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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봄이다.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면 처녀 총각의 가슴이 설레고 예식장이 바빠진다. 바야흐로 결혼 시즌인데 주변을 보면 나이 서른을 훌쩍 넘긴 처녀 총각이 많다. 통계는 이런 사회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통계청이 전국 읍·면사무소와 시청·구청에 들어온 혼인 신고서를 집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31.1세였다.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이보다 딱 3년 적은 28.1세다.

일반적으로 만혼(晩婚) 추세는 상급 학교, 특히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여성의 경제·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75년부터 외환위기 이전까진 주로 이런 사회 변화가 반영돼 20년 사이 결혼 연령이 약 1.5년 늦어졌다. 그래도 1990년대 중반까진 남자 나이 스물여덟을 넘겨야 노총각, 여자는 스물다섯을 넘기면 노처녀 소리를 들었다. 이 무렵만 해도 군에 다녀오고 대학을 졸업하는 남자 나이 스물여덟 전후면 일자리를 구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1997년 말 불어닥친 외환위기와 취업난은 이 땅의 결혼 전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환란 이듬해인 1998년 갑자기 넉 달이 늦춰지면서 스물여섯을 넘겼다. 남성의 초혼 연령도 취업난이 더욱 심각해진 2003년 서른을 넘어섰다.





지난해 초혼 연령을 1997년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남성의 초혼 연령은 2.5년, 여성의 초혼 연령은 2.4년이나 높아졌다. 1975~1995년 20년 사이 늦어진 것보다 환란 이후 10년 사이 늦어진 초혼 연령이 1년이나 많다.

이는 결국 외환위기 이후 더욱 팍팍해진 우리네 삶, 특히 젊은이를 둘러싼 환경이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 ‘고교 4학년생’으로 불리는 대입 재수생에다가 대학에 들어가도 취직이 힘들어 휴학하며 졸업을 미루는 ‘NG(No Graduation=졸업유예)족’이 많다. 고시와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공시(公試)족’ 행렬도 줄어들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니 첫 직장을 잡는 연령은 자꾸 늦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첫 직장을 잡는 나이(入職연령)는 27.2세로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2.1세)보다 5.1년이나 늦다. 게다가 2000년 이후 집값이 뛰면서 내 집 마련은커녕 전세방 얻는 데 부담이 커진 점도 만혼을 부채질한다.

초혼이 늦어지면 아이 갖는 시기가 늦어지고 기회가 적어짐은 물론 몸무게가 비정상적으로 적은 아이를 낳을 확률은 높아진다. 우리 사회의 큰 문제인 저출산의 무시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가 만혼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출산장려 정책 못지않게 필요한 것이 결혼장려 정책이다. 그리고 그 결혼장려 정책의 으뜸은 바로 경제 활성화와 젊은이들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 많이 만들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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