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2월 21일 미야자키 선마린스타디움. 소프트뱅크와 벌이는 연습경기를 앞두고 요미우리의 수비훈련이 시작됐다. 그런데 1루에는 이승엽과 다카하시 요시노부가 함께 송구와 포구훈련을 하고 있었다. 일본 진출 7년째를 맞는 이승엽에게 올해가 가장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원래 외야수인 다카하시는 요미우리의 황태자로 대접받는 인물이다. 1년 만에 허리 부상을 딛고 복귀했는데 외야진에 자리가 없자 1루수로 전향해 이승엽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연습경기 내내 다카하시가 선발 출전하고 이승엽이 6회부터 바통을 잇는 기용 방식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며칠 뒤 두산과 벌인 연습경기에 앞서 두산 측 선수식당을 찾은 이승엽은 “아무래도 다카하시 때문에 (선발 출전은) 힘들 것 같다”며 어두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2월 28일 세이부와 경기를 치르기 전에 주전 라인업을 공개했는데 역시 선발 1루수는 다카하시 차지였다. 아쉽게도 이승엽이 벤치 멤버로 개막을 맞이할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승엽은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겠다”며 굳은 각오를 드러내고 있지만 현실은 불리한 상황이다. 흔치 않을 기회에 쾌조의 타격감을 보여주면서 다카하시의 부상이 재발하는 변수가 있어야 주전 재발탁이 가능하다. 이승엽은 올 시즌 4년 계약 기간이 끝나지만 요미우리에 남고 싶어 한다. 하지만 첫 출발이 힘겹다.

지바 롯데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오키나와 이시카키 섬에서 단연 화제의 인물은 김태균이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2009년 WBC 대표팀 4번 타자인 김태균에게 지대한 관심을 표시했다. 롯데의 새로운 4번타자 후보로 팀의 운명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일거수일투족이 뉴스다. 1월 초 일본 입국 때 그의 야쿠자 보스 같은 옷차림을 두고 ‘마쿠하리의 군기반장’이라는 별명을 지어주더니 훈련 중 체력 부족으로 혼절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 다른 별명도 붙었다. 곰인형 ‘푸’. 곰 같은 몸집이 친근감을 주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4번타자와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인정을 받았다. 3월 1일 주니치와 맞붙은 시범경기에서도 나고야돔의 중앙 펜스를 넘기는 홈런을 때려냈다.
특히 일본 투수들의 까다로운 변화구에 대응하는 데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니시무라 노리후미 감독은 그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니시무라 감독은 지독한 훈련량으로 정평이 났지만 김태균은 자율훈련을 보장받을 정도다.
2004년 이승엽의 롯데 입단 때보다 훨씬 나은 성적이 기대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 시즌 30홈런이 김태균의 목표. 무엇보다 이국생활의 외로움, 주변의 과도한 기대감을 떨쳐내는 것이 숙제다.

소프트뱅크의 전지훈련지인 미야자키엔 이범호에 대한 뜬소문들이 적지 않게 돌았다. 아무래도 KIA와 두산이 인근에서 훈련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범호에 대한 얘기가 전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소프트뱅크 코치진이 이범호의 타격과 수비에 크게 실망했다는 말이 자주 들려왔다. 심지어 이범호를 영입한 스카우트 담당자가 해고됐다는 설도 나왔다. 모두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이범호에 대한 평가가 낮은 분위기였다.
미야자키 아이비 구장에서 만난 이범호도 자신을 향한 이런 눈초리를 모를 리 없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다소 지친 기색이었다. 거의 매일 별도의 수비훈련과 타격훈련을 받느라 육체적으로도 힘겨워했다. 일본 스포츠신문들은 이범호가 경쟁자인 마쓰다 노부히로에게 뒤져 있고 2군에서 개막을 맞을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러나 이범호는 원래 늦게 시동이 걸리는 선수다. 역시 시범경기에 돌입하자 의미 있는 활약을 했다. 2월 27일 히로시마와 벌인 첫 시범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터뜨린 것. 이 안타로 아키야마 고지 감독의 눈빛도 달라지고 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일본 투수들에게 얼마나 빨리 적응해 자신감을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본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는 임창용의 팀 내 위치는 확고하다. 야쿠르트의 ‘행운남’이다. 헐값에 야쿠르트 유니폼을 입자마자 1백60킬로미터에 이르는 강속구를 뿌리며 2년 동안 61세이브를 수확하는 등 부동의 소방수로 활약했다.
올해는 오른손 미들맨 이가라시 료타의 메이저리그행으로 임창용에 대한 팀의 기대는 더욱 높아졌다.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다카다 시게루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 속에 느긋하게 훈련했다. 2월 27일(니혼햄)에야 겨우 첫 실전에 나설 정도였다. 가볍게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챙기며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임창용의 시즌 목표는 40세이브이자 통산 1백 세이브. 위력적인 구위와 3년간의 일본 리그 경험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 수치다. 아울러 일본 프로야구에서 기록된 최고 구속 1백62킬로미터를 돌파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임창용은 올해 야쿠르트와 3년 계약이 끝난다. 강속구를 갖춘 임창용을 향한 타 구단의 구애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이미 요미우리가 군침을 흘린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야쿠르트 팬들과의 의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임창용은 일단 잔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혜천도 팀 내에서 점점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워낙 활달한 성격이어서 일본 선수들과 허물없이 잘 지내 다카다 감독이나 아라키 다이스케 투수코치가 좋아한다.
아라키 코치는 선수들이 묻기 전에는 좀체 말을 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이혜천에게는 직접 이것저것 살뜰하게 챙겨줘 동료들의 질투(?)를 살 정도다. 선수회장인 미야모토 신야도 자기 돈으로 식사를 대접하기도 한다.
올해 이혜천은 선발투수 후보로 꼽혀 타격훈련까지 함께 받고 있다. 일단 시작은 좋다. 2월 28일 니혼햄과 치른 시범경기에서 4이닝 동안 안타 4개와 사사구 2개를 내줬으나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다만 아직 외국인 용병 경쟁자가 많아 자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굳이 선발만 고집하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들은 대개 선발을 고집하는데, 이혜천은 화통하게 감독의 뜻에 따르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구단은 최근 몇 년간 라미레즈나 그레이싱어 등 팀 내 주축 선수를 빼간 요미우리와 대결하는 경기에 좌완이면서 빠른 공을 갖고 있는 이혜천을 집중 활용할 계획이다. 좌타자가 많은 요미우리 킬러로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글·이선호(OSEN 야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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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