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시원스럽게 펼쳐진 동해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바닷가 둘레길 영덕 블루로드. 경북 영덕군에서 개발한 트래킹 코스는 강구항에서 고불봉과 풍력발전단지를 거쳐 창포리 해맞이공원에 이르는 산길이다.
강구항은 영덕군에서 가장 큰 항구이자 대게잡이로 유명한 곳이다. 11월부터 이듬해 4~5월까지의 대게철에는 수많은 대게잡이 어선이 이곳에 집결한다. 아침이면 부산스럽게 들어온 고깃배에서 전날 잡아 온 물고기를 육지에 퍼 내리는 손길이 분주하다. 해가 중천을 향해 달려갈 즈음엔 펼쳐진 난전에서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강구항 지척에 위치한 삼사해상공원도 볼거리다. 삼사해상공원은 강구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라 매년 12월 31일이면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이때에는 경북대종 타종을 비롯해서 각종 공연을 즐길 수 있다. 2005년 12월에는 영덕어촌민속전시관이 개관해 즐길거리를 더했다. 풍어제 장면을 재현한 모형이나 대게잡이에 대한 설명을 보고 읽으며 이 지역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체험관에서는 직접 배를 운전해 보거나 3D 입체영상을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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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로드 트래킹의 시작점은 강구터미널이다. 도로변에 그려진 노란 화살표가 안내자다. 마을 초입의 좁은 골목길은 약간 경사가 져 있는데 오름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작은 정자가 나온다. 심호흡을 하고 몸을 돌리면 발 아래로 강구마을이 내려다보이고 눈을 들면 바다 너머로 삼사공원이 조망되는 자리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도 발밑 풍치가 멋지다.
등산로 팻말 따라 발길을 옮기면 한적한 숲길이 드러난다. 바위 없는 평평한 흙길. 오솔길은 다리에 전혀 무리가 없는, 산행하기에 최상의 길이다. 숲 속 식물들이 만들어 내는 상쾌한 공기가 폐부까지 스며드는 것 같다. 그렇게 1시간 이상 걸으면 금진도로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만난다.
구름다리에서 고불봉까지의 길도 부담 없이 걸을 만하다. 약간의 오름과 내림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경사도가 낮아 걷기에는 최상이다. 가까이 바다를 조망할 수는 없지만 지루하지 않은 길이다. 앞서 가는 등산객이 없더라도 무섭지 않다.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마력이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갈림길도 적고 이정표도 잘 설치돼 있어 불편할 일도 없다. 길을 따라 마음을 비우고, 풀숲을 살펴보고, 피어난 야생화를 더듬으며 걷고 또 걸으면 여자의 가슴처럼 봉곳하게 올라간 고불봉의 언저리에 닿는다.
고불봉(207미터)은 화림산(374미터)과 무둔산(208미터)의 산줄기가 뻗어내려 만들어진 산이다. 지금은 고불봉이라고 부르지만 예전에는 망월봉으로 불렸다. 당시 동쪽 기슭에는 망월암이 있었다고 한다. 산 아래에는 영덕군 내에서 가장 먼저 세워졌던 남강서원도 있었으나 조선 후기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지금은 철거돼 터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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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봉 표지석 주변은 평평하게 다져져 체육시설과 벤치 등이 놓여있다. 쉬어 가라는 이야기로 알아듣고 숨을 고르다 발길을 조금씩 옮겨 보면 동쪽 바다를 배경으로 풍력발전단지가 건너다보인다. 남쪽 산줄기 너머로는 강구항이다. 더 멀리로는 동대산(791.3미터) 바대산(646미터) 내연산(710미터) 줄기가 길게 이어져 있다.
서쪽으론 마치 헬기에서 보는 듯 오십천 줄기와 영덕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고개를 들어 더 멀리 눈길을 던지면 낙동정맥이 산 물결을 이룬다. 주왕산과 팔각산까지 눈 안에 들어선다. 북쪽은 화림지맥 너머로 북으로 뻗은 낙동정맥 마루금이다.
이 멋진 풍경이 ‘불봉조운(佛峰朝雲·동해의 붉은 해가 떠오를 무렵 새벽 구름에 휩싸여 있는 모습)’이라 하여 영덕8경 중 하나다.
고산 윤선도(1587~1671년)가 1638년 병자호란 때 영덕에 유배됐다가 고불봉에 대한 시를 읊기도 했다.
고불봉의 멋진 경관을 한껏 느낀 후 길을 따라 내려오면 임도(林道)가 이어진다. 길 끝에서 영덕읍과 하저를 잇는 국도를 만나는데 왼쪽에 어렴풋이 풍력단지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풍력단지까지는 무려 7.5킬로미터. 산길이 아닌 임도를 걷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인내심을 키워야 할 것이다.
해풍에 빙빙 돌아가는 풍력기 소리가 들린다. 풍력단지 속으로 들어갈수록 풍력기 숫자는 많아지고 소리도 커진다. 풍력단지에는 풍력기 외에도 별반산 봉수대가 있다. 남쪽의 황석산, 북쪽의 대소산과 더불어 영덕 앞바다에 위급한 일이 있을 때 전령 역할을 했던 곳이다. 또 신재생에너지관, 오토캠핑장, 윤선도 시비 등이 있다. 다른 무엇보다 풍력단지의 전망이 빼어나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산과 바다가 한꺼번에 조망되는 지점에 서면 하루 종일 걸어 뻐근해진 다리의 아픔도 잊게 된다.
이제 블루로드 A코스 막바지 지점인 창포마을에 다달았다. 국토해양부로부터 ‘4월의 가장 아름다운 어촌’으로 선정된 곳이다. 해안에는 영덕 해맞이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대게 모양을 한 등대가 매우 특이하면서 멋지다. 저녁에 조명등에 불이 밝혀지는 모습을 보면 아름답다는 말밖에 달리 나올 말이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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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봉까지의 임도는 길고 지루하다. 먹을거리, 마실거리, 챙 있는 모자 등은 꼭 준비해야 한다. 코스 전부를 걸을 시간이 없다면 영덕~호저를 잇는 국도에서 택시를 불러 곧바로 해맞이공원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블루로드 전 구간 도로 바닥에는 갈 곳을 알려주는 노란 화살표가 그려져 있고 방향표지판과 안내판 등이 잘 설치돼 있어 걷기 어렵지는 않다. 또 강구항 초입에 탐방길 따라 지정된 식당 5곳에 안내 팸플릿이 비치돼 있다 (문의 : 영덕군청 산림경영과 054-730-6311).
영덕 블루로드 인근에는 볼거리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장사해수욕장은 모래사장이 길어 장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동해의 일출 명소로 유명하다. 각종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고 가자미, 넙치, 우럭 등이 잘 잡히는 곳이라 바다낚시꾼들도 즐겨 찾는다. 전적비와 위령탑도 눈길을 끈다.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유인작전인 ‘장사상륙작전’이 시작된 곳으로 당시 8백여 명의 학도병이 희생됐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영덕군 남정면 원척리에 위치한 경보화석박물관도 들러 보면 좋을 곳이다. 개인수집가인 강해중 관장이 20여 년 동안 수집한 화석을 모아 1996년에 개관했다. 한국 및 세계 20여 개국에서 모은 화석 1천5백여 점을 시대별, 지역별, 분류별 특징에 따라 전시하고 있다.
글과 사진·유철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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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