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함. 장인(匠人)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아내와 아들, 며느리를 번갈아 바라본다. 장인 앞에서 수천, 수만 번 연습했건만 금박을 붙였다 떼는 과정은 늘 가슴 떨린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하나씩 금박을 붙여나가자 어느새 빨간 한복 천 아래로 용맹스럽고 화려한 용이 꿈틀댄다. 그 옆으로는 여러 마리의 용들이 태양을 향해 돌진하고, 소박하고 수수한 꽃들은 따스한 봄날을 그려낸다.
직물 위에 얇은 금박으로 다양한 문양을 찍어내는 금박장(金箔匠). 중요무형문화재 119호 금박장 김덕환 씨 가족 모두의 직업이자 삶이다. 그동안 김 씨 같은 중요무형문화재를 중심으로 한 전시회는 많았지만, 전수교육조교나 이수자를 주인공으로 한 자리는 드물었다.
문화재청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이들의 데뷔 무대 격인 제1회 ‘한국전통공예 미래전’을 열었다. 우리의 진정한 명품인 전통공예품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리고 전통공예의 맥을 잇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이번 전시는 나전장(螺鈿匠), 궁시장(弓矢匠) 등 34개 종목의 중요무형문화재 전수교육조교 및 이수자 98명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갓 만드는 장인 양선미 씨가 만든 갓 테두리. 삼베를 덧대 옻칠한 액자에 오브제로 붙여 미술작품으로 변신했다.123나무틀에 삼베를 덧대 옻칠을 한 액자가 전통공예 작품들을 세련되게 부각시킨다. 전통 활과 노리개, 장도 등을 액자 안에 넣어 현대적인 미술품으로 재탄생시켰고, 그중 갓일(갓 만드는 장인) 양선미 씨의 작품은 짙은 옻칠 액자 위에 양태(갓 테두리)가 빛을 발해 신비함을 자아낸다.
이번 전시는 가족 작품이 일렬로 전시된 경우가 많다. 대부분 가족이 기술을 대물림하기 때문. 최연소 장도장(粧刀匠) 작가인 고교 3학년생 한준혁 군은 아버지 한상봉 씨에게서 기술을 물려받아 부자(父子)의 작품이 나란히 걸렸다.
전시장에는 한산모시를 현대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해 만든 드레스와 코사지, 전통 나전기법을 이용한 자개 가구, 모던하고 강렬한 색감으로 짜낸 완초장(莞草匠)의 보석함 등 소장하고 싶은 전통공예품들로 가득하다.
앞으로 이 전시는 우리나라 전통공예품의 밝은 미래를 지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매년 열릴 계획이다. 6월 30일까지(오전 10시 반~오후 8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명품관 애비뉴엘 9층.
글·김민지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Tel 02-398-7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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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