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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겨울이 지겨워서, 봄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이즈음 통영과 거제도는 참 괜찮은 곳이다. 통영을 지나 거제대교를 넘으면 어느덧 봄이다. 거제도로 동백꽃구경 가는 길은 따사롭다.

거제도의 학동해변과 해금강 주변에는 2천여 그루의 자생 동백이 자라고 있다. 10월부터 시작해서 동백꽃이 절정을 이루는 다음해 3월까지 피고 지기를 거듭한다. 이렇게 힘들게 꽃을 피우는데, 거제도의 바람은 곰살궂지 않다.

며칠 전에는 눈이 내려 봄볕에 먼저 핀 동백꽃이 얼었다. 꽃이 피지 않은 숲은 어둡지만 햇살이 살짝 비집고 들어오는 나뭇가지 사이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동백이 꽃망울을 터뜨린 것을 볼 수 있다.

동백나무가 팔뚝 굵기로 크는 데는 1백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오동도 동백 수령은 오십살부터 삼백살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어린 나무나 고목이나 꽃은 똑같이 붉다. 수줍게 벌린 꽃망울은 이제 막 화장을 시작한 소녀의 입술 같다. 봄기운에 오동도 동백은 들떠있다. 곧 만개하리라.




동백꽃은 꽃이 지고 난 후에도 아름답다. 동백은 벚꽃처럼 지지 않는다. 장미처럼 핀 자리에서 시들지 않는다. 피어 있는 그대로 꽃송이가 통째로 뚝 떨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백꽃 떨어지는 것을 여인의 눈물에 비유한다. 동백꽃이 떨어지는 소리는 분명 떠나는 발길을 잡는다. 떨어지는 소리에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몇 해 전 거제도에 온 적이 있다. 섬의 첫인상이 깨끗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다시 찾은 거제도. 추위를 피해 따뜻한 남쪽나라에 온 것처럼 마음이 푸근하다. 이른 봄에 거제를 찾는 여행객은 많지 않다. 그래서 한적하게 여행하기 좋다.

눈부시게 파란 바다 풍경에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사람도 첫인상이 좋으면 기억에 남는 법인데 여행지도 그렇다. 그래서 마음이 편해지는 여행지는 다시 찾아도 기분이 좋다. 거제도가 꼭 그런 곳이다.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따라 달려온 4시간30분 정도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진다. 섬이라고는 하지만 거제대교를 넘어서면 고층건물이 운집한 시가지가 먼저 나타나기 때문에 섬이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하지만 장승포를 지나면서 만나는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덧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입춘이 지나자 바닷바람이 따스하게 거제도를 감싼다. 오래된 팝송에 귀를 적셔도 좋고 차창을 열고 따뜻한 봄 내음을 즐겨도 좋다.

봄이면 거제의 바다와 동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거제대교를 건너 거제도에 들어서면 도로에 가로수처럼 늘어선 동백이 여행객을 반긴다. 거제도 중에서도 장승포에서 2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학동마을의 동백 숲(천연기념물 제233호)과 해금강의 울창한 동백숲이 화려하다.

학동 몽돌해변의 동백꽃을 먼저 만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학동해안의 수백 그루의 동백나무가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3만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자생하는 거대한 숲이다. 2월말이면 이곳의 동백나무는 일제히 꽃을 피운다. 서서히 꽃망울을 피워내기 시작하는 동백이 유난히 붉다. 바람이 거센 탓에 꽃봉오리가 큰 동백꽃은 드물지만 가지를 넓게 펼친 동백나무들이 바다 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진초록 잎사귀 사이로 붉은 속살을 드러내는 동백꽃. 동백꽃은 그 붉고 선명한 색상대비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눈부시게 파란 바다와 어우러지면 새색시의 연지곤지처럼 야릇한 매력이 느껴진다.

학동 동백 숲은 예로부터 유명한 동백 군락지였다. 하지만 나라에서 큰일을 당해 이곳으로 유배 온 사람들이 동백꽃을 마뜩찮게 생각해 많이 뽑아냈다고 한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목이 잘리듯 떨어지는 꽃송이가 서글픈 느낌을 준다는 게 이유였다. 다시 거제도 곳곳의 동백꽃이 화사해진 것은 거제시에서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하고 동백나무를 꾸준히 심고 가꾼 덕이다.

