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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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릿한 갯냄새가 날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넘실대는 파도를 타고 건너온 바람이 상쾌하다. 바닷가 부두하면 으레 고깃배들이 무질서하게 정박해 있고 녹슨 어구와 낡은 방파제를 떠올리지만 마량항은 달랐다. 탄성포장재가 깔린 넓은 방파제는 공원을 연상케 한다. 방파제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반가운 겨울 햇살을 즐기고 있다. 방파제 중간쯤 마련된 제법 큰 공연장 옆에는 거북이·문어·조개· 새우 등의 조형물이 아이들의 친구가 된다.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끝낸 마량항. 제주에서 한양으로 공출된 말이 쉬어가던 마량이 이제 사람이 쉬어가는 미항으로 변신한 걸 보면 상전벽해라는 말이 실감난다. 어촌을 살리면서 관광객을 모으는 어촌어항복합공간의 쇼케이스. 그 곳이 바로 마량이다.
[B]3개의 방파제가 만들어내는 황홀한 야경[/B]
마량항의 방파제 중 상방파제를 제외한 3개의 방파제가 ‘꽃단장’을 마쳤다. 방파제의 모양과 재질도 다채롭다. 목재 계단, 탄성포장재가 깔린 산책로,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계단식 휴식처와 원형 공연장, 바닥에 깔린 유리 조명은 제각기 다양한 모습과 색깔을 자랑한다. 앞바다를 건너온 파도를 막는 중방파제는 길이 320m, 폭은 최대 34m까지 늘려 말 그대로 해상공원이 됐다. 소나무 동산이 먼저 방문객을 맞고 물고기와 파도 모양으로 만들어진 벤치는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꽃봉오리의 가운데에 해당하는 하방파제 주위에는 소형 어선들이 나뭇잎맥처럼 만들어진 부두를 따라 가지런히 묶여 있어 나폴리항을 떠오르게 한다. 하얀 어선의 마스트가 열병식을 하는 기마병의 창처럼 햇살에 반짝인다. 100m 길이의 제방 곳곳에는 다양한 모양의 벤치가 제각기 자태를 뽐내고 방파제의 끝에는 열린 공간인 원형무대가 자리했다. 폭이 최대 8.8m에 달하는 동방파제는 낚시하기에 좋다. 부두에서 방파제 끝 등대까지 270m에 이르는 동방파제는 안전난간 사이로 계단이 나 있어 낚시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한 해 찾는 낚시꾼이 5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B]강진 관광‘허브’로 사람들 불러모아[/B]
해안을 따라 방파제로 이어지는 산책로도 눈길을 끈다. 투명하게 맑은 바닷물이 찰랑이는 부두를 따라 걸으면 외국의 유명 휴양지에 온 느낌이다.
마량항의 진가는 밤이 되면 더 빛을 발한다. 방파제에는 다양한 색깔의 램프가 설치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과 색의 잔치를 볼 수 있고 바다 속에 설치된 조명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갈매기를 형상화한 독특한 가로등과 발광 다이오드(LED) 램프는 달이 밝은 날 호수처럼 잔잔한 파도와 어우러져 보는 이의 경탄을 자아낸다.
평범한 어촌이었던 마량항이 지금의 모습으로 바뀐 것은 지난 9월부터다. 목포해양수산청은 지난해 2월부터 1년7개월 동안 112억 원을 투입, 방파제 3곳을 완전히 고치고 편의시설을 갖췄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삭막하던 방파제를 넓히고 다양한 재질을 입히고 다듬어 공원을 조성한 것. 주5일 근무제 확산에 따라 늘어나는 관광수요를 어촌으로 흡수하기 위해 해양수산부가 2004년도에 전국 첫 시범지역으로 선정한 어촌어항 가꾸기 사업의 결실이다.
재개장 후 관광객도 늘었다. 하루 90여 명이 찾던 마량항 방문객은 공간조성이 끝난 후 850여 명으로 급증했다. 주변 횟집을 중심으로 수산물 매출도 30% 정도 증가했다. 평일에는 50~70대의 장노년층이, 휴일에는 20~40대의 청장년층이 많이 찾는다.
광주에서 온 한계희(32) 씨는 “농어회를 먹으러 왔는데, 도시 공원 못지않게 조성해놓은 방파제를 보고 놀랐다”며 환하게 웃었다.
올해 말까지 200대 이상의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 공사가 끝나면 단체 관광객의 방문도 훨씬 쉬워질 전망이다.
강진군 마량면의 정일선 부면장은 “여름에는 주변 고금도·약산도·금일도 등 섬으로 가는 관광객들과 마량항 방문객들이 많아 선착장 주변에 차가 다닐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며 “방파제와 주변시설 등 새로운 볼거리가 늘어 사계절 내내 찾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마량항이 면모를 바꾼 것은 우리 어촌과 어항에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최근 우리 어촌은 어획량 감소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로 젊은 층이 대도시로 떠나면서 거주 인구가 줄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다양한 모습의 어촌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어촌 마을을 3가지 모델로 분류해 체계적으로 개발키로 한 것. 마량항을 비롯한 어촌어항복합공간 7곳, 다기능 어항모델 6곳, 어촌관광지모델 11곳에 2009년까지 4723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마량항이 관광객을 모으고 성공적인 어촌어항사업의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보완할 점도 적지 않다. 우선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시설 등 관광 인프라 부족이 꼽힌다. 주변에 청자 도요지, 해수욕장을 끼고있는 섬이 많아 관광 허브 역할을 하지만 체류형 관광지가 되기에는 기반시설이 부족하다.
[B]“제주촌 만들어 도약 계기 삼을 터”[/B]
마량항이 해양수산부 어촌어항개선사업의 첫 주자로 선택된 데는 지리·역사적인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마량은 어항과 어촌시설 외에 청자도요지, 다산초당 등 문화유적이 잘 보존돼 있는 곳이다. 여기에 제주에서 말을 육지로 보낼 때 주요 기착지로 이용된 점도 도움이 됐다. 마량에 제주촌을 건설하려는 움직임도 이런 역사적 이유 때문이다.
제주촌 건설은 제주의 한 마을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모습으로 계획되고 있다. 제주와 마량 간의 해상로를 재조명하기 위해 1985년에 테우(‘떼’의 제주 사투리) 물마루호 탐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뗏목의 일종인 ‘테우’ 3대로 제주를 출발, 항해 3일 만에 마량항에 도착한 적이 있고 올 6월에도 북제주군 문화원과 강진군 문화원 공동주관으로 테우 ‘탐라’ ‘탐진’호가 뱃길을 고증했다.
[SET_IMAGE]5,original,right[/SET_IMAGE]마량면 주민과 관계자들은 지속적인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흥오 마량면 지역발전협의회장은 “가족 단위의 관광객을 위한 펜션이나 콘도미니엄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짓고 교육적이면서도 오락적인 시설이 들어서야 한다”면서 “마량에 제주촌이 건설되면 아름다운 마량항과 함께 또 다른 볼거리로 많은 관광객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함께 “국가적 어촌 다양화의 첫 사업인 만큼 인프라 구축에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 어촌관광 활성화의 모범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한국의 나폴리를 꿈꾸는 마량의 변화는 우리 어촌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물고기를 잡고 파는 단순한 생산 공간인 어촌에서 관광과 교육을 테마로 하는 복합공간 조성사업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RIGHT]이병헌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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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