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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감성여행 <남원 지리산 구룡계곡>




걷기여행은 수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힘들지만 행복했다”는 것이다. “대화와 소통이 가능한 느리게 걷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고백한다.

2007년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이 열릴 때만 해도 걷기여행이 지금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누가 걸으러 지리산까지 찾아오겠어?’ 하는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사람들은 지리산 길을 걸으며 은밀한 지리산의 속살에 환호했고, 지리산 산마을에서 하룻밤 묵으며 희열을 느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 정겨운 마을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걷는 맛에 빠져든 것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 사람들이 다녔던 길과 다니고 있는 길을 이은 길이다. 지리산 한 바퀴를 돌아 장장 7백여 리를 가는 둘레길에서는 숲길, 농로,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 아스팔트길을 걸어야하고, 마을과 마을 숲, 당산나무, 조탑, 석장승 등 지리산자락의 문화유산들을 봐야 한다.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야 하고 한참을 지나도 민가를 만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지루한 길도 있으며 길을 걷다 “이게 무슨 길이야” 투덜대기도 하고, 걷다가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리산 둘레길은 길을 걸으려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보이는 것도 다르고, 마음의 크기에 따라 느끼는 것도 다르다. ‘걷기’는 결국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자신의 내면과 마주 대하는 시간이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 본 사람들은 그 길에서 자신의 인생에 쉼표를 제대로 찍을 수 있다는 점도 바로 이런 매력 때문이다.

지리산 둘레길 중에서도 5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남원 주천에서 운봉 구간의 길을 꼭 걸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거대한 지리산의 남원 자락에 있는 구룡계곡은 지리산의 또다른 모습을 만나게 해준다.




구룡계곡은 지리산 국립공원 북부지소가 있는 주천면 호경리에서부터 구룡폭포가 있는 주천면 덕치리까지 펼쳐지는 심산유곡이다.

수려한 산세와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으로 이어진다. 정상에 오르면 구곡경의 구룡폭포가 있다. 남원 8경중 제1경인 구룡폭포 아래에는 용소가 있다.

구룡계곡은 약 3.1킬로미터 정도 이어지는데 삼곡교에서 구룡폭포까지는 걸어서 1시간10분 정도 거리다. 반대로 구룡폭포에서 육모정 쪽으로 내려오면 40분 정도 소요된다.

계곡 트레킹보다 탁족이나 물놀이를 즐기려면 육모정 아래에 있는 계곡이 안성맞춤이다. 가족단위나 아이들이 있는 경우는 더욱 좋다.



거대한 암반이 있고, 계곡이 넓게 흐르기 때문에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또한 육모정은 나무다리로 이어진 생태탐방로가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도 좋다. 육모정에서 다리를 건너면 솔숲에 둘러싸인 용호정이 나온다. 용호정 옆으로 나무가 많아 그늘에서 휴식을 취해도 좋다.

본격적인 구룡계곡 트레킹 코스는 삼곡교가 시작점이다. 육모정에서 3백미터 정도 오르면 삼곡교가 나온다. 다리 앞에 탐방안내소 간이 건물이 있다. 탐방안내소 옆으로 계단을 내려서면 계곡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숲이 울창해 원시림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육모정에서 3백미터 지점에 암석층이 있다. 암벽 서쪽에 조대암이 있다. 이 조대암 밑에 조그마한 소가 바로 3곡이다. 학들이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해서 학서암이라 한다. 학서암에서 3백미터쯤 오르면 유난히도 흰 바위가 물에 닳고 깎여 반들거리고 ‘구시’처럼 바위가 물살에 패어 있다. 일명 제4곡인데 구시소로 더 알려져있다.




구시소에서 약 1킬로미터 지점에 45도 각도로 급경사를 이룬 암반을 미끄러지듯 흘러내린 곳에 있는 깊은 못이 5곡인 유선대다. 유선대 가운데에 금이 많이 그어진 바위가 있어 신선들이 바둑을 두었다는 전설이 있다.

