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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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을에는 이장도 있고 촌장도 있어요. 널리 알려진 지 2~3년밖에 안 되지만 마을사람끼리 협력이 잘돼요. 평범한 촌에 외지 사람이 많이 찾아오고 행사도 많이 열려요. 아이들 소리가 끊이지 않으니 부럽기도 하고….”
남사 예담촌으로 가는 길에 만난 이웃마을 주민의 말에는 시샘의 마음이 가득해 보였다.
남사마을은 쌀농사를 주로 하는 전형적인 경상도 내륙의 농촌마을이다. 그러나 산청군 농업기술센터의 지원과 주민의 노력으로 마을 모습이 변하고 있다.
[B]흙과 돌로 만든 ‘옛담’[/B]
마을에 들어서자 이곳은 주위의 다른 마을과 확연히 다르다. 시멘트 블록으로 쌓은 담 대신 흙과 돌로 쌓아올린 담장이 눈에 들어온다. 흙담이 담쟁이덩굴을 품고 있어 더 멋스럽다. 마을 이름도 그래서 예담촌이다. ‘옛담’이라는 뜻의 예담은 옛날 선비의 기상과 예절을 따르고자 하는 마을주민의 마음이 담겨 있다. 담 너머 보이는 지붕에 굴뚝에서 피어오른 밥 짓는 연기가 걸려 있어 마치 고향집에 와 있는 느낌이다.
최씨 고가(古家)로 들어가는 골목의 양쪽 담은 유난히 높다. 당시 3000석 농사를 지었다는 최씨의 옛집은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아 주민의 안내를 받아야 볼 수 있다. 정구화(70) 산청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최씨가 나귀를 타고 다니면서 남의 집을 넘어다 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담을 높게 지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담과 함께 예담촌의 큰 특징은 오래된 한옥이 많다는 점이다. 1700년대에 지어진 이씨 고가 등 이 마을의 오래된 한옥은 세련되고 과장된 건축기법으로 지어졌지만 우리 전통 한옥의 단순함과 편리함을 그대로 살렸다.
잘 깎은 느티나무 기둥은 세월의 무게에 닳아 반질반질하다. 궁궐에서만 쓰던 둥근 기둥을 민가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이채롭다. 중앙 정부의 권력이 채 미치지 못한 경남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최씨 고가에서 만난 한 부부는 “재실(齋室)을 지을 계획으로 마을을 찾았다”며 “우리 한옥이 이렇게 멋있고 짜임새가 있는 줄 미처 몰랐다”고 감탄한다.
예담촌의 또 다른 특징은 주민들 간 협력이 잘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300년 전부터 내려오는 마을의 전통 ‘동약계’가 아직도 건재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상부상조, 권선징악’ 등 마을사람의 윤리규범이 된 동약계는 우리의 전통적 미풍양속을 잘 보존해 마을의 여러 가지 행사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B]전통 테마마을 지정 후 획기적 변화[/B]
동약계 약장 손성모(75) 할아버지는 “한옥과 미풍양속, 산과 물의 조화가 다른 곳과 달라 인물이 많이 난 곳”이라고 소개한 후 전통 테마마을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문화재와 오래된 나무, 유교적 전통이 잘 보존된 점” 등을 꼽았다.
실제로 마을에는 수령이 700년을 넘은 매화나무, 630년 된 감나무, 마을의 상징이 된 X자형 회화나무 등 마을의 전통과 역사를 말해주는 진기한 보물들이 많다.
예담촌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마을주민과 산청군 농업기술센터의 논의 끝에 2003년 2월 농촌진흥청에 의해 농촌전통 테마마을(현재 전국에 66곳 지정)로 선정되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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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노력에 농업기술센터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총 4억6000만 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마을에 있던 고가 여섯 가구를 민박 농가로 정비하고 한옥형 관광체험 물레방앗간과 35평 규모의 전통문화교육장이 건립됐다. 마을회관도 리모델링해 숙박시설인 예담원으로 탈바꿈했다.
마을주민의 의견을 모아 ‘남사 예담촌’도 상표로 등록했다. 주민들은 테마마을 조성과 함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서당 체험, 전통 혼례체험, 회화나무를 이용한 천연 염색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농사 체험도 마련했다. 딸기와 밤 수확하기, 꿀벌치기, 물레방아를 이용해 떡을 만드는 과정도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감자나 고구마를 돌무덤에 넣은 후 불을 지펴 구워 먹는 삼곶놀이, 전통 풍물놀이와 함께 하는 모닥불 피우기, 민물고기 잡기, 미니 래프팅, 쥐불놀이 등이 단적인 예.
[B]30가구 농외소득 2년 만에 8배 늘어[/B]
마을을 홍보하기 위해 박람회나 축제 등에 참가하기도 하고 마을에서 재배하는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홈페이지(yedam. go2vil.org)도 만들었다.
2005년 5월에는 농촌진흥청 농업자원개발연구소와 자매결연을 하고 마을 공간과 환경계획, 각종 사업 전반에 대해 컨설팅도 하고 있다.
남사 예담촌의 테마마을 시행 첫해인 2003년 635명에 불과하던 방문객이 2005년에는 집계된 인원만 9000명을 넘었다. 농외소득도 큰 폭으로 늘었다. 2003년 1080만 원에서 2005년 9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농촌 테마마을 사업에 참여하는 가구 수가 전체 가구 수의 3분의 1인 30가구로, 가구당 소득이 320만 원을 넘어선 셈이다.
집계된 관광객 수에 대해 예담촌의 박태진(45) 사무장은 “성철 스님 생가, 목화솜 최초 재배지, 경호강 등 산청군의 여러 관광지가 가까운 지리적 이점으로 작용해 실제 방문객 수는 지난해만 20만 명에 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전통 테마마을과 함께 딸기를 통한 소득도 늘었다. 남사리에만 여덟 가구에서 총 3.3ha의 친환경 딸기가 재배된다.
산청군청의 한 직원은 “큰 시세 변동이 없고 농촌의 고령인구로도 농사짓기가 수월해 딸기농사가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남사마을의 딸기는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 인증을 받아 고가에 팔린다. 딸기를 재배한다는 박우권(59) 이장은 “쌀에 비해 단위 면적당 10배의 수익을 올린다”고 말했다.
남사 예담촌은 올해 남사천 친환경 복원화 사업과 폐교 리모델링을 통해 체험 장소를 만들 예정이다. 박 사무장은 “자신의 일처럼 열심히 노력해준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예담촌은 없었을 것”이라며 “재정적 지원과 주민의 노력, 컨설팅 등이 조화를 이룰 때 안동의 하회마을과 순천의 낙안읍성보다 더 보전 가치가 높은 마을로 거듭날 것”이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RIGHT]이병헌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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