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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쉼 없이 돌아가는 방직기계 앞에서 일하는 우리네 어머니, 누이가 수출의 역군으로 불리던 1970년대를 정점으로 이 땅의 방직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뛰어오르는 인건비와 원재료 값의 상승으로 신흥 개발도상국에 시장을 빼앗겼다. 하지만 경남 진주의 실크산업은 고부가가치를 만들며 지역경제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96년부터 밀려들어오는 중국의 저렴한 제품으로 어려움을 겪던 진주의 실크산업은 내수 위주의 전략을 탈피하고 선진기술을 도입해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며 지역경제에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바탕으로 대표적인 ‘굴뚝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우뚝 섰다. 곱디고운 옷감으로 이름을 드높인 진주의 실크를 만나봤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새로운 제품 개발로 시장을 창출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진주의 실크산업은 전형적인 지역특성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현재 110여 개 중소기업이 생산 중이다. 국내 실크 제조업체의 70%,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실크의 고장’ 진주는 이탈리아 코모, 일본 교토, 중국의 항저우(杭州)와 수저우(蘇州)의 실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5대 생산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시장 개방으로 실크의 수입이 자유로워지면서 국내 실크산업은 큰 풍랑을 만났다. 특히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중국 실크는 저렴한 원가를 무기로 국내 시장을 무섭게 파고들었다. 또한 국내 실크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한복 원단까지 중국에서 생산해 국내로 수입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실크산업의 문제점은 이뿐만 아니었다. 제직 기계의 발달로 실크 생산량은 현저히 늘어난 반면, 내수시장에서 한복을 비롯한 실크를 이용한 제품들의 소비량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 또한 문제였다.

하희영 한국실크연구원 원장은 “수작업을 하던 때는 하루 15m 정도 생산했는데 시스템 자동화 덕분에 30∼40m 이상으로 생산량이 늘었다. 공급이 증가하면 수요도 그만큼 늘어나야 하지만 결혼 인구의 감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한복 시장이 좁아지면서 오히려 실크 소비량이  줄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래서 한국실크연구원을 비롯해 진주의 실크 공장들이 모여 새로운 실크 시장의 형성을 위해 힘을 모았다. 또 2004년 산업자원부의 지역혁신연고진흥사업(RIS)에 선정돼 정부 지원으로 실크를 이용한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한복 원단만을 90% 이상 생산하던 기존의 구조를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가정용 직물과 비의류용 제품 개발에 혼신의 힘을 쏟은 결과 커튼, 침대 시트, 실크 벽지 등 상품화에 성공했다. 이런 제품은 내수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세계시장 진출로 이어졌다.

각종 제품 개발과 해외 전시회 참여로 우리 실크의 우수성을 꾸준히 알린 결과 2004년부터 2006년까지 1630만 달러어치의 실크 제품을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여기에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장에서 사용된 ‘누리마루 하우스’와 벡스코 실내벽지가 진주에서 개발한 천연 실크 벽지로 장식되면서 진주 실크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이 세계로 알려지며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 경남 진주의 실크는 단순히 한복의 재료를 넘어 이탈리아나 일본 실크와 당당히 어깨를 겨루고 있으며 최고급 벽지뿐 아니라 커튼, 소파의 겉감 소재 등 다양하게 우리의 생활에 파고들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대미 수출의 70~80%로 제 2 전성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경남 진주 실크산업이 70∼80년대 전성기를 넘어서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번 한·미 FTA협상에서 진주의 주생산품인 견사, 실크직물 등 9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5% 안팎의 관세 철폐가 현실화될 경우 품질은 우수하면서도 가격 면에서 중국산에 밀렸던 진주 실크가 미국 시장에서 더욱 인기를 얻는 것은 당연지사.

특히 이번 협상에서 수입 생사(고치에서 뽑아낸 실로서, 정련(精練)이나 연사(撚絲)로 가공하지 않은 상태의 실)를 이용해 만든 견직물로 생산된 제품도 전량 국산으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생사를 전량 중국과 브라질 등으로부터 수입해 실크직물을 생산하는 진주실크 업계로서는 국산 인정여부를 둘러싼 우려도 말끔히 해소된 셈이다.

현재 미국 시장으로 수출되는 견직물은 전국적으로 약 3000만 달러로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생산하는 실크제품을 포함하면 대미 실크 수출의 70∼80%를 진주지역에서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순정 한국실크연구원 수석연구원은 “2004년 내수 위주로 생산하던 중소업체들의 힘을 모아 새로운 제품 개발과 수출을 한다는 것은 참 힘들었다. 하지만 한·미 FTA 타결로 진주의 실크 산업은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탈리아나 일본의 실크보다 좋고 멋진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 우뚝 설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실크밸리 조성으로 세계적 관광도시 꿈
많은 사람들이 IT·BT산업과 같은 미래 산업에 대해 눈을 돌리고 그만큼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사이 국내 실크산업은 전통 굴뚝산업으로 전락하며 순수 제조업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지역경제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실크 산업을 위해 진주시가 발 벗고 나섰다. 실크밸리는 문산읍 일대 4만 5000여 평에 2008년까지 160억 원을 들여 조성된다. 디자인혁신센터와 전시장, 박물관, 홍보관, 유통센터, 연구기관 등을 한 곳에 모아 세계 실크산업을 이끌 성장동력을 만든다.

실크밸리는 현재 진주 상평공단에 있는 20여 개의 실크업체를 이곳으로 이전시켜 생산성 상승효과를 내고, 산·학·연·관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만들어 단순히 생산과 기술개발뿐 아니라 유통과 마케팅, 판매까지 하나로 묶는 명실상부한 실크의 도시로 자리잡도록 한다. 실크 박물관과 체험장도 들어선다. 천연 염색, 베짜기, 공장견학 등 체험학습과 진주 실크의 100년을 한눈에 보여주는 박물관 등을 만들어 지역관광 활성화에도 앞장설 예정이다. 또  현재 ‘실키안’이란 자체 브랜드와 상설 매장을 더욱 발전시켜 백화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 제품을 판매하는 대규모 실크 쇼핑몰까지 들어서 진주시는 실크를 통해 세계적인 관광·산업단지로 거듭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진주시가 굴뚝 산업이라는 ‘실크’를 통해 세계 제 1의 실크 고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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