구룡폭포를 향해 오를수록 지리산은 깊고 거대해진다. 삼곡교 부근의 계곡길은 완만하지만 유선대를 지나면서 거대한 암봉이 나타나면서 가파른 계곡이 이어진다. 구룡폭포 쪽으로 들어갈수록 겹겹이 산자락이 에워싼다. 지리산에서 느낄 수 있는 심산유곡의 운치를 걸으면서 즐길 수 있다.

남원은 우리 소리문화의 맥을 잘 기리고 있는 도시다. 판소리 다섯마당, 용어 해설비 등이 조성된 동편제 거리를 지나 춘향교를 건너 우대로 들어 찾아가는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에서는 춘향제 기간에 특별공연 <춘향전>이 갈채를 받고 있다. 귀동냥이 쌓이면 귀명창이 된다는 말이 실감난다.



창극과 판소리가 진행되는 객석에서는 “얼씨꾸”, “어~잇”, “좋구나” 하는 추임새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흰머리가 내려앉은 촌로지만 고수 부럽지 않은 추임새가 공연장 분위기를 한층 즐겁게 한다. 무대와 객석이 우리 소리 신명에 한껏 달아 오른다. 남원 춘향테마공원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세워진 춘향촌이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을 촬영했고, 인기 드라마 <쾌걸춘향>을 촬영한 곳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사랑과 정절을 지켜낸 춘향이 이몽룡과 재회하는 극적인 장면도 재연된다. 월매집 부용당은 이몽룡과 성춘향이 백년가약을 다짐한 장소다. 사랑채에 내걸린‘사랑의 맹세관’ 앞은 연인들에게 인기있는 장소다.

춘향테마공원에서 다리를 건너면 남원의 명소 광한루가 나온다.

광한루는 원래 조선 세종 때인 1419년 황희 정승이 건립하고 광통루라 불렀지만 1444년 관찰사 정인지가 그 아름다운 경치에 취하여 이곳을 월궁 속에 있는 광한청허부와 같다 하여 광한루라 이름을 붙였다.




소설 <춘향전>에서 이도령과 춘향이 인연을 맺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춘향이와 이몽룡의 옷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연인이 많다.

광한루원(사적 제303호)에는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담긴 오작교를 비롯해, 광한루를 중심으로 춘향사당 춘향관, 월매집, 완월정, 영주각, 삼신산 등의 여러 정자와 누각들이 자리 잡고 있다.

광한루를 찾았다면 꼭 먹어 봐야 할 음식이 있다. 바로 광한루 담장을 따라 줄지어선 남원 추어탕이다. 남원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끓이면 추탕, 으깨서 끓이면 일명 추어탕이라고 말한다.

주로 추어탕에는 미꾸라지를 쓰고 숙회나 튀김 등은 미꾸리를 쓴다. 미꾸라지는 지방이 닭고기보다는 적지만 단백질은 쇠고기보다 많다.



또 칼슘은 멸치보다 월등하게 많은 영양 덩어리다. 남원추어탕은 미꾸라지를 푹 삶아 으깬 뒤에 된장으로 맛을 내고 시래기와 들깨를 듬뿍 넣어 구수하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남원의 추어탕집은 광한루원 공영주차장 옆 골목에 모여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매월당 김시습의 한문 단편소설 <만복사저포기>도 남원이 배경이다. <춘향전>과 달리 <만복사저포기>는 남자의 절개를 말하고 있는데, 고려 초기 거찰이던 만복사 터에는 현재 석인상 같은 보물급 문화재가 남아 있다.

정령치를 넘어 만나는 지리산의 북쪽, 산내면과 인월면 일원은 <흥부전>과 <변강쇠전>의 무대이기도 하다. 실상사와 부속 암자들로 유명한 산내면 일대는 특히 뱀사골과 달궁, 반선 등 계곡이 아름다운 곳이다.

그중에서도 반야봉(1천7백32미터)과 삼도봉, 토끼봉, 명선봉이 뱉어낸 물줄기들이 모여 이룬 뱀사골 계곡은 최고다. 특히 이맘때 핏빛 철쭉으로 유명한 바래봉은 봄에 찾으면 연분홍 꽃터널을 걸을 수 있다.

글과 사진 ·유철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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