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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월드컵 대표팀 남아공 전지훈련




 

한국 축구 국가대표선수들이 1월 6일 오전, 여름 날씨인 남아공 루스텐버그의 올림피아파크스타디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상징이 호랑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로 전지훈련을 떠난 ‘국가대표 호랑이’ 허정무호. 이어질 전훈지 스페인은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과 대표팀이 담금질을 한, 기분 좋은 추억이 깃든 곳이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꿈을 향한 그들의 위대한 도전은 과연 어떤 열매를 맺을까.

허정무 감독은 1월 4일 출국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번 훈련에서 국내파 선수들이 실전 경험을 쌓고, 경기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남아공에서 스페인으로 이어질 20여 일간의 훈련이 최종 엔트리 23명을 뽑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훈의 주안점은 현지 적응과 동계 훈련을 겸한 실전 테스트 등이다. 대표팀은 남아공에선 월드컵경기장을 미리 밟아보며 사전 적응을 하게 된다. 월드컵 기간 중 베이스캠프를 차릴 해발 1천2백50미터의 루스텐버그에서 훈련을 하며 가장 우려되는 고지대 적응 요령을 미리 익힐 수 있다는 점도 대단히 큰 소득이다. 또한 잠비아와 벌일 A매치는 물론, 현지 클럽 두 팀과 치를 연습 경기는 ‘고지대+실전’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이어질 스페인 말라가 훈련에서는 핀란드, 라트비아와 2차례 A매치를 치른다. 이들은 비록 월드컵 본선에서 탈락했지만 한국과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만날 그리스를 겨냥한 상대로 볼 수 있다.
 

허 감독은 이번 전훈을 앞두고 파주NFC에 대표팀을 소집했을 때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로 월드컵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호시우보’란 호랑이와 같은 예리한 판단력과 소처럼 신중한 행보를 의미하는 사자성어. 대표팀의 남아공 전훈은 항공료와 체재비를 포함해 대략 8억원가량의 경비가 소요된다고 한다. 경기장 대관료와 훈련장 사용료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지만 전례 없이 풍성한 지원만큼이나 최적의 훈련 성과가 기대됨은 물론이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신예든, 고참이든 1백 퍼센트 백지상태에서 시작한다.”

허정무 감독이 항상 강조해온 얘기다. 이는 치열한 주전 경쟁을 시사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이번에 전훈을 떠난 25명의 대표팀은 일본 J리거 3명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 전원이 국내파다. 허 감독은 “유럽파와 비유럽파의 수준 차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국내 선수들이 본선에서 잘할 수 있도록 경험을 쌓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몇 차례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활약을 펼쳐온 이동국(전북)의 행보가 핵심 포인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98 프랑스월드컵 이후 단 한 번의 기회조차 없었던 그였다.

2002 한일월드컵에선 히딩크 감독에게 ‘게으른 선수’로 낙인찍혀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고, 2006 독일월드컵 때는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월드컵은 그에게는 세 번째 도전이 된다. 이동국으로선 유일하게 갖지 못했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허 감독의 눈길을 반드시 사로잡아야 한다.

기존 멤버들만큼이나 고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도 있다. 어쩌면 마지막 승선의 기회일 수도 있을 터. 지난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허 감독은 “내년(2010년) 1, 2월에 있을 소집 훈련이 국내파의 마지막 점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공표한 바 있다.

그러한 의지를 반영하듯, 이번 훈련에는 A매치에 단 한 번도 출전한 적이 없는 선수들이 무려 9명이나 참가했다. 그중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선수도 한 명(김보경·홍익대)이 포함됐다. 신장 1백96센티미터 ‘꺽다리’ 공격수 김신욱(울산)과 또 다른 막내인 구자철(제주)의 활약도 관심사. 프로 무대에서는 녹록지 않은 활약을 펼쳐왔으나 A매치 출장 횟수가 각각 1, 2회밖에 되지 않는 노병준과 김형일(이상 포항) 같은 ‘중견 신예’에 대한 점검도 함께 이뤄질 전망이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훈련에 참가한 선수 중 본선에 갈 수 있는 이는 절반도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50퍼센트 확률 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어쩌면 생존 확률은 더 낮을 수도 있다.

치열한 경쟁 구도는 해외파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외파’란 타이틀을 갖고 있으면 ‘대표팀 붙박이’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1백80도 바뀌었다.
 

허정무 감독은 늘 “실전 감각을 유지하지 못하면 대표팀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해왔다. 이는 대표팀의 기둥으로 생각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들도 예외가 아니다. 주축 공격수였던 설기현(풀럼)이 소속 팀에서 주전에서 밀려나자 과감히 발탁 명단에서 제외했던 허 감독이다. “누구든 탈락할 수 있고, 누구든 발탁될 수 있다. 대표팀의 문은 항상 열려 있지만 기준은 항상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허 감독은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프로축구팀(EPL) 위건 애슬레틱에서 K리그로 돌아온 조원희(위건)에게도 쓴소리를 던졌다. “무엇보다 조원희는 실전 감각을 끌어올려야 한다. 국내 복귀가 큰 도움은 되겠지만 아직 당장 대표팀에 뽑을 생각은 없다.” 다소 팬들의 관심에서는 밀렸지만 안정환(중국 다롄 스더), 이천수(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사르) 등 추억 속의 이름들이 꾸준히 거론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사실 해외에서 국내 무대로 복귀하더라도 다시 대표팀에 뽑히려면 뭔가 확실한 임팩트를 남겨야 한다. 이동국에게는 어렵사리 기회가 찾아왔지만, 2006년 당시 한국을 이끈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부름을 받고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제니트에서 활약하고 돌아온 이호(성남)에게 여전히 기회가 오지 않는 사실이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

물론 대표팀 내 확실한 주축으로 자리매김한 박지성(잉글랜드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박주영(AS모나코), 이청용(잉글랜드 볼턴 원더러스FC), 기성용(스코틀랜드 셀틱FC) 등은 부상과 같은 치명적 사유가 없는 한 승선이 유력시되지만 말이다.
 

글·남장현(스포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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