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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강원도 옛길 3선 칠족령·화절령·대관령






강원 평창군 미탄면과 정선군 신동읍 경계에 백운산(8백82미터)이 있다. 정상 지점에 전망대가 마련돼 있는데 이곳은 동강 줄기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전망대에 서면 마을을 산태극 수태극으로 휘돌아 나가는 동강의 모습이 발 아래 펼쳐진다.

출발점은 미탄면 마하리 문희마을이다. 동강 래프팅이 시작되는 진탄나루에서 오른쪽으로 동강을 보며 4킬로미터 정도 들어가면 문희마을. 여기에서 백운산 능선을 따라 제장마을까지 간다.

문희마을에서 전망대까지는 약 1.7킬로미터. 길의 처음은 완만한 숲길이다. 굴참나무와 신갈나무 낙엽이 바닥에 수북하다. 폭 1미터도 안되는 길이다. 자칫 낙엽이 쌓인 곳을 밟으면 미끄러질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중간 지점에 성터와 돌탑이 있는데 이곳에서 20~30분 즈음 오르막길을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하늘벽이 깎아지른 듯 서 있다. 하늘벽은 절벽의 품새가 높고 날카로워 하늘을 찌를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하늘벽을 지난 동강은 하방소를 거친 뒤 다시 바새마을을 에워싸고 굽이쳐 돌아 나간다.

왼쪽 아래 제장마을과 정면의 소사마을, 그 너머 연포마을까지 물가에 자리한 마을 풍경이 그림 같다. 전망대에서 바닥이 보일 정도로 강은 맑다.

여기서부터는 한숨 돌린다.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10여 분 가면 진짜 재미가 시작된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되는데 90도 가까운급경사 바윗길이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내려간 등산객이 많은 까닭인지 바위가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다. 로프를 잡지 않으면 미끄러질수도 있다.

칠족령이라는 지명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제장마을에 이 진사가 살았다. 하루는 이 진사가 기르던 개가 옻나무액을 담아 둔 통을 엎고 사라졌는데 옻나무 진이 묻은 개 발자국을 따라 쫓아 올라가 보니 금강산에 버금가는 황홀경이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때문에 옻 칠(漆), 발 족(足) 자를 써서 칠족령이란 이름이 생겨났다.

칠족령에서 내려서면 제장마을이다. 제장마을은 장이 설 만한 곳이라는 뜻이다. 등산로가 끝나는 곳에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지어 놓은 너와집이 있다. (사)생명의숲국민운동은 칠족령 숲길의 경관과 생태적 가치를 인정해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숲길 부문 공존상’을 수여했다.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뒤편에 운탄길은 과거 석탄을 운반했던 길이라 운탄(運炭)이란 이름이 붙었다. 백운산 두위봉을 지나는 이 길들은 정선 신동의 예미까지 이어지는데 곳곳의 갱도를 잇고 달리느라 거미줄처럼 연결된 까닭에 전체 길이가 80킬로미터를 넘는다.

한때 석탄 경기가 좋았던 시절에는 탄더미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 이 길을 다녔겠지만 10여 년 전부터 운탄길에서 석탄차들은 사라졌다. 정선과 태백, 영월 일대의 탄광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으면서부터다.

몇 해 전부터는 이 길이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해발 1천~1천2백미터 고지에 자리한 탓에 풍광도 제법 좋다. 암팡진 산자락을 보며 걸을 수도 있고 폐부에 스미는 공기도 상쾌하다. 운탄길을 만들 때 심었다던 낙엽송들은 어느덧 수령 40년을 훌쩍 넘긴 큰나무들이 되어 걷는 이의 옆을 아늑하게 감싸준다.




운탄길 끝자락에 자리한 화절령이란 고갯길은 마냥 걷기 좋은 길이다. 화절령이란 이름은 봄이면 처녀들이 꽃을 꺾으며 넘던 길이란 뜻에서 왔는데 ‘꽃꺾이재’로도 불린다. 운탄길이 수많은 길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

화절령은 경사가 급하지 않다. 옛날 ‘자무시’라고 불리던 GMC 트럭이 석탄을 싣고 다닐 수 있도록 능선을 따라 길을 냈기 때문이다.

산허리를 끼고 도는 길은 쭉쭉 뻗은 침엽수림 사이를 지난다. 바람 냄새도 향긋하다. 가족과 함께 겨울산의 풍경을 즐기며 여유있는 걸음으로 산책하듯 걸어도 1시간30분~2시간이면 족히 닿을 수 있다. 산중에 나 있지만 모나지 않고 둥그스름하다.

