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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무채색 풍광만 덩그러니 남은 겨울,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나무가 서 있다. 그 아래로 아이를 업은 여인과 물동이를 머리에 인 여인이 끝도 없어 보이는 길을 걸어간다. 박수근이 그린 <나무와 여인> (1956)의 모습이다.

이 작품 속 나무와 두 여인은 춥고 배고프던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한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찾아오듯, 나목(裸木)은 봄이 아직 멀지만 언젠가 올 거라는 굳건한 믿음으로 의연하게 그 자리를 지킨다.

50년 전,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그렸던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 그가 세상을 떠난 지 45년. 서민들의 삶을 그려낸 그림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1953년 제2회 국전 특선작인 <우물가>를 비롯해 <유동>(1963), <빨래터>(1954) 등 박수근의 절정기이던 1950~60년대의 작품들이다. <목련>(1960) 등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박수근은 일제 치하와 6·25전쟁 등 한국 근현대사의 암담한 시기를 겪었다. 그는 시대의 비극을 외면하지 않고 솔직하고 소박하게 캔버스에 옮겼다. 특히 단순화된 선과 구도, 화강암의 질감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마티에르 기법을 완성해 가장 한국적인 화법을 추구한 작가로 사랑받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5월 30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에는 박수근의 작품 외에도 그의 다큐멘터리 영상, 박수근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마거릿 밀러 부인과 교류했던 편지 사본, 박수근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들도 마련돼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박수근은 생전에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고 다채롭지 않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물론 어린아이들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린다.”
 

글·김민지 기자

갤러리 현대 Tel 02-228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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