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전국 생산량의 50%를 차지한다는 이곳 버찌 재배농가들은 올해 60억 원의 매출을 거뜬히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4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화천리 버찌는 경주의 새로운 대표작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벚나무 열매인 ‘버찌’는 ‘벚(나무)+씨’에서 유래된 순 우리말이다. 버찌는 여인의 붉은 입술에 자주 비유되는 동양판 체리 앵두와는 속(屬)이 같고 종(種)이 달라 사촌 정도에 속한다. 앵두나무는 키가 작은 관목인 데 반해 벚나무는 키가 큰 교목이다. 당도는 앵두보다 버찌가 높다.
싱그러운 봄기운을 가득 머금고 자란 경주 버찌를 만난 것은 지난 6월 7일. 화천리 일대 2만1780평의 야산에는 33개 농가가 재배하는 버찌들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온 산에 울려 퍼진다. 이날은 본격적으로 수확을 시작한 지 사흘째란다.
[B]30여 농가 올해 60억 매출 ‘거뜬’ [/B]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버찌 선별작업을 하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우야꼬! 올해도 버찌가 풍년인갑네.”
“버찌 덕분에 우리가 먹고사는 거 아이가. 한 달 동안 힘들게 일하는 보람이 있제.”
“맞다. 이 버찌로 애들 학교 다 보냈다 아이가. 고생 좀 하면 어떻노.”
꼭두새벽부터 선별작업을 시작했다는 아주머니들의 손마디는 어느새 버찌 물로 새빨개졌다. 새빨간 손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면서도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버찌는 보존성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통상 6월 한 달 내에 수확을 마쳐야 한다. 저온 유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유통기간도 짧다. 일반사람이 잼, 즙 등의 가공품이 아닌 ‘생물’ 버찌를 먹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경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6월 25일께는 버찌 열매를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다 따야 한다. 따뜻한 남쪽 지방의 기후 탓에 7월 초부터 낙과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화천리 농민들은 6월을 “사람 혼을 빼놓는 달”이라고 표현한다.
버찌는 과피가 얇다. 이 때문에 하나하나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직접 나무위로 올라가 하나씩 조심스럽게 손으로 따낸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수확한 버찌를 손으로 일일이 선별한다. 검붉은 색을 띠는 것이 ‘최상품’. 쉴 새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손과 눈은 기계처럼 정확하게 상·중·하품을 구별해 낸다.
그동안에는 이렇게 선별된 버찌를 시장에 직접 내다팔았지만 올해부터는 농협 경주시 연합사업단이 운영하는 아화농협 집하장으로 보낸다. 이곳에서 경주시 공동브랜드‘이사금’으로 옷을 갈아입고 1kg, 4kg 규격으로 포장돼 서울·부산 등 전국 각 지역으로 팔려나간다.
타 지역과 달리 경주 화천리 버찌가 유명한 것은 역사가 깊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처음으로 심은 10여 그루의 벚나무가 버찌 재배의 토대가 됐다. 3대째 버찌 재배를 해오고 있다는 화천리 작목반 홍성태(61) 회장의 말에 따르면 “일제시대에는 농사라기보다는 먹기 위해 집 근처에 몇 그루 심었을 뿐이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내다판 것은 1964년부터였다”고 한다.
[SET_IMAGE]3,original,center[/SET_IMAGE]
[B]3대에 걸쳐 재배기술 축적[/B]
다른 먹을거리가 없던 시절 훌륭한 간식거리였던 버찌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수확하기 위해 화천리 일대 농민들은 1964년부터 본격적으로 벚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당시 경주 장터에서는 많은 양의 버찌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경주의 한 시장에서 만난 원철(55) 스님은 “어릴 적 많이 먹었던 버찌가 생각나 한 바구니 사기 위해 나왔다”며 “예전에는 흔했는데 이제 버찌 구경하기가 힘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주 시내에서 만난 김경숙(43) 씨도 “어릴 때 버찌를 많이 먹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버찌를 먹어봤지만 경주 버찌 맛과 달랐다”며 경주 버찌 예찬론을 펴기도 했다.
실제로 경주 버찌의 특징은 유난히 검붉다는 점. 이는 기후적인 특성도 있지만 3대째 이어져 내려온 ‘정성’덕이 더 크다.
홍 회장은 “버찌 재배는 다른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키우듯 공을 들여야 한다. 단순히 돈벌이 수단만으로 생각하지 않고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키운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수확하기 전까지 매일 하루 한번 버찌를 눈으로 일일이 확인하며 보살핀다.
버찌 농가는 그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특히 1980~90년대 말 수입산 체리와 앵두가 들어오면서 버찌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비슷한 품질의 체리와 앵두 가격은 버찌보다 훨씬 쌌기 때문이다. 이 무렵 마을청년이 하나둘 대도시로 떠나면서 ‘일손 부족’ 현상도 심화됐다.
버찌는 기계로 수확하지 못한다. 수확과 선별 작업에는 반드시 사람 손이 필요하다. 일손 부족으로 다른 작물로 교체하거나 농촌을 떠난 농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화천리 농가만큼은 버찌 역사를 계승한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왔다. 경주 버찌의 인기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올해 경주 버찌는 1964년 생산 개시 이후 최대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경주 버찌 공동출하를 맡고 있는 농협 경주시 연합사업단은 올해 총 6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20억 원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다. 또 도매가격도 kg당 8000원에서 최고 1만2000원까지 껑충 뛰었다.
[B]버찌 집하장과 저온저장고 건립 [/B]
사업단 이석기 상무는 “웰빙 열풍과 건강식 바람이 불면서 버찌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며 수확량을 더 늘려 전국 어디에서나 경주 버찌 맛을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경주시는 올해 버찌의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효현동에 버찌 집하장과 저온저장고를 건립 중이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버찌를 인기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저온저장고 이외에 다양한 지원책을 펼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찌의 효능을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잇따르면서 경주 버찌 인기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전주대 대체의학 대학원 오흥근 교수는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버찌에 든 성분(안토시아닌과 시아니딘)이 통풍으로 인한 통증과 부종을 줄여주고 있다”며 “통풍 환자가 매일 버찌를 12알 이상 먹거나 버찌 주스를 하루 세 숟갈씩 먹으면 좋다”고 권한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미국 미시간대 연구진도 “안토시아닌은 아스피린보다 10배 높은 소염효과를 나타낸다”며 “관절염 환자가 버찌 주스를 꾸준히 마시면 염증과 통증이 완화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버찌 차와 주스 등은 감기·기침·천식 등 기관지 질환과 심장병·뇌졸중 등 혈관 질환 예방에도 좋으며 안토시아닌 성분이 암을 예방하고, 발암성 물질의 생성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100g당 60kcal로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용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RIGHT]최재영 기자[/RIGHT]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