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지난 호에서 우리가 다른 나라에 상품을 수출해 번 돈을 일본에 갖다 바치는 한국 경제의 실상을 ‘가마우지’ 란 새의 신세에 비유했다.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발견하면 재빨리 그 기다란 부리로 낚아챈다. 하지만 낚시꾼이 가마우지 목에 미리 매어놓은 끈을 당기는 바람에 그 물고기를 삼키지도 못한 채 빼앗긴다. 힘들게 물건을 만들어 팔지만 거기 들어가는 핵심 부품의 상당수가 일본산이라서 대일 적자가 갈수록 불어나는 현실을 일컬었다.
이런 가마우지 신세는 그동안 상품의 수출과 수입의 차이인 상품수지(2007년 대일 무역적자 298억8천만 달러)에서만 나타나는 고질병으로 알았다. 그런데 이게 여행을 필두로 특허료, 지적재산권 등 서비스수지 쪽으로도 번지는 전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다. 대일 서비스수지는 2001년까지만 해도 18억 달러 안팎의 흑자를 기록했는데 2002년부터 급감했다. 급기야 2005년부터 적자로 돌아서더니만 갈수록 그 폭이 커지고 있다.
대일 서비스수지 적자의 주범은 여행수지다. 원화 강세(원-엔 환율 하락)의 여파로 같은 일본 돈을 바꾸는 데 들어가는 한국 돈이 적어지자 일본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이 급증했다. 주 5일 근무제가 확산되자 금요일 저녁에 떠나 월요일 아침 돌아와 출근하는 3박 4일짜리 일본 여행 패키지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이 와중에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일본에서의 한류(韓流) 바람이 최고조에 이른 2004년 이후 줄었다. 급기야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이 239만명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인(224만명)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한국인 여행객의 씀씀이가 일본인보다 큰 데다 여행객 수마저 역전되자 대일 여행수지 적자는 2005년 4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8억8000만 달러로 5.4배 불어났다.
게다가 지난해 봄 한국에서 ‘공중그네’ ‘도쿄타워’ ‘마미야 형제’ ‘아주 사적인 시간’ 등 일본 소설이 네 개나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0에 올랐고 ‘일드’(일본 드라마)가 인기를 끈 점도 서비스 수지 적자를 키웠다.
상품수지 적자야 마땅히 대체할 국산이 없어 일본산 부품소재라도 들여와 물건을 만들어 수출함으로써 국가 전체적으론 흑자를 일구는 것이니 현실적인 불가피성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여행수지 적자는 비행기 타고 나가 먹고 마시고 물건 사는 데 쓰는 돈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일제 부품소재를 수입해 만든 상품으로 다른 나라에 수출해 벌어들인 돈을 여행비 명목으로 다시 일본에 넘겨주는 셈이다. 무역수지에 이어 여행수지에서도 한국은 영락없는 가마우지 신세다.
한국의 해외여행 지급액은 지난해 208억9000만 달러로 일본(264억3000만 달러)의 79% 수준이다. 단순 비교하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여행지급액 비중은 2.2%로 일본(0.6%)의 3.7배나 된다. 사는 게 조금 나아진 것처럼 보이자 너무 일찍 연거푸 샴페인을 터뜨린 격이다. 한국 경제의 목에 이중삼중으로 낚시꾼의 끈이 묶이는 가마우지 신세를 면하려면 부품소재산업 육성은 물론 국내 관광산업의 경쟁력도 함께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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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