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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우리나라 최대의 ‘대게’ 생산지인 경북 영덕. 매년 이맘때면 강구항, 축산항의 식당 수족관은 바늘 하나 꼽을 만한 틈도 없을 만큼 대게로 꽉 들어찬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은 영덕을 찾은 수많은 미식가들이 먹어치운 ‘게 껍데기’가 수북하게 쌓여있을 법한데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대게의 고장을 살리는 ‘키토산’
‘그 많은 게 껍데기는 어디로 갔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키토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대게 껍질을 농사나 가축을 기르는 데 쓰려고 농민들이 모두 수거해 간 것이다. 어민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없애서 좋고  농민들은 ‘키토산’ 비료로 영덕의 특산품을 만들어 소득을 올리니 그야말로 ‘도랑치고 가재잡고’인 셈이다. 하찮은 쓰레기를 ‘보물’로 둔갑시키는 경북 영덕의 농어촌을 찾았다.

경북 영덕이 대게의 명산지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에는 거의 무진장하게 잡혀 일본에까지 수출했고 우리식단의 별미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영덕 대게의 생산량은 약 1300톤(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게 총 생산량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속살을 먹고 남은 대게의 껍질도 ‘키토산’이 주목 받으면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키토산은 노화 억제 및 면역력 강화 기능과 더불어 생체리듬 조절기능까지 갖춘 21세기 영양덩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특히 게와 같은 갑각류 껍데기에 키토산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초 어민들에게는 처치 곤란했던 대게 껍데기가 보물로 둔갑을 한 것이다. 또한 2000년대 이후에는 논밭에 뿌리는 유용한 비료의 원료가 되고 있다. 이 지역 특산품인 ‘키토산 쌀’ 또한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지난 20년간 대게잡이를 한 김택열(46) 선장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대게 껍데기는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지금은 농민들뿐만 아니라 축산업자까지 가세해 없어서 못 가져갈 정도”라고 귀띔한다.

영덕은 키토산을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키토산 쌀을 비롯해  계란, 토마토, 한과 등 이용하는 곳도 다양하다. 주로 대게 껍질을 갈아 퇴비와 섞어 발효를 시키거나 닭의 모이로 쓴다.








키토산 거름, 튼실한 열매로 보답
키토산 퇴비를 만들어 농사를 짓고 있는 신영섭(60)씨는 “키토산이 쌀이나 토마토에 포함되어 있다는 과학적인 결과는 없지만 키토산 퇴비로 키운 농작물은 병충해에 아주 강해 특별히 농약칠 필요가 없다”면서 “유기농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써 토양 속에 아주 많은 미생물과 특유의 영양이 농작물을 건강하게 만든다”고 자랑했다. 산모가 튼튼하면 아이도 건강하고 튼튼한 것처럼 농작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대게 눈 감춘 쌀’, ‘영해 대게 쌀’, ‘키토산 토마토’ 등 재미난 이름으로 도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각종 농산물도 키토산 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들이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생산된 쌀이나 계란은 보통 제품보다 30∼50%까지 비싼 값에 팔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형편이라고 한다.

에덴농장에서 생산되는 ‘키토산 계란’도 닭에게 주는 모이에 대게 껍데기를 갈아 넣은 것이다. 일반 계란의 납품가가 10개당 1800∼1900원 정도인 반면, 키토산 계란은 이보다 30∼80%가량 비싼 2300∼3200원 수준이다.

에덴농장 이상환(33)씨는 “영덕에서 유일한 양계농가지만 질병 예방과 브랜드화에 성공해서 남부럽지 않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면서 “남이 하는 일을 따라 하기보다 남이 하지 않는 일에 손댄 것이 곧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적’ 성게·불가사리도 비료로 활용
새로운 ‘쓸모’를 찾은 것은 비단 대게 껍데기만은 아니다. 바다의 자원인 어패류를 마구 먹어치우는 불가사리. ‘양식장의 포식자’로 불리는 불가사리는 어민들에게 커다란 골칫거리 중 하나이다. 또한 성게도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 수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으로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 밀리면서 한때 성게는 불가사리와 더불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수출길이 막히면서 어민들이 성게 채취를 중단하자, 전복의 먹이가 되는 미역 등 해초류를 먹어치우는 ‘해적’으로 둔갑했다.

하지만 최근 농민들이 성게는 물론, 불가사리를 식용이 아닌 유기질 비료로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성게에는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물질인 타우린 등이, 불가사리에는 인체에 유용한 칼슘 등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 지역 논밭에는 화학비료 대신 성게와 불가사리를 가공한 천연비료를 뿌리는 친환경 농법이 등장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농약이 필요 없어지고 구수한 맛이 강해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쌀 80㎏ 한 가마당 15만 원선인데 비해 불가사리와 성게를 이용한 유기농 쌀인 ‘햇님 불가사리쌀’은 20만 원이 넘는다.

모든 사람이 농사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희망을 찾았다. 안상곤(50·영덕자연농법 영농조합)씨는 “키토산처럼 지역의 특성과 연계해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길이 21세기 우리 농촌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주변에 버려진 것을 ‘보물’로 만든 이곳 사람들의 얼굴에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글 사진 한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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