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가장 제주다운 풍광을 꼽으라면 아마도 오름일 것이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구릉이 이리저리 이어진 제주도의 동쪽 들녘은 오름의 천국이다. 높은오름, 돛오름,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 채오름, 거문오름, 샘이오름, 윗밤오름, 알밤오름, 용눈이오름 등 수없이 많은 오름들이 흩어져 있다.
차를 타고 가다 보이는, 평지에 불쑥 솟아오른 것들은 다 오름이다. 오름과 오름 사이에 길이 있고 밭이 있다. 오름 위에는 말과 소가 풀을 뜯는 목장이 있고, 산담을 두른 무덤이 있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오름에서 왔다가 오름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오름은 ‘오르다’의 명사형인데 기생화산을 뜻하는 제주 사투리다.
제주 설화는 ‘설문대할망’이 오름을 빚었다고 전한다. 설문대할망은 육지와 왕래하기를 열망했던 제주 사람들에게 속옷 한 벌만 만들어주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속옷 한 벌을 만드는 데는 명주 1백 동이 필요했는데 제주 사람들은 99동밖에 모으지 않았다. 마지막 1동을 모으는 사이에 설문대할망은 치마폭에 흙을 담아 다리를 놓는 작업을 했는데 이때 흘러내린 흙덩이가 오름이 됐다.![]()
오름은 북제주군 조천면 교래리 일대에 많이 몰려 있지만 구좌읍 종달리 일대에도 많다. 다랑쉬오름을 비롯해 아끈다랑쉬오름, 손자오름, 용눈이오름 등이 몰려있는데 이들 오름이 울창한 삼나숲과 푸른 당근밭, 검은 돌담과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광은 제주가 아니면 만날수 없다.
가장 많이 찾는 오름은 용눈이오름이다. 남북으로 비스듬히 누운 모습이 용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모두 3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등성이마다 왕릉 같은 새끼봉우리가 봉긋봉긋하다. 오름의 형세가 용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라는 데서 용논이(龍遊), 또는 마치 용이 누워 있는 형태라는 데서 용눈이(龍臥)라고도 불린다.
오름에 오르기는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오름은 높이가 3백미터 내외. 넉넉잡고 20~30분이면 오른다. 용눈이오름 역시 마찬가지. 주차장에서 용눈이오름 능선까지는 10분 거리. 능선을 한 바퀴 도는데도 20분이면 충분하다.
용눈이오름의 수많은 매력 중 하나는 능선 너머로 다랑쉬오름, 둔지오름, 따라비오름 등 중산간의 크고 작은 오름과 한라산이 다정한 이웃처럼 겹쳐 보인다는 점이다.
경계를 나누고 검은 돌담 속 밭에는 당근 새순과 마늘이 푸르게 돋았다. 멀리 동쪽으로 성산포와 우도가 아스라이 보이고 김녕과 세화를 잇는 해안도로 변에 놓인 풍차가 힘껏 돌아간다.
오름에 올라 보면 오름이 단순한 흙덩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수 있다. 제주 사람들은 오름 자락에서 생을 일구었다. 불을 놓아 화전을 만들었고 말과 소를 쳤다. 사냥도 오름 자락에서 이루어졌다.
오름은 산 사람뿐만 아니라 죽은 이들의 몸도 넉넉하게 받아 주었다. 제주 사람들은 죽어 오름에 뼈를 묻었고 제주의 맑은 햇빛과 세찬 바람 속에 누웠다. 용눈이오름에도 산담을 두른 무덤들이 가득하다.![]()
용눈이오름 건너편으로 손에 잡힐 듯 다랑쉬오름이 가깝다. 다랑쉬라는 이름은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 하여 얻었다. 동쪽으로 뜨는 달이 좋아서일까, 일명 월랑봉(月郞峰)이라고도 하는데, 매끈한 곡선과 가지런한 외형으로 ‘오름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다랑쉬오름은 3백82미터로 꽤 높은 오름에 속한다.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가파른 풀밭을 지그재그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20~30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인다. 북서쪽으로 비자림과 돋오름, 남동쪽으로 용눈이오름, 중산간의 풍력발전소 등이 잘 보인다. 멀리 제주의 북쪽과 동쪽 해안까지 아스라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발 아래로는 커다란 분화구가 까마득히 내려다보인다. 분화구는 산의 외형과는 반대로 깔대기 모양으로 움쑥 패어 있는데, 다랑쉬오름의 분화구 깊이는 백록담과 같은 1백15미터, 바닥은 지름 30미터 정도 된다고 한다.
