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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서울에서 강릉 방향으로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 문막IC로 빠져나가 42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10분가량 가면 ‘Healthy Wonju’라는 초록색 원주시 로고가 눈에 뛴다. 이 로고와 함께 서 있는 대형 석재 표지판에는 ‘동화첨단의료기기산업단지’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바로 이 표지판 뒤쪽으로 문막읍 동화리 1642의 2번지 일대 약 33만㎡(10만 평)의 면적에 의료기기 산업단지가 펼쳐져 있다.

동화의료단지 안에 자리한 (주)씨유메디칼시스템 공장에서는 설을 며칠 앞둔 1월 20일 심장자동제세동기, 즉 심장충격기 제작이 한창이었다. 완제품에 대해 최종 점검을 하는 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씨유메디칼은 원주에서 나고 자란 의료기기업체의 전형이다. 2001년 원주의 태장농공단지 내 아파트형 공장에서 출발한 씨유메디칼은 이듬해 국내 최초로 심장충격기 개발에 성공해 지금은 휴대용 심전도감시기에서부터 고가의 병원용 심장충격기까지 생산하는 심장 관련 의료기기 분야의 독보적인 기업이 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동화의료단지로 확장 이전했다.

씨유메디칼 경영총괄본부 임정섭(51) 총무부장은 “2008년 매출은 1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80%가량이 서유럽, 미국, 일본 등지로의 수출로 벌어들인 것”이라며 “올해부터 우리나라의 공항, 시청 등 다중시설에 심장충격기 설치가 의무화돼 올 한 해 230억 원 매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주를 기반으로 하는 ‘작지만 강한 의료기기 회사’는 씨유메디칼만이 아니다.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원주지역 기업체 수출은 크게 늘었고, 특히 의료기기산업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원주상공회의소가 2·4분기 지역경제동향을 조사한 결과 동화의료단지와 문막공단 등 원주시내 5개 공단의 수출 실적이 전분기보다 평균 14% 늘어 약 2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동화의료단지는 2·4분기 동안 약 3300만 달러를 수출해 전분기 대비 20.6%의 신장세를 보였다.



원주시 전략사업과 김재호 계장은 “10년 전만 해도 원주에 의료기기 업체가 전무했으나 지금은 다른 지역 의료기기 업체들이 원주로의 이전을 문의할 정도”라며 “중앙정부 주도가 아닌 지역 자생적인 의료기기산업의 메카라는 점에서 우리 시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산업으로 꼽힌다. 세계시장 점유율 1~1.5%에 불과한 우리나라로서는 도전할 가치가 높은 신흥시장이다. 의료기기산업은 기술력이 중요하다 보니 한번 선점하면 선두를 잃지 않아 오랫동안 존슨앤존슨, GE, 필립스 등 선진국 기업들이 전 세계 수출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낮은 시장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기 수출에서는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원주가 의료기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1998년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공학부와 관학 협력으로 첨단의료기기 창업보육센터를 설립한 것이 모태가 됐다. 대학은 기술을 무상 제공했고, 원주시는 각종 세제혜택을 주었다. 이를 토대로 원주의 의료기기산업은 급성장했다. 원주시는 정부로부터 2004년 ‘전국 7대 혁신클러스터 시범단지’, 2005년엔 ‘첨단의료건강 산업특구’로 지정됐다. 2004, 2005년 ‘지역산업진흥사업’ 평가와 2005년 ‘혁신클러스터 시범단지’ 평가에서 1등을 한 것을 비롯해 2006년 ‘지역특화 발전특구’ 평가에서도 전국 최우수 표창을 받았다. 10년 전만 해도 의료산업 불모지였던 원주는 지난해 말 현재 91개 기업에서 150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과거 군사도시로 알려졌던 원주는 의료기기산업으로 인해 도시 이미지도 완전히 바뀌었다. 기업체의 활기가 지역사회까지 변화시켜 국내 도시로는 처음으로 2004년 6월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건강도시 연합 창립멤버로 가입했다.

2005년엔 건강도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2006년부터는 담배소비세 전부를 건강도시 사업에 투자하기로 해 2008년 세계보건기구로부터 건강도시 정책분야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원주가 2007년 10월 처음으로 강원도내에서 인구 30만 명이 넘는 도시로 성장한 것도 ‘첨단 의료·건강도시’로 자리매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글·박경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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