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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영동군 학산면 도덕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장수풍뎅이로 떼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효자나 다름없다”며 자랑했다. “시골에서 이만한 소득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어디냐”며 “돈 버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지난 한해 14개 농가가 장수풍뎅이로 벌어들인 돈은 3억 원에 달한다. 한 농가당 평균 2000만 원 이상의 농외소득을 올린 것이다. 마을을 찾은 날, 마침 대전에서 과학 학습지 교재로 장수풍뎅이 유충을 납품한다는 상인이 와 있었다. 장수풍뎅이를 유충 상태로 파는 이유는 유충이 장수풍뎅이로 변태(變態)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교육 효과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충으로 배달을 하게 되면 장수풍뎅이가 상처를 입기 쉽기 때문’이란다. 이날 그가 몰고 온 차량에는 잠깐 사이에 톱밥을 가득 채운 두 상자에 장수풍뎅이 유충 500여 마리, 소형 채집통 100여 개, 먹이목(먹이를 담아두는 나무) 100여 개, 놀이목(장난감으로 쓰는 나무) 100여 개, 톱밥 5자루가 실리고 있었다. 실제 소비자가 살 수 있는 가격은 장수풍뎅이 유충이 마리당 5000~6000원 정도, 성충은 1만 원 정도다. 유충 두 마리와 채집통, 톱밥, 먹이목 등을 제대로 갖추려면 3만 원 정도가 있어야 한다. [B]지난해 14개 농가 수입 3억[/B] 장수풍뎅이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영동군의 일부 농가에 의해 인공 사육되고 있다. 장수풍뎅이의 유충이 간질환 등의 치료에 효험이 있다며 한약상에서 약용으로 찾기 때문이다. 영동군에서 장수풍뎅이는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이다. 청정지역에서만 자라는 장수풍뎅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영동지역의 자연환경이 깨끗하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영동이 표고버섯의 주생산지이기 때문에 장수풍뎅이 산란과 유충 서식에 최적인 표고 폐목이 다량 산출되는 것도 장점이다. 장수풍뎅이가 본격적으로 사육·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00년을 전후해 우리나라에 곤충 관련 사업 붐이 일어났다. 일반 애호가나 어린이를 중심으로 곤충 사육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슴벌레, 꽃무지, 나비 등의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의 요청으로 영동군농업기술센터가 발 벗고 나섰다. 장수풍뎅이 사육을 위해 주민과 머리를 맞대기 시작한 것이다. 2001년부터 본격적인 지원을 받아 시작된 장수풍뎅이 연구는 2002년 10월에 학산면 도덕리마을 14개 농가가 ‘영동장수풍뎅이연구회’를 만들면서 본격화됐다. 그리고 도덕리 일대 시설과 노지 6000평에서 장수풍뎅이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6000평이면 60~80만 마리까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B]표고 폐목 활용 대량 증식기술 개발[/B] 성장 조건, 병충해 문제, 습도 조절, 성충으로 빨리 자라게 하는 기술 등 다양한 방향에서 연구가 진행됐다. 온도 조절로 우화(羽化, 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으로 변하는 것)를 늦추는 기술도 개발했다. 여운하(67) 장수풍뎅이연구회(043-744-8039) 회장은 “우화를 늦추는 기술은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유충을 성충으로 만드는 시기를 조절한다는 것은 1년 내내 장수풍뎅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영동군청의 한 관계자는 “충북의 표고버섯 중 60%가 영동에서 생산된다”며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남은 나무는 장수풍뎅이 유충의 먹이인 톱밥의 재료로 쓰인다”고 말했다. 그래서 재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SET_IMAGE]3,original,center[/SET_IMAGE] 표고버섯 폐목으로 만든 톱밥은 농약 성분이 없는 휴경지나 표고 재배지의 바닥에 50cm 두께로 깔아 자연스럽게 발효를 유도한다. 이것이 바로 유충의 먹이이자 집이다. 다 자란 장수풍뎅이의 알을 받기 위해서는 7~8월에 성충을 유인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리고 사육 2년째가 되면서 유충의 밀도가 1㎡당 50~60마리 정도로 늘어난다. 농가에서 갖추기 힘든 온실 등 대규모 시설은 농업기술센터를 이용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한 기술 개발은 장수풍뎅이를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002년에는 이러한 새로운 소득 작목을 지원하기 위한 행정적인 조치들도 뒤따랐다. 영동군이 장수풍뎅이 사업을 3년간 농림부 기술개발 과제로 추진했던 것이다. 표고 폐목을 이용한 장수풍뎅이 대량 증식기술 개발과 유충과 성충의 애완용 상품 개발이 주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저온저장고와 항온실 등이 농가와 기술센터에 설치되기 시작했다. 산학 협력도 함께 진행했다. 경희대 식물대사연구센터에 의뢰한 ‘장수풍뎅이 유충의 항 당뇨 및 숙취 해소(간 보호) 활성 연구’의 효과가 입증되는 등 학문적 토대가 구축된 것이다. 대량 사육을 위한 기반 조성도 빠질 수 없다. 2004년에는 농기계대여은행을 통해 대형 톱밥제조기 2대와 유충 건조기 구입에 대한 지원도 이뤄졌다. 특히 최근에는 마을에 겹경사가 일어났다. 2005년에는 장수풍뎅이가 우수농업인 품목별 연구회로 선정되면서 충북 1위를 차지했으며 올해에는 국비 7000만 원을 받아 유충 저온저장고, 생태전시관 등을 건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지난 한해 영동장수풍뎅이연구회 소속 농가에서 유충 판매 등을 통해 올린 수익은 3억 원이다. [B]“유충, ‘건강보조식품’으로 바뀌었으면…”[/B] 장수풍뎅이를 키우는 마을과 농가도 많이 늘었다. 영동읍 설계리와 상촌면 임산리, 용화면 자계리, 학산면 등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지역의 30여 농가에서도 폐목을 이용해 장수풍뎅이 기르기에 나선 것이다. 현재 영동군에서 추정하는 장수풍뎅이 사육 농가수는 모두 50여 가구, 매출은 지난해 5억 원에 달했다. 유충의 먹이로 사용된 톱밥은 다른 흙과 함께 섞여 퇴비로도 사용 가능해 환경친화농업에도 일조하고 있다. 여 회장은 “장수풍뎅이 유충이 ‘혐오식품’으로 묶여 있어 공식적인 판로 확보가 안 되고 있다”며 “혐오식품에서 ‘건강보조식품’으로 바뀌면 매출이 크게 늘어나 생산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동군농업기술센터 시험연구과 윤주황 계장은 “영동군의 장수풍뎅이 사육 농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장수풍뎅이를 키워 판매하는 것은 농가의 수익 증대와 함께 깨끗한 영동의 이미지를 브랜드화하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RIGHT]이병헌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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