화절령에서 한 발짝 비켜 선 곳에 도롱이 연못이라 불리는 웅덩이가 있다. 직경 1백미터 남짓이다. 지하갱도가 꺼져 물이 차오르면서 만들어졌다. 연못 주위로 키 높은 낙엽송들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고 연못에는 탄부들이 잘라낸 이끼 덮인 나무들이 물 위에 떠 있다.

하늘과 숲을 담은 연못의 모습이 마치 태초의 원시림을 보는 듯하다. 막장의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아내들이 도롱뇽을 방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대관령 옛길은 옛길 걷기 코스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다. 봄부터 겨울까지, 사시사철 걷기 여행자들이 몰려든다. 그만큼 운치 있고 걷기 좋기 때문일 것이다.

대관령에는 옛길이 2개 있다. 흔히들 과거 고속도로였던 길을 옛길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랜 옛날부터 있었던 ‘원조’ 옛길이 있다. 옛대관령 휴게소 뒤편의 선자령 정상에서 강릉 방향으로 1킬로미터쯤 더 내려가면 진짜 옛길이 나온다.

옛날 횡계와 강릉 파발역의 중간지점인 반정(半程)에서 대관령박물관이 자리한 강릉시 어흘리까지 5킬로미터 구간이다. 트레킹은 반정에서 강릉시 어흘리까지 내려가는 방법과 어흘리에서 올라오는 방법이 있다. 반정에서 박물관까지 편도로 내려가기만 하면 1시간40분, 박물관에서 반정까지 올랐다가 다시 하산하면 4시간 정도면 족하기 때문에 왕복 트레킹을 시도해도 무리가 없다.




길은 넓다. 서너 명이 어깨동무하고 걸을 수 있을 정도다. 지금이 길에는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길은 스펀지를 깔아놓은 듯 푹신하다. 가슴속 길이 밀려드는 숲 냄새도 싱그럽다. 옛 사람들은 고속도로가 뚫리기 전까지 이 길을 고단하게 발품을 팔아 가면서 넘었다.

길 중간에는 옛사람들이 목을 축이던 주막터가 있다. 주막터를 중심으로 윗길은 구불구불한 비탈길, 아랫길은 비교적 올곧게 뻗은 평지이다. 눈이 많이 쌓이면 완만한 내리막에서 주저앉아 오궁(오리궁둥이) 썰매를 즐길 수 있다.

대관령 부근에는 트레킹 명소가 또 있다. 대관령 북쪽 황병산~오대산으로 이어지는 선자령고갯길이다. 구 대관령휴게소에서 북쪽의 대관사를 거쳐 해발 1천1백57 미터의 선자령에 올랐다가 내려온다. 왕복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눈꽃이 화려해 심설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산악인들은 선자령~대관령~능경봉을 함께 묶어 겨울철 심설 산행을 즐기는 ‘눈꽃 트레킹 벨트’로 삼고 있다.





교통 &먹을거리 칠족령 중앙고속도로 제천IC로 나와 영월 방면 38번 국도를 탄다. 영월을 지나 신동읍 방향으로 가면 된다. 동강 고성안내소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신동읍 예미리에 정원광장(033-378-5100)에서 손두부, 청국장, 곤드레밥 등을 맛볼 수 있다.
화절령 중앙고속도로 제천IC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을 거쳐 정선 하이원 리조트(강원랜드)까지 간다. 왕복 4차선으로 포장돼 있다. 하이원리조트 매립지 주차장 뒤편에 등산로가 있다. 화절령~산죽나무길~산철쭉길~마천봉~골프장을 잇는 길은 4시간 코스다. 코스에 따라 2시간, 3시간 코스도 있다. 하이원 리조트(www.high1.com)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588-7789.
대관령 영동고속도로 횡계IC로 나와 우회전, 1킬로미터 정도 가다 보면 ‘대관령 옛길’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해 가면 대관령 휴게소다.
횡계 일대에 황태로 유명한 집이 많다. 황태회관(033-335-5795)에서 황태해장국, 황태찜, 황태구이 등을 낸다. 납작식당(033-335-5477)의 오삼불고기도 별미. 오징어와 삼겹살을 고추장양념에 버무려 철판에 구워 먹는다.


칠족령은 전망대가 사진 찍기 좋다. 강의 모습을 다 담기 위해서는 20밀리미터 이하의 광각렌즈가 필수. 화절령은 저물 무렵을 노려 보자. 길 너머 바라보이는 산의 능선이 아름답다. 대관령 옛길에는 낙엽이 수북하다. 낙엽을 클로즈업해 찍어 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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