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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X파일’의 스컬리, ‘위기의 주부들’의 수전, ‘세일러문’의 비키, ‘독수리 5형제’의 준.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답은 ‘성우 서혜정이 연기한 캐릭터’이다. 사람들은 이름보다는 목소리로 그를 기억한다.

그런 그가 성우생활 28년 만에 매우 독특한 캐릭터를 맡아 ‘성우 서혜정’이란 이름을 널리 알렸다. 똑같은 상황에서 남녀가 얼마나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 코믹하게 비교해주는 tvN ‘롤러코스터’의 인기코너 ‘남녀탐구생활’의 내레이션을 맡아 인기몰이를 한 것.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도 남자 몰라요”란 식의 ‘해요체’ 코멘트를 기계같이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읽어주는 그의 목소리는 많은 이들을 배꼽 잡게 했다.

최근 <속상해하지 마세요>라는 자전적 에세이를 펴내 자신의 험난했던 인생사를 솔직하게 드러낸 서 씨는 “성우에게 책이란 늘 함께하는 동반자”라고 했다.

“어렸을 때 혼자 자라서 늘 책과 함께 놀았어요. 책 속의 활자를 크게 소리 내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그 캐릭터 속에 빠져들어 감정을 이입하게 되죠. 그러던 습관이 성우가 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늘 대본을 읽어야 하기에 그는 하루에도 수많은 글을 접한다. 그중에는 준(準)전문가 수준의 좋은 글도 가끔 눈에 띈다. 특히 좋은 글은 소리 내어 읽으면 그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나고 기억에도 오래도록 남는다. 그가 추천한 여행작가 오소희의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는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하며 머릿속에 집어넣은 책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다.
 

“예전에 KBS의 ‘라디오 여행기’란 프로그램에서 이 책을 낭독해 소개한 적이 있어요. 용감무쌍한 젊은 엄마와 아홉 살 난 장난꾸러기 아들이 떠나는 아프리카 여행기라서 그런지 다른 여행 책에 비해 순수하고 따뜻한 시선이 곳곳에 깃들어 있어요.”

한 달 동안 이 책을 낭독하면서 그 자신도 ‘아들 데리고 여행 떠난 엄마’가 된 심정이었다. 자신의 감정이 책에 이입돼 작가와 일체감을 갖게 된 것. 생애 한 번뿐인 아프리카 뮤직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아픈 아이를 안고 춤을 추기도 했고, 탄자니아의 작은 섬 ‘잔지바’의 골목길을 헤매면서 아프리카의 원색적인 풍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모자가 체험한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얼마나 유쾌했는지 몰라요. 여행작가가 써서 그런지 글도 참 감각적이고요.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작가가 여행 떠나기를 결심하는 상황이 나오는 ‘서문’이에요. 바다를 헤엄치는 모습을 여행에 비유했는데 ‘늘 멀어진 끝은 차고, 다가가는 시작은 따뜻하다’란 마지막 구절이 뭉클하더군요.”

‘솟아오르기’란 제목의 서문을 빠르게, 그러나 아주 정확한 발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는 어느새 이 책의 주인공이 돼 다시 한 번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잠깐의 여유가 주어진다면 프랑스를 꼭 한번 여행하고 싶어요. 루브르 박물관과 베르사유 궁전의 한국어 해설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저거든요. ‘내 목소리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낭만적이지 않나요?”
 

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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