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한국은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에서 첫 메달을 신고한 이후 지금까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7개, 은메달 8개, 동메달 6개를 수확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얻어낸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제외하면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온 메달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출전하는 김연아(20·고려대)를 필두로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규혁(32·서울시청)과 이강석(25·의정부시청)도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또 스키, 봅슬레이, 스켈레턴, 바이애슬론 등 세부 종목에서도 뜨거운 메달 레이스를 펼칠 전망이다.
김연아에게는 사실상 적수가 없다. 이번 시즌 세 차례의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고, 여자 싱글 사상 최초로 2백 점의 벽을 무너뜨리며 승승장구했다. 세계 피겨 전문가들도 “이변이 없는 한 김연아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사다 마오(일본)는 이번 시즌 성적으로 볼 때 더 이상 ‘라이벌’이라 부르기 어렵고, 홈 경기장의 이점을 등에 업을 조애니 로셰트(캐나다)는 올림픽을 앞두고 오히려 하향세다. 안도 미키(일본)도 김연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다만 이변을 경계해야 한다. 지난 네 차례의 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금메달은 매번 예상치 못한 ‘복병’의 목에 걸렸다.
일단 전망은 밝다. 김연아는 캐나다 출신의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손잡은 이후 토론토를 전지훈련지로 삼아왔다. 캐나다는 김연아에게 ‘제2의 홈’이나 다름없다. 좋은 컨디션과 자신감, 탄탄한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올림픽 금메달은 문제없다. 현재 김연아는 경기 후반에 떨어지는 체력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쇼트트랙은 하계올림픽의 양궁과 비교될 정도로 한국 동계스포츠의 대표적 효자 종목이다. 동계올림픽의 금메달 17개는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특히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는 쇼트트랙에 걸린 금메달 8개 중 6개를 휩쓸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한국은 이번에도 역시 쇼트트랙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성시백, 이호석, 이정수 등이 포진한 남자대표팀은 2~3개, 조해리, 이은별, 김민정 등으로 구성된 여자대표팀은 1~2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잡았다. 특히 여자대표팀은 전통적인 금메달 종목이던 3천 미터 계주에서 5연패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물론 마음을 놓을 상황은 아니다. 전재수 감독을 영입한 미국과 홈에서 대회를 치르는 캐나다, ‘전통의 강국’ 중국이 최대 라이벌이다. 특히 홈 텃세를 등에 업은 캐나다는 가장 주의해야 할 존재. 올 시즌 캐나다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3차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10차례 이상 실격했다. ‘몸만 닿으면 실격’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자칫 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 남자 1천5백 미터 결승에서 김동성이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에게 금메달을 뺏긴 악몽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따라서 대표팀은 캐나다 선수를 추월할 때 몸싸움이 필요 없는 아웃코스로 돌아나가기 위해 월등한 체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비(非)쇼트트랙 동계 종목 중 유일하게 메달을 수확한 종목이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김윤만이 은메달(1천 미터)을 땄고, 14년 뒤인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는 이강석이 동메달(5백 미터)을 추가했다. 하지만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는 어느 때보다 금빛 전망이 밝다.
지난 네 차례 동계올림픽에서 메달과 인연이 없었던 이규혁이 유력한 기대주다. 이규혁은 올겨울 월드컵시리즈에서 세 차례나 우승했다. 5백 미터와 1천 미터가 주 종목. 스피드와 경기운영 능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이미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봤던 이강석도 이규혁과 동반 출전하는 5백 미터에서 금메달을 겨냥한다. 이강석과 이규혁은 올 시즌 네 차례의 월드컵 대회 성적으로 산정한 랭킹 1, 2위에 나란히 올랐을 정도로 둘 다 최고 기량을 뽐내고 있다. 5백 미터에서는 캐나다의 제레미 워더스푼과 일본의 나가시마 게이치로, 중국의 위펑퉁이 라이벌. 1천 미터에는 ‘인간 탄환’ 샤니 데이비스(미국)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여자 단거리의 간판 이상화도 5백 미터에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메달을 노린다. 지난해 쇼트트랙에서 전향한 뒤 연일 남자 5천 미터 아시아 기록을 갈아치우는 이승훈도 ‘깜짝 메달’이 기대되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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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경기 세 종목을 제외하면 한국 동계스포츠는 아직 세계 수준과 거리가 있다. 하지만 올림픽은 단순히 ‘메달 획득’만을 위해 출전하는 대회가 아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대회를 준비해온 태극전사들의 올림픽 정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영화 <국가대표>로 잘 알려진 스키점프가 주목받고 있다. 1993년 처음 창단된 스키점프 대표팀은 당시 멤버였던 최흥철, 최용직, 김현기가 여전히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당초 4명이 호흡을 맞출 단체전에서 메달권 진입을 노렸지만, 출전 쿼터가 3장으로 제한되면서 방향을 개인전으로 바꾸게 된 게 아쉽다. 더 이상 선수들의 열정에만 기댈 수 없다는 걸 일깨운 결과다.
썰매 종목에서는 ‘한국판 쿨러닝’의 신화를 쓰고 있는 강광배(37)의 도전을 눈여겨볼 만하다.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루지와 스켈레턴 선수로 변신을 거듭했던 그는 봅슬레이로 종목을 바꿔 밴쿠버 땅을 밟는다. 또 알파인 스키, 크로스컨트리,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스키, 바이애슬론에서도 태극전사들의 ‘무한도전’이 이어진다.
글·배영은(스포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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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