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현재 500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의 고령인구 증가 속도는 선진국에 비해 7∼10배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생겨나는 사회적 그늘도 생각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61세 이상 노인들이 하루에 11명 꼴로 자살을 하는 등 고령화 시대의 암울한 그늘은 우리 주변에 크고 넓게 드리워져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내년부터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는 등 노령사회에 대한 다각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들에 금전 이상으로 필요한 것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이다. 대다수 노인들은 대화의 단절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외되는 것이 가장 서럽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노인복지타운’ 건립에 눈을 돌렸다.
정부 주도 실버타운 산업 1호이며 ‘노인의 천국’으로 불리는 전라북도 김제의 노인복지타운이 주목받는 이유다.
[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한곳에서 의식주·여가·의료문제 해결
‘아침에는 헬스클럽에서 운동, 낮에는 다양한 문화공연 감상에 푹 빠지고 오후에는 친구들과 게이트볼 한 게임, 물리치료·목욕은 1000원이면 OK.’
전북 김제 노인복지타운에 사는 어르신들의 일상생활이다.
“하나 둘 셋 넷 돌고…, 다음은 파트너 바꾸시고요.”
야외공연장에서는 포크댄스 연습이 한창이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20명은 짝을 지어 ‘하나 둘’ 경쾌한 음악소리에 맞춰 스텝을 밟는다. 강사의 시범을 곁눈질하면서도 파트너의 팔을 놓칠세라 꼭 붙들고 있는 모습이 마치 초등학생들이 학예회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야외공연장 옆 실내운동장에서는 어르신 12명이 게이트볼 경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5번 누구야? 공 어디 있어?” 연신 다음 차례를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젊은이들의 ‘힘’이 느껴진다.
옆에서 탁구를 치고 있는 어르신은 “땀이 많이 나네”라며 아예 웃옷을 벋고 운동을 즐긴다. 이곳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따분하고 외로운 생활’이란 느낌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 복지타운에서 마련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때문이다. 노래교실, 챠밍댄스, 요가, 기공, 난타 등 여기저기서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또한 식당에선 2000원에 한 끼 식사를 해결, 미용실에서 기분전환으로 하는 파마는 5000원, 커트는 2000원, 목욕비 1000원. 주머니에 천 원짜리 몇 장만 있으면 하루 종일 복지관에서 먹고 즐기고 노는 것이 해결된다.
“노래 교실, 풍물 등을 배우러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하루가 짧게 느껴지고 참으로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
원영희 할머니는 이곳 생활이 즐겁다며 배운 것을 손자나 자식들에게 다시 가르쳐 줄 때 너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2003년 입주할 때는 자식들의 반대가 심했어. 나 또한 큰 아들집을 떠나 복지타운에 들어온다는 것이 좀 꺼림칙했고…” 라고 말하는 김덕영 할아버지.
김 할아버지는 “하루 종일 집에 있든지 노인정에서 보내는 것은 정말 지루하고 따분했어. 하지만 여기는 아파트 숲 대신 고향처럼 논과 밭이 펼쳐져 있고 공기도 좋아 기분이 상쾌해. 또 같이 밥 먹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아 하루도 심심할 날이 없지”라며 환하게 웃는다.

새로운 친구, 연인과 제 2의 인생 시작
복지타운 150가구에 사는 200여 명의 노인들은 하나같이 활기찬 얼굴을 하고 있는 이유였다. “뭐 특별한 것이 있나. 감자, 고구마 몇 개 쪄서 로비에서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피붙이 형제 같아. 그래서 여긴 비밀도 없어”라며 주름살 깊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는 조복림 할머니.
노래, 풍물, 차밍댄스 등 취미활동과 치매·중풍 노인요양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라정자(76) 할머니. “그냥 즐기고 노는 것도 좋지만 고통을 받고 있는 친구나 또래를 위해 간단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 나도 언제가 저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잖아”라고 말한다. 복지타운 내 입주한 할머니 20명으로 구성된 ‘소리모아봉사단’을 이끌며 매주 비슷한 나이지만 병마와 싸우고 있는 할아버지·할머니의 말벗이 되어주고 청소와 목욕 등을 도우며 ‘건강한 마음’을 찾는다고 한다.
이렇게 서로 친하다 보니 홀로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로맨스’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할머니 연애한다면서요?”라는 짓궂은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얼굴이 붉어진 할머니는 “남우세스럽게…”라며 이내 자리를 피한다. 그러자 주변 할머니들은 박장대소한다. 노인복지타운 관리자는 “이곳에 입주한 홀로된 어르신들은 친구들이 많아 위축되지 않고 활기차게 생활을 한다”고 귀띔했다.

노인들의 의식변화로 수요 급증
복지타운 관리사업소 이두석 소장은 “유명세를 타면서 입주 대기 신청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면서 “내년이면 294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2차 전용주택이 추가로 완공되고 2009년 주공에서 78가구의 고령자주택이 지어지면 대단위 복지타운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제시의 재정자립도가 20% 미만으로 형편없이 낮아 시설확충에 드는 예산확보가 가장 큰 문제”라며 “중앙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노인들의 주거개념이 바뀌면서 유료로 운영되는 노인복지주택과 요양시설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유료로 운영되는 노인전용 복지주택과 요양시설은 전국적으로 200여 곳에 달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대다수 노인들에겐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 이런 측면에서 김제노인복지타운은 지난 1996년 정부의 실버타운 시범사업으로 조성돼 시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시설과 비용이 저렴해 단연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2만 평 규모의 부지에는 목욕탕, 이·미용실, 물리치료실 등을 갖춘 종합복지관을 중심으로 치매·중풍 노인을 위한 전문요양원, 전용주택(임대아파트), 노인회관, 일거리마련센터, 게이트볼장, 야외공연장(700석) 등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다양한 시설뿐 아니라 전용주택도 저렴하다. 11평형 1600만 원, 17평형 2350만 원, 23평형 3050만 원의 입주 보증금만 내면 된다. 관리비 또한 평형별로 2만5000원∼4만 5000원 선에서 해결된다.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는 지역사회의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도 발 벋고 나섰다. 지난 5월 고령친화모델지역 시범사업 지역으로 충남 부여, 전북 순창, 경북 의성, 강원 원주를 선정해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인복지타운’에 정부도 발 벗고 나서
고령친화 모델지역에서는 △보건·복지·생활서비스의 통합적 제공 △노인 일자리 사업 마련 △주거·교통·요양 인프라 구축 등 새로운 시각에서의 지역사회 발전모형을 개발하고 그 운영 결과에 따라 향후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 시범지역에는 내년부터 5년간 해마다 국비 20억∼30억 원씩 지원해 노인뿐 아니라 모든 세대가 어울려 살 수 있는 고령친화마을을 만들게 된다.
특히 미래 고령 사회에 대응할 종합복지형 은퇴자마을 조성사업, 장수연구센터, 건강장수 웰빙타운 등 노인복지 기반시설 구축과 공립치매병원, 요양원, 재가노인지원센터, 복지시설 기능 보강사업 등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찾아가는 이동서비스와 맞춤형 건강관리사업, 노인일자리 창출 사업 등으로 ‘노인들’이 살맛나는 세상을 꾸민다.
또한 지자체들의 사업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6월 전남 고흥에 노인을 위한 전문 병원과 복지시설 등을 두루 갖춘 노인종합복지타운이 문을 열었으며 청정의 도시 ‘강원도 태백’, 건강의 도시 ‘충남 금산’ 등에도 곧 노인복지타운이 문을 열 예정이다.
글 사진 한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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