해금강 입구에서 만난 동백도 인상적이다. 해금강호텔 앞의 동백 숲에 만개한 동백꽃이 많다. 여행객들도 해금강으로 내려서다 동백꽃과 동박새를 보며 화사하게 미소를 짓는다.

거제의 동백 여행은 학동 동백 숲에서 출발해 해금강을 거쳐 여차해변으로 가는 길이 편하다. 이 길은 에메랄드빛 파다를 곁에 두고 이어진다.

화사한 햇살을 받으며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바다가 보이는 언덕이 나오면 차를 멈추면 된다. 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치마폭을 들썩이는 봄바람처럼 붉은 사랑을 품어 본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자동차의 질주가 경쾌해 보인다.




지중해가 부럽지 않은 한려수도의 풍광을 만날 수 있는 바람의 언덕도 들러보자. 해금강테마박물관 앞 삼거리에서 도장포선착장 방면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비경을 만난다.

도장포선착장 안쪽 끝에서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이국적인 풍경의 초록빛 언덕이 나타난다. 이곳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름 없는 조용한 곳이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거제 8경 중 하나로 선정됐다. 바람의 언덕은 한반도의 아래쪽 부분과 다소 비슷한 모양으로 늘어선 바닷가 언덕으로 초록빛 잔디가 자라고 있어 휴식 공간으로 많은 여행객이 찾는다.

그 이름처럼 거제도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친 바람이 이 언덕에서 숨을 고르며 잠시 쉬어 간다. 언덕에는 방목된 흑염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여유롭다. 바람의 언덕 아래쪽 끝에는 초록색 등대가 세워져 있어 작은 드라마 세트장처럼 시선을 묶어둘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바로 드라마 <회전목마>의 타이틀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바람의 언덕은 드라마 <순수의 시대>, 영화 <종려나무 숲>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거제도에서 바다 구경에 슬슬 질렸다면 거제 자연휴양림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녹음이 우거진 길을 산책하며 신선한 음이온을 마음껏 마시고, 숲 속 산장에서 1박을 하며 쉬어 갈 수도 있다(사전예약 필수).

산장 외에도 휴양림 안에는 등산로와 산책로, 야영장 등의 편의시설이 완비돼 있어 가족끼리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산 정상의 전망대에서는 거제도 전경과 한려해상의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며, 날씨가 맑은 날엔 멀리 현해탄과 대마도도 구경할 수 있다.

글과 사진·유철상 (여행작가)



여행수첩
찾아가는 길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이용해 동통영IC로 빠져
나와 거제대교를 넘은 뒤 14번 국도를 달린다. 4차선으로 확장된 14번 국도가 장승포까지 이어진다. 장승포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20킬로미터 정도 달리면 학동 삼거리. 식당과 호텔이 몰려 있는 삼거리에서 1킬로미터 정도 더 가면 동백 숲이 양쪽으로 펼쳐진다. 해금강의 동백 숲도 아름답다.

먹을 곳 해금강호텔 바로 옆에 있는 천년송횟집(☎055-632-3118)은 신선한 자연산회와 홍합죽으로 소문난 맛집. 신선한 해산물이 입맛을 돋우고 해금강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자연산 우럭회 5만원, 홍합죽 1만원, 해산물 모둠 5만원.

잠잘 곳 학동 몽돌해수욕장 주변에 숙박업소가 몰려있다. 이중에서도 객실에서 바다가 보이고 최신식 시설을 갖춘 곳은 하와이콘도비치호텔(☎055-635-7114)이다. 해금강호텔(☎055-632-1100)도 객실에서 바다가 보이고 호텔 앞에 동백 숲이 펼쳐진다. 숙박요금은 특실기준 7만원~9만원선.

즐길거리 학동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5분만 달리면 거제의 명승지 해금강이 나온다. 해안도로는 하늘보다 파란 바다가 펼쳐지고 해금강 직전에 있는 전망대에서 해금강을 내려다보는 전망도 좋고, 유람선을 타고 해금강을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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