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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제51호>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경남 거제시 신현읍에 위치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공원 입구부터 포로수용소 출입문과 철조망이 재현돼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다. 유적공원에 들어서면 시계는 1950년대로 순간 이동하면서 한때 17만 명이 넘게 수용됐던 포로수용소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흑백사진으로 남아 있는 거제 포로수용소의 야만적인 시절과 어울리지 않을 만큼 가을하늘이 푸르고 맑다. 그 시절 포로들도 이런 햇살 아래에서 배식을 기다리며 줄을 서고 양지 바른 곳에 앉아 해진 군화를 꿰맸을까. 포로수용소 공원 내 디오라마관은 수용소 배치상황과 생활상을 실사처럼 보여준다. 반원형 전시관인 디오라마관 안은 포로수용소 전체 모습을 미니어처로 전시해 수용소의 당시 상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푸른 하늘이 그려진 반원형의 벽에는 군데군데 흰 구름이 평화롭게 떠다닌다. 야트막한 능선 아래 너른 골짜기엔 야외막사가 줄을 맞춰 늘어서 있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B]수용소장 돗드 준장 납치도 재현[/B] 유엔군과 한국군 경비병이 군데군데 눈에 띄고 훨씬 많은 수의 포로들도 보인다. 포로들의 복장은 대부분 회색 계통의 작업복으로 PW(Prisoner of War, 전쟁포로)라는 글자가 가슴이나 등에 찍혀 있다. 포로들의 움직임과 표정은 복장만큼이나 제각각이다. 막사 앞에서 나무 막대로 총검술 훈련을 하는 포로가 있는가 하면 배식 중인 포로, 빨래를 하거나 용변을 보는 포로까지 다양하다. 디오라마관에는 수용소 내 좌우익 갈등 현장을 재현해 놓았다. 한쪽에는 당시 수용소 소장이었던 유엔군 돗드 준장을 납치하는 장면이 정교한 마네킹으로 만들어져 있다. 철조망을 비슷한 길이로 잘라 묶은 흉기와 장대 끝에 식칼을 끼워 손에 든 포로들이 친공포로와 반공포로로 나뉘어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은 눈앞의 현장을 목격하는 듯하다. 전시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포로들의 함성과 미군의 외침이 흘러나와 끔찍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한국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어느 날의 거제 포로수용소가 그대로 옮겨진 것이다. “저거 봐. 저게 화장실이래.” “에이, 무슨 화장실이 벽도 없어? 말도 안 돼.” 수용소 안을 들여다보던 변현주(부산 서구 남부민동) 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어른 세대가 참혹함을 그대로 묘사한 전시물 앞에서 전쟁의 비극적인 면을 보는 반면 아이들은 전쟁영화라도 감상하듯 구김이 없다. 거제 포로수용소는 6·25전쟁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해 1950년 11월부터 고현·수월지구를 중심으로 설치됐다. 수용소 공원이 들어선 자리는 그 중 사령관 집무실과 경비병 막사가 남아 있는 고현 일대로 8만8069㎡(약 2만6640평)의 부지에 전시관·야외막사·디오라마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B]미래 지역경제 밝은 신호탄[/B] 전시공간은 크게 6·25전쟁을 시간적 순서로 볼 수 있게 만든 한국전쟁 존, 포로수용소 존과 포로수용소 유적을 재현한 포로수용소 유적관으로 구분한다. 포로수용소 존은 포로생활관, 포로생포관, 포로수송관, 포로사상대립관, 여자포로관, 포로폭동체험관, 포로설득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포로설득관은 사진과 영상을 3차원으로 혼합, 방송에서 볼 수 있는 디지털 가상 스튜디오처럼 현실감이 느껴진다. 포로생활관에는 가마니를 바닥에 깔아 침상으로 사용했던 당시의 모습을 미니어처로 제작해 전시하고 있다. 포로사상대립관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제네바협정에 따라 포로를 함부로 대할 수 없음을 악용한 포로들이 조직을 만들었고 친공포로와 반공포로의 대립이 날카로워졌다. 친공포로들의 잦은 폭동과 학살, 이에 맞선 반공포로의 저항으로 2000여 명의 포로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실내 전시관 코스를 지나면 포로수용소 유적이 이어진다. 당시의 경비병 숙소가 일부 남아 있고 야외 포로수용소 막사, 감시초소, 야전병원 등을 재현했다. 거제에 살면서도 포로수용소에 처음 와봤다는 서정호(58) 씨는 “참혹했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해 놓아 놀랐다”며 “당시에 쓰던 군용물자나 건물, 총기 등 전시물과 함께 음향 효과가 어우러져 볼 만했다”고 들려준다. [SET_IMAGE]5,original,center[/SET_IMAGE] 거제시가 포로수용소 유적을 보존한 것은 1983년부터. 거제시청 관광진흥과 김영돌(59) 씨는 “거제의 문화유산 중 포로수용소 유적이 갖는 역사적 의미가 크다”며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대우·삼성조선소의 산업·관광지를 연계한 관광자원화에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곧바로 유적의 지방문화재 지정, 유적자료 수집, 외국사례 벤치마킹이 이어졌다. 공원 조성을 위해 1996년부터 6년에 걸쳐 197억 원이 투입됐다. 연간 관람객과 수입도 크게 늘었다. 관람객 수는 1999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1차 개관 당시 9만3400명, 2002년 2차 개관을 거치며 지난해에는 84만 명에 달했다. 수입도 지난해 입장료만 157억 원, 주차료 15억 원, 기념품 판매 26억 원 등 총 200억 원에 육박했다. 거제의 포로수용소 공원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유적이 보존된 포로수용소라는 역사적 특수성을 이용, 거제 대표 관광산업으로 성장시킨 데 있다. 이와 함께 다른 관광자원과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춘 것도 강점이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냉전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관광자원은 국내에 그리 흔치 않다. [SET_IMAGE]6,original,center[/SET_IMAGE] [B]자연풍광과 연계… 관광특수 기대[/B] 거제시 포로수용소 공원은 최근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에 따른 가족 여행객 증가와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 건설(2010년 완공),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개통과 거제 연결 계획 등으로 관광객의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대 조선소가 여전히 경기 활황을 선도하는 가운데 올 10월말 거제시의 인구가 20만 명을 돌파한 것도 호재로 작용한다. 김영돌 씨는 “현재 유적지 옆 학교부지를 매입한 상태”라며 “총 200억 원을 투입해 2만6511㎡의 부지를 늘려 전시, 수련·숙박시설, 서바이벌 게임장 등의 레포츠 시설과 놀이공원 개념의 전쟁 체험 시설, 무기체험관, 4D영상관, 전쟁 상황을 재현한 음식점 등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쟁의 아픔이 서린 유적을 활용해 관광자원화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의 노력으로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미래의 지역 경제에 밝은 신호탄이 되고 있다. [RIGHT]이병헌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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