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경기도 남단에 위치한 안성. 생각한 대로 잘된 물건을 표현할 때 안성에서 일부러 맞춘 유기그릇처럼 맘에
든다는 뜻으로 ‘안성맞춤’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안성시는 2000년도부터 ‘안성마춤’라는 고유 브랜드로
본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안성농업 총생산액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전국 최초 지자체
중심의 브랜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안성시의 자부심을 들여다봤다.
“농가를 살리겠다고 처음엔 장돌뱅이처럼 농산물을 들고 아파트나 재래시장을 돌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백화점에 납품하게 됐는데 거기서 이름을 달아달라, 포장을 더 좋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데 맞추다 보니 브랜드 마케팅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2000년도부터 지역 브랜드 사업을 담당해온 안성시청 이인범 주사는 마케팅을 몸으로 익혀왔다. 안성은 전체 인구 중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22.4%를 차지하고 농업소득이 지역 총생산액의 20% 가까이 된다. 시 총예산의 18.9%를 농업분야에 집중 투자할 정도로 농업에 대한 비중이 큰 도시다. 그래서 농산물 판매에 앞장서게 됐고 현장 속에서 ‘안성마춤’이라는 브랜드도 만들게 된 것이다.
“FTA로 수입농산물이 급증하고 소비자 욕구가 늘어가는 데 발맞춰 새로운 농정패러다임을 건설해야 합니다. 안성에서는 브랜드 마케팅과 협동조합 중심의 연합마케팅을 그 대안으로 삼았습니다.”
1997년도 경쟁력 있는 쌀, 배, 포도, 인삼, 한우를 브랜드 사업 품목으로 선정하고 1998년도에 안성마춤 브랜드를 특허청에 등록했다. 그 후 안성시는 안성마춤 상표 사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엄격하게 관리해오고 있다.

프로가 만든 고품질 농산물 ‘안성마춤’
‘안성마춤’ 브랜드는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메인 디자인으로 삼은 마패는 안성맞춤의 어원이 되는 유기로 만들어졌다는 데서 착안했다. 안성의 유기에는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고 마패에는 청렴결백의 의미가 들어 있어 프로가 만든 고품질 농산물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이들은 브랜드를 결정할 때 공무원이 아닌 바이어에게 기준을 맞췄다. 물건을 팔고 사는 바이어들이 괜찮다는 반응을 보일 때 공무원의 기호에는 안 맞더라도 과감하게 차용한 것. 안성마춤이라는 브랜드는 초반에 철자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브랜드를 처음 만들던 시기에는 ‘안성맞춤’과 ‘안성마춤’이 공존했는데 안성맞춤으로 철자법이 확정됐다. 그러나 안성시는 안성마춤이 부드럽게 부를 수 있고 어감이 좋다는 판단하에 철자법과 무관하게 ‘안성마춤’을 택했다.
안성마춤 브랜드는 철저한 역할분담이 눈에 띈다.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예산을 지원하며 총괄 관리 역할을 하는 안성시청이 한 축을 담당하고 고품질, 농·축산물의 생산과 공급을 담당하는 생산농가가 한 축을 이룬다. 또 생산지도와 농가 관리는 16개 농협이 담당하고 안성지역농협사업연합이 유통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진다. 이처럼 큰 네 축이 각각의 역할을 이루며 명품화 사업을 내실있게 추진하는 힘을 갖는 것이다.
“공무원이 모든 것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어떤 사업의 역할이든 주체는 따로 세워야 성공합니다. 공무원은 서포터라는 생각을 하고 각 주체에게 성과를 돌려야 제대로 이루어집니다.”
이 주사는 최근 안성시로 벤치마킹하러 방문하는 다른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권위를 버리라는 당부를 한다. ‘내가 다 하겠다’가 아니라 ‘충분한 지원을 하겠다’는 마인드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공무원, 농민, 유통담당자가 함께 방문하기를 요구하는 것도 사업의 성과가 이들의 협력에 달렸기 때문이다.
브랜드 사업으로 안성사업연합은 ‘안성마춤’ 브랜드를 내세우기 시작할 당시 수익률 14억 원에서 2006년도 600억 원 이상으로 급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중 가장 큰 성장을 보인 것이 인삼이다.
“대한민국에서 인삼 쪽으로는 유일하게 4년 연속 품질인증을 받고 있습니다. 홍삼의 재료가 되는 6년산 인삼 시장이 2000년도 1억 5000만 원 규모였는데 작년에는 100억 원 규모로 커져서 자체 홍삼 제작시설도 완비할 예정입니다.”
농가에 더 큰 도움이 돼
안성인삼농협의 박봉순 전무는 인삼이 고수익작물이어서 농가가 계속 느는 데다 물류센터 건설 등에 시 지원이 적극적이어서 인삼산업의 전망이 밝다고 자신했다. 추석을 앞두고는 포장작업을 위해 전직원이 밤을 샐 정도였다고. 고용창출 효과도 톡톡하다. “장기적으로 농협을 통한 브랜드 유통망을 가져야 각 농가에게도 이익이 큽니다. 그런데 당장 소매로 팔 경우 수익이 더 높다는 이유로 협조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아직은 많아요. 농가의 인식 전환이 우선인데 설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3대째 소를 키우고 있는 안태호(32·안성시 삼중면 미장리) 씨는 브랜드 유통으로 전환한 후 판로가 개척되고 수요와 고정적인 공급라인이 생긴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우수한 품질을 생산할수록 품질장려금을 받는 등 인센티브가 적용돼서 농가로서는 더 큰 도움이 됩니다. 브랜드 마케팅 전엔 두당 500만~600만 원 하던 소가 이젠 잘 받을 때는 1000만 원을 호가합니다.”
우수한 품질을 생산하기 위해서 품은 더 들고 손도 많이 가지만 그만큼 이익이 더 커져서 좋다는 안씨의 답변이 바로 안성마춤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농가의 심정일 듯하다.

감성마케팅으로 안정적인 성장 계획
앞으로 안성시는 3단계 마케팅 전략을 펼 계획이다. 3단계에는 제품의 규격화, 물량화를 이루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 대량생산하는 공산품처럼 농산물을 팔 수 있고 상품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화를 접목하면 3단계 마케팅 전략이 수립되는 것이다. 문화를 접목하는 것은 감성 마케팅을 의미하는데 그린투어 등의 체험활동으로 소비자가 안성마춤 제품을 직접 느끼고 이들이 입소문을 내게 하는 것이다.
“세계적 농산물이 되기 위해서는 대물림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가는 고령화추세가 강합니다. 농촌 고령화를 대비하는 길은 연합사업입니다. 고령화로 인해 남아도는 농지를 연합해 집단 생산함으로써 생산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안성시는 이를 위해 농업을 대물림해서 좋은 생산물을 내면 장인상도 수여할 예정이다. 수입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올 때 유통을 지키는 이가 최후의 승리자라고 말하는 안성시민들. 그들은 지금 안성마춤이 수면 아래 있지만 본격적인 세계 경쟁이 가속화되면 안성마춤 브랜드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지역민들은 “안성마춤 클러스터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전국 제일의 살맛나는 농촌도시를 건설할 것”이라며 “안성마춤 브랜드가 정착되면 수입농산물도 그다지 겁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글 이선민 기자 사진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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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