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고성 ‘관동별곡 8백리길’이 있다. 강원도가 송강 정철이 유람다니며 <관동별곡>을 지은 해안길을 따라 조성했다. 제1구간은 통일전망대에서 화진포광장까지 이어지는데, 약 18킬로미터에 달해 무더운 여름에 걷기에는 다소 무리다. 여름 휴가를 목적으로 떠나왔다면 2구간을 걸어볼 만하다. 화진포광장에서 거진항까지 이어진다.
길이는 약 4.5킬로미터다. 천천히 걸어도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출발지인 화진포광장(화진포해양박물관)에서 금구교를 건너면 화진포해수욕장이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준서가 은서를 업고 해변을 걷던 곳으로 유명하다. 모래밭은 파도가 해변을 쓸고 지날 때마다 ‘차르륵 차르륵’ 하는 맑은 소리를 낸다. 하지만 모래빛보다 더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물빛이다. 백사장 앞은 맑은 옥색, 그 뒤는 초록을 머금은 청색, 수평선 가까운 곳은 엷은 쪽빛을 띤 짙푸름이다. 이곳이 우리나라인가 싶을 만큼 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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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해수욕장에서 거진항 방면으로 향하면 화진포호다. 둘레가 16킬로미터, 넓이 2.3제곱킬로미터로 우리나라의 자연호수 중 가장 넓다. 호숫가엔 갈대가 우거지고, 둘레를 따라 울창한 소나무숲이 자리하고 있다. 겨울에는 수천 마리의 철새와 고니가 날아들어 말
그대로 ‘백조의 호수’로 변한다.
화진포(花津浦)는 여름 호숫가에 해당화가 만발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돼 있어 호수를 바라보며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화진포 호수를 약 2킬로미터 따라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거진항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접어들어 야트막한 고개를 넘어야 한다.
고개를 넘어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거진등대공원 등산로(관동별곡 8백리길) 약 2킬로미터, 30분 소요’라고 쓰인 이정표가 있다. 이 이정표를 따라 산길로 올라가면 등대공원에 닿는다. 이곳에서부터 왼쪽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거진등대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이 길을 따르지 않아도 좋다. 큰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의 맛도 이에 못지않다. 고개를 넘는 순간 왼쪽에 탁 트인 바다를 두고 걷는다. 길 중간중간 쉼터가 마련돼 있어 다리를 쉬기에도 좋다.
걸음이 닿는 곳은 종착지인 거진항이다. 1970~80년대만 해도 명태잡이 철이 되면 전국의 배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고, 시쳇말로 ‘개가 5백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모든 게 풍족했다. 하지만 명태가 다른 곳으로 몰려가면서 지금은 명맥만 유지할 뿐이다.
쇠락하고 있는 항구라지만 거진항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산과 바다, 그리고 마을의 풍경이 기가 막히게 어울려 있다. 거진항의 아름다운 풍광은 항구 반대쪽 방파제에서 만날 수 있는데 바다쪽으로 불쑥 나온 방파제 끝에 서면 거진의 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거진항 닿기 전, 언덕에서 거진항까지는 보행자 갓길이 없으니 유의할 것. 화진포 호수 구간에서 거진항까지는 물과 간식을 구할 곳이 없다. 출발하기 전 화진포해수욕장이나 화진포광장에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화진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도 볼 만한 곳이많다. 송지호해수욕장은 화진포해수욕장 못지않게 유명하다. 여름이 되면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모래밭을 배경으로 송림이 우거져 있고, 뒤편으로 설악산이 버티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해수욕장을 끼고 오토캠핑장도 조성돼 있는데 캠핑장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어 더욱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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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호해수욕장 건너편은 송지호다. 호수 둘레 4킬로미터로 그렇게 큰 편은 아니지만 어느 석호보다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송지호에 첫발을 디딘 사람은 이국적인 자작나무와 울창한 갈대숲이 어우러진 고혹적인 모습에 한동안 넋을 잃게 된다.
호수는 거울처럼 잔잔하고 자작나무 숲에서 날아온 새소리가 발치에 내려앉는다. 호수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탐방로가 마련돼 있어 한나절 느긋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2007년 개관한 철새관망타워에도 가 보자. 5층 전망대에 서면 호수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데, 멀리 설악산 울산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정면에는 호숫가 위에 자리한 아담한 정자가 운치 있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송지호철새관망타워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송림 산책길이 있다. 송림을 지나면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데크가 있는데, 이곳에서 천학정까지 7.7킬로미터. ‘관동별곡 8백리길 제8코스 시작’이라는 노란색 표지판이 서 있다.
이 표지판을 따라 계속 가면 송지호교, 봉수대해수욕장, 삼포해수욕장, 백도항을 지나 천학정에 닿는다. 청간정과 더불어 고성8경으로 꼽히는 천학정은 깎아지른 해안절벽에 위치해 있다. 주위에는 1백년 이상 된 소나무가 자리 잡고 있어 옛 정취를 느끼게 해 준다.
아름다운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다.
아이와 함께라면 통일전망대에도 가 보는 것이 좋다. 가는 길 내내 도로에 수시로 보이는 군용 지프와 트럭, 검문소가 북쪽 땅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온통 하얀색으로 칠해진 고성 통일전망대에 서면 휴전선과 금강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는 에메랄드빛 동해바다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비무장지대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한국군관측소도 아련하게 보인다.
해금강도 조망할 수 있다. 현종암, 부처바위, 사공바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기묘한 모습으로 떠 있다. 맑은 날이면 금강산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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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전망대에서 DMZ박물관이 가깝다. 최북단 군사분계선과 근접한 민통선 내에 자리 잡고 있다. DMZ는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의 배치, 군사시설의 설치가 금지되는 비무장지대다. 세계 유일의 DMZ를 통해 통일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DMZ박물관 가까이 있는 명파해수욕장은 우리나라 최북단 해수욕장이다. 밝은 파도란 뜻의 이름인 명파. 발 아래로 밀려드는 맑은 바닷물이 명파해수욕장의 이름을 증명해 준다. 여름 성수기에만 문을 여는데 긴장감 넘치는 철책 아래서 맛보는 나른한 휴식이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글과 사진·최갑수 (시인ㆍ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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