분화구는 제주도 말로 ‘굼부리’라 한다. 제주도 전설에 등장하는설문대할망이 치마로 흙을 나르면서 한줌씩 집어 놓으며 간 것이 수많은 오름이 되었는데, 봉우리가 너무 두드러져서 손으로 탁 쳐서 패게 한 것이 너무 깊게 패었다고 한다.
분화구 바닥은 화산재로 가득 차 있다. 물이 고일 새가 없다. 초봄에는 분화구 바닥에서 안개가 피어오르기도 한다. 분화구 바닥 중앙에는 삼각형 형상의 돌담이 빙 둘러져 있다. 그나마 물이 고이는 곳이어서 경작을 했던 곳으로 짐작된다. 사람 발길 따라 번식한다는
익모초가 돌담 안쪽으로 무성히 자라나 있다.
다랑쉬오름은 주차장~화구륜~분화구~화구륜 일주~주차장 코스로 걷는다. 소요시간은 주차장에서 화구륜까지 20~30분, 분화구 바닥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는 데 30분, 화구륜을 한 바퀴 도는 데 30분, 화구륜에서 주차장까지 20분으로 잡으면 된다.![]()
한 바퀴 돌아본다 해도 총 2시간 정도면 여유가 있다. 오름 주변에서 물을 구할 곳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아두자.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기도 한다.
다랑쉬오름 옆으로 아끈다랑쉬가 있다. 둘째라는 뜻의 제주말인 ‘아끈’을 붙인 아끈다랑쉬는 다랑쉬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뜻이다. 아끈다랑쉬는 둘레 약 6백미터, 깊이 10미터 정도의 분화구를 숨기고 있다.
제주의 바다와 오름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올레 제1코스 트레킹을 권한다. 시흥리 시흥초등학교에서 시작해 말미오름과 알오름을거친다. 이어 종달리와 시흥 해안도로, 성산일출봉을 거쳐 광치기 해안에 닿는데 약 15킬로미터에 달한다.
오름에서 바라보는 동쪽의 일출봉과 우도 조망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오전 9시경 출발한다면 천천히 걸어도 오후 2~3시경이면 충분히 마칠 수 있다. 평탄한 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지 않다.
오름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평생 제주의 산과 오름, 들판, 바람을 카메라에 담다가 루게릭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사진가 고 김영갑의 갤러리 ‘두모악’이다. 갤러리 안에는 김씨의 작품이 빼곡히 걸려 있다. 오름과 초원을 담은 그의 사진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작품 하나하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제주의 아름다움을 들려준다.
“중산간 광활한 초원에는 눈을 흐리게 하는 색깔이 없다. 귀를 멀게 하는 난잡한 소리도 없다. 코를 막히게 하는 역겨운 냄새도 없다. 입맛을 상하게 하는 잡다한 맛도 없다.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그 어떤 것도 없다. 나는 그런 중산간 초원과 오름을 사랑한다.”(김영갑)
여·행·정·보
가는 길_오름은 북제주군 구좌읍 종달리, 송당리 일대에 모여 있다. 16번 도로와 1112번 도로가 만나는 구좌읍 송당4거리가 오름관광 기점이다. 김영갑 갤러리(064-794-6600)는 12번 국도를 타고 가다 신풍리와 성산읍 사이 ‘삼달’이란 이정표를 보고 들어간다.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폐교로, 자칫하면 지나치기 쉽다.
먹을 곳_고기국수는 제주만의 별미. 잔칫날에 먹던 음식인데 돼지뼈를 고아
우려낸 육수에 면을 삶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올려낸다. 삼대국수회관(064-759-6644)이 유명하다.
제주의 별미는 싱싱한 갈치요리. 어른 손바닥 두께의 갈치는 소금구이와 조림, 회로 먹는다. 제주시 수협 옆에 있는 물항식당(064-753-2731)이 유명하다.
기타_제주관광정보(www.jejutour.go.kr)에서 다양한 관광, 숙박, 식당 정보를
구할 수 있다. 제주 올레(www.jejuolle.org)에서 각 코스에 대한 소개와 지도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참조하자.
여행커뮤니티 포털사이트인 올댓월드(http://allthatworld.com)가 출시한 ‘제주올레’
앱은 아이폰으로 주변을 촬영하듯 비추면 현재 위치를 인식해 주변의 정보를
검색하는 ‘증강현실’(AR) 기술로 올레코스를 설명해 준다. 맛집, 숙박, 쇼핑, 레저 정보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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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