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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1208호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라디오는 귀로 들어야만 한다. 책은 눈으로 읽어야만 한다. 라디오와 책은 청각과 시각이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통한다. 그러나 이 둘에는 접점이 있다. 바로 들으면서, 읽으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라디오와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그 점에서 정혜윤 CBS 라디오 PD(40)에게 ‘지독한 독서가’라는 수식어는 너무도 잘 어울린다.

그는 <시사자키> <신지혜의 영화음악> 등 여러 프로그램을 담당한 17년차 베테랑 라디오 PD다. 그러나 갓 입사했을 때만 해도 내성적인 성향에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려웠다. 그는 직업적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 책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상대방과 책 이야기를 통해 좀 더 쉽고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침대와 책(2007)>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2008)> <런던을 속삭여줄게(2009)> 등 독서와 관련된 책을 펴냈다. 또한 신문사, 출판사에 책 관련 칼럼을 쓰면서 자신이 책 속에서 읽었던 무수한 이야기들을 수많은 독자들에게 전달하며 소통하고 있다.

이런 그가 추천한 책은 ‘대문호’라 불리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분석한 석영중 교수의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다. 정 PD는 “흔히 ‘고전’하면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려 발췌된 부분만 읽었거나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 억지로 읽은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예전 세기의 작가들이 끊임없이 고뇌하며 쓴 글이기 때문에 다시 찬찬히 읽다 보면 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안나 카레니나>에는 불륜 커플인 안나와 브론스키, 힘들게 결혼했지만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는 레빈과 키티라는 두 커플이 등장하죠. 톨스토이는 대조적인 커플들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요. ‘결혼은 정말 해야 되는 걸까’ ‘결혼한 다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어쩌지’처럼 말이죠. 이처럼 삶의 고민을 함께할 수 있고 삶이 변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이죠.”

석 교수의 책은 <안나 카레니나>를 축으로 삼은 일종의 톨스토이 해설서다. 톨스토이는 50세 이후에 철저히 금욕적이고 도덕적인 생활을 추구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작품을 내놓았다. 그렇기에 49세 때 나온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가 쓴 90여 권의 책들 중에서 과도기의 톨스토이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전 톨스토이를 무시무시한 천재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그냥 하는 고민들을 소설로 형상화하고 그것을 모든 사람들의 고민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요. 책 속에 나타나는 고민들을 나의 고민들과 연결시켜 스스로 논쟁도 붙여보고 다양한 면에서 생각해본다면 즐거운 고전 읽기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정 PD는 인터뷰 전날 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의 주인공 오바 요조를 생각하며 잠 못 이뤘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최근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 코맥 매카시의 <국경을 넘어>라는 이야기까지 무수한 책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어떤 책이든 쉽게 읽은 책은 기억에 남지 않아요. 책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부둥켜안고 고민하면서 어렵게 읽어야만 언제 어디서든 그 책이 가슴속에 남을 수 있답니다.”

글·김민지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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