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840년 김정호가 만든 서울 축약지도인 <수선전도(首善全圖)>에는 서울성곽의 자취가 뚜렷이 보인다. 서울성곽은 조선 태조 4년(1395)에 정도전이 수립한 도성 축조 계획에 따라 조성된 것으로, 북악산(백악산)에서 시작해 동쪽의 낙산과 남쪽의 남산, 서쪽의 인왕산을 돌아 백악의 능선에서 끝을 맺는다. 태조, 세종(1422), 숙종(1704) 3대에 걸쳐 축조된 조선왕조의 성곽은 서울에 남아 있는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지난해 4월부터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이 전면 개방되면서 이 곳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40년간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조선조 내내 잘 보존돼온 울창한 소나무 숲과 군데군데 하얗게 불 밝힌 흐드러진 벚꽃나무, 그리고 능선을 타고 돌아가는 성곽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특히 북악산의 성곽은 축성 당시의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많은 구간들이 헐리고 훼손됐지만 이 구간은 시가지 확장의 영향을 받지 않은 데다, 1970년대 후반의 복원사업 때문에 성곽 상태가 아주 양호하다. 이곳에선 성곽 축조 일시와 책임자 이름을 성벽에 새겨놓은 각자(刻字)는 물론 태조, 세종, 숙종대의 축조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청운대에서 마주친 허경철 씨는 “두번 째 방문인데, 호젓한 성곽을 돌며 꽃구경도 할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북악산의 서울성곽을 둘러보는 코스는 여러 가지지만, 숙정문과 창의문 안내소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편리하다. 숙정문으로 오르는 코스는 경사가 완만해 노약자나 어린이들도 오르기 쉬운 반면, 시야가 확 트이는 맛은 적다. 반면 창의문으로 오르는 코스는 경사는 급하지만 인왕산이 맞은편에 딱 보이도록 트인 경관을 지녀 백악마루, 청운대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조망이 끝내준다. 기자의 체험으로는 삼청각을 지나 삼청터널 앞으로 내려와, 삼청동에서 차 한 잔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다음은 북악산의 서울성곽에서 놓쳐서는 안 될 유적들이다.

서울성곽에는 동서남북에 4대문, 그 사이에 4소문을 두었는데 창의문은 서대문과 북대문 사이의 북소문(北小門)이다. 하지만 실상 북소문으로 불린 적은 없고, 이곳 계곡의 이름을 빌려 자하문(紫霞門)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왔다. 태종 13년(1413)에는 풍수학자 최양선이 “창의문과 숙정문은 경복궁의 양팔과 같으므로 길을 내어 지맥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건의한 것을 받아들여 두 문을 닫고 소나무를 심어 통행을 금지했다고 한다.
이런 창의문이 서울성곽의 문루(門樓)로서 제 구실을 하게 된 것은 영조 17년(1741)에 이르러서였다. 당시 훈련대장 구성임이 “창의문은 인조반정 때 의군이 진입한 곳이니 성문을 개수하면서 문루를 건축함이 좋을 것”이라고 건의해 비로소 세워지게 된 것이다.
이런 사실은 1956년 창의문 보수 공사 때 천장 부재에서 묵서로 된 기록으로 확인됐고, 지금 창의문에는 인조반정 당시의 공신들 이름을 새겨놓은 현판이 걸려 있다. 창의문은 서울 4소문 중 유일하게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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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정문은 서울성곽의 북대문으로 ‘엄숙하게 다스린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태조 5년(1396) 축조 당시에는 지금보다 약간 서쪽에 있었으나 연산군 10년(1504)에 성곽을 보수하면서 옮겨졌다고 한다. 숙정문은 본래 사람들의 출입을 위해 지은 것이 아니라 4대문의 격식을 갖추고 비상시에만 사용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따라서 평소에는 굳게 문을 닫아두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처녀가 이곳을 세 번만 찾아오면 시집을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음(陰)의 기가 강한 장소로, 조선시대에 수많은 스캔들의 온상지(?)였다고 한다.
창의문에서 백악마루, 청운대와 곡장을 거치면 만날 수 있다. 높이가 약 13미터에 달하는 촛대바위 위의 지석은 1920년대 일제가 ‘민족정기 말살 정책’을 펴던 당시 경북궁의 정기를 없앤다며 쇠말뚝을 박았던 곳을 돌로 막은 것이다.
글·정지연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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