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생애를 모두 알아야 <부활>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천재 음악가 베토벤의 음악적 기교를 숙지해야 <월광>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문학이나 음악과 같은 예술은 그 깊이를 파고들지 않아도 읽고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예술의 한 장르인 미술을 대할 때는 대부분 “잘 모른다”며 주눅이 드는 걸까.
창간 15년을 맞은 대중문화 월간지 <페이퍼>의 편집장이자 작가로도 활동하는 황경신(45) 씨는 “그림과 단절돼버린 것 같은 요즘 시대가 안타깝다”며 그림과 관련된 책 한 권을 추천했다. 미국의 미술사학자 제임스 엘킨스가 지은 <그림과 눈물>이다.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는가.’ 이 책의 저자는 그림과 관객의 소통에 주목하는 한 가지 질문을 떠올려 광고를 낸다. 놀랍게도 전화, 편지 등 4백 통이 넘는 답신이 돌아왔다. 답변을 토대로 마크 로스코의 <예배당의 추상화> 등 관객들이 접하고 울어본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열된다. 황경신 씨는 “그림 앞에서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소통한다는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은 우리에게 단 하나의 순간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순간은 변화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죠. 이것이 다른 예술과 구별되는 그림의 속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 안에는 무수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어떤 잣대를 빌려 그림에 대한 정답을 찾기보다는 저마다 생각하는 바를 그림 속에서 찾아내는 과정이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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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편집장은 그림에 대한 수많은 편견과 가치관이 그림과 대중의 간극을 만들었다고 본다. 교과서 속 명료한 작품 해석만이 그림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자세라고 배운 것도, 유명 화가의 대형 전시회 때 작품 보는 시간보다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긴 상황도 그림과 대중이 멀어져간 안타까운 사유들이다.
“요즘 사회엔 무언가를 생각할 만한 틈이 없어요. 스마트폰, 트위터처럼 재빠르게 진화하는 삶 속에서 잘 적응하도록 스스로를 단련시켜야 하죠. 하지만 거기에서 얻는 소통은 가시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자신을 직접 대면하는 소통은 이뤄내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그림을 보는 것은 내적 자아를 만나고 삶의 자극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누구나 꼭 즐겨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황 편집장은 “그림을 통해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고백하는 것이야말로 진실한 예술체험”이라고 덧붙였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한 장의 그림으로 인생이 달라지는 경험을 한다는 것, 그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선물입니다.”
글·김민지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그림과 눈물> 제임스 엘킨스 지음·정지인 옮김 / 아트북스·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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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