책 추진에 뛰어들도록 독려하는 ‘지자체 독서진흥지수’를 도입하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5년 전부터 시행 중인 ‘독서문화진흥법’과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에 의해 각 지자체는 주민을 위한 독서환경 조성 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례 제정이나 독서진흥 예산 편성에 실제로 신경을 쓰는 곳은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
넷째, 독서 정보의 네트워크 확충이 절실하다. 그나마 책을 읽는 독자들도 베스트셀러 정보 의존율이 높은 데서 알 수 있듯이 ‘팔리는 책’이 아닌 ‘좋은 책’ 정보는 여전히 찾기 어렵다. 수많은 추천도서나 우수도서 목록의 영향력도 미미하다. 성인들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정보 부족을 느낀다’는 비율(40퍼센트)이 매우 높고, 학생들이 학교·선생님에게 바라는 점으로 ‘좋은 책에 대한 소개와 정보제공’(31퍼센트)을 첫째로 꼽는 등 좋은 책 정보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매우 크다(2009·2010 국민독서실태조사).
다섯째, ‘독서 마케팅’의 강화이다. 그간 뇌과학부터 영유아 인지발달, 성공한 사람들의 독서습관, 노인 치매예방 효과에 이르기까지 각종 연구를 통해 확인된 독서의 실제적 효용성을 ‘독서과학’으로 종합해 집대성하고 널리 알려야 한다. 아울러, 책 전문 케이블방송 채널을 설립하는 등 디지털 영상시대에 걸맞은 책 정보의 발신기지를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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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 대개 사회적 약자층과 겹치는 다양한 독서 소외계층에게 실질적으로 힘이 될 수 있는 ‘도서기증센터’를 설립해서 지원자와 피지원자의 매개 창구로 삼았으면 한다. 신체·경제·사회환경적 요인으로 책과 접하기 어려운 다수의 취약계층에게 기업과 개인 등 사회적 지원이 연결될 수 있도록 소통시키는 전문기관이 필요하다.
끝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 ‘독서진흥과’ 신설이 필요하다. 독서문화진흥법의 소관 범위가 매우 넓고 전국 단위 업무가 적지 않지만, 현재는 도서관정책과의 담당 사무관 한 명이 도맡고 있다. 기초 지자체에서 독서진흥전담팀을 운영하는 사례(군포시)가 있는 것에 비추어 과소한 중앙정부의 독서진흥 추진동력을 제대로 확충해야 한다.
이외에도 빈사 상태인 동네서점 육성을 비롯해 독서 친화적 환경 조성에 필수적인 일들이 너무 많다. 부디 정부의 정책 의지가 국민생활의 일상에까지 스며드는 ‘독서의 해’를 만들어 책으로 행복한 문화 선진국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
글·백